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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박서련 저 | 자음과모음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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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박서련의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첫 번째 소설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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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446334 / 136쪽 116 x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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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예는 구겨지지 않았다. 대신 사라졌다. 오로지 나의 세계에서만.” 미완의 오늘과 불가해한 미래에 대한 가장 불완전한 질문들…… 『호르몬이 그랬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마나 더 먼 곳에서 얼마나 더 가난하게 살았느냐를 기준으로”(「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기숙사와 장학금 혜택을 받은 대학 초년생이거나 비정규직, 구직, 무직에 지쳐 건강한 일상의 리듬을 상실하고 우울에 압도되거나, 반지하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새벽 아르바이트와 임금 체불 노동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이처럼 작가가 그려내는 청년들은 모두 미래를 도모하거나 심지어 상상하는 능력조차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이 매일 빈곤과의 사투를 벌인다. 그러므로 세 편의 소설을 주로 지배하고 있는 계절은 ‘겨울’이다. ‘나’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예년보다 추위가 빨리 왔던 11월”에 모친의 애인이 준 패딩 점퍼를 선물받고 당혹스러움을 느끼고(「호르몬이 그랬어」), “바람도 불어 들어오지 않는 그 공간에서 우리는 추위”를 타서 자주 손을 잡기도 한다(「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그리고 결코 다른 계절을 맞을 수 없을 것 같은 겨울의 감각은 그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킨다. “얼마나 멀리 와버렸는지 얼마나 엉망인지를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겨울이라는 위축의 계절에서 집중의 계절로의 전환 작가는 “이 책의 세 작품을 쓴 나와, 그것들을 고친 나는 분명히 연속적이고 동일한 존재지만 또 이토록 다르다. (……)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쓰는 심정으로 소설을 고쳤다”(작가 에세이 「……라고 썼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세 편의 소설에 담긴 인물들의 삶은 “더 이상 바꿀 것 없는 최종본이 아니라 미완의 초고였을 뿐” “어떻게든 고칠 수 있고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는”(해설 「겨울의 습작」, 윤경희 문학평론가) 모색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모친과 나 사이에 어떤, 호르몬의 고리가 있는 것 같았다.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힘들이 두 별의 거리가 더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게 유지해주는 것처럼 모친과 나의 호르몬들이 보이지 않게 연대하고 경쟁하기 때문에 둘의 생리 주기에 사이를 두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호르몬이 그랬어」) 그러므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미완의 오늘과 불가해한 미래에 대한 질문들은 “생을 하루살이에서 구출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듯 현재를 처음부터 “다시 쓰기” 위한 애씀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들 속 계절의 감각이 “겨울이라는 위축의 계절에서 집중의 계절로 전환”(윤경희 문학평론가)되듯, 독자들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서련
저자 : 박서련
철원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을 냈다.
‘암흑의 한국문학 카운슬’의 일원.

머리말

■■■ 작가의 말

조금 모호해도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었고 감히 아무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짓고 싶었다. 지금은 정확한 문장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누구에게나 공감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닌다. 이 책의 세 작품을 쓴 나와, 그것들을 고친 나는 분명히 연속적이고 동일한 존재지만 또 이토록 다르다. _에세이 「……라고 썼다」

 

책 속에서

■■■ 해설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바꿀 것 없는 최종본이 아니라 미완의 초고였을 뿐, 방책 없이 내버려진 글쓰기의 궁지가 아니라 어떻게든 고칠 수 있고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는 습작이라는 듯, 연습의 반복과 재시도야말로 과거, 현재, 미래를 이으며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생을 하루살이에서 구출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듯. 겨울은 위축의 계절에서 집중의 계절로 전환된다. _윤경희(문학평론가)


■■■ 책 속으로

예라는 글자는 예의 이름 끝에 들어갔다. 내 이름 앞 글자인 서 자와 같은 자였다. 미리 예豫, 펼칠 서豫. 똑같은 글자가 내 이름에서는 서로, 그 애의 이름에서는 예로 바뀌는 것을 우리는 신기하게 여겼다. _「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21쪽

나 지금 서울이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서울은 나한테 도시가 아니고 상태인 것 같아. 겨울이 와도 나는 서울. 겨울이 가도 나는 서울. 여름도 가을도 봄도 없이 나는 서울이야. 그러다 예는 문득 나를 보며 물었다. 너도 서울이야? _「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34쪽

마침내 나는 예를 만난다. 이루어지기를 너무나 바란 나머지 소설로까지 쓴 바람이 마침내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는 고백한다. 내가 얼마나 멀리 와버렸는지, 얼마나 엉망인지를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_「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36~37쪽

이별은 핸드폰 메시지로 통보받았다. (……) 처음에는 이별조차 문자로 통보한 그 누군가의 무심함이 정말 원망스러웠으나 따지고 보면 애인이란 역시 일종의 비정규직이므로, 가능한 처우였다는 결론에 곧 다다랐다. 그때, 나는 드디어 완전한 백수로 거듭난 것이었다. _「호르몬이 그랬어」, 46쪽

모친과 나 사이에 어떤, 호르몬의 고리가 있는 것 같았다.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힘들이 두 별의 거리가 더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게 유지해주는 것처럼 모친과 나의 호르몬들이 보이지 않게 연대하고 경쟁하기 때문에 둘의 생리 주기에 사이를 두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고리에 아비는 어떤 힘도 행사할 수 없었다. _「호르몬이 그랬어」, 55쪽

모친의 애인을 알게 된 뒤로 모친과 아비 사이의 일을 상상하는 것은 죄책감이 들면서도 멈출 수 없는, 일종의 레포츠가 되었다. 아직 생리가 끊이지 않은 모친은 지금도 아비와 섹스를 할까? 한다면 며칠 주기로 한 번에 몇 분씩 할까? _「호르몬이 그랬어」, 56쪽

담요 두 채 펴면 꽉 찰 방 가운데 이불을 펴놓고 엎드린 너. 손을 많이 타 책등이 너덜너덜해진 불가사의 도록. (……) 그런 곳에서 지내면서 너는 가장 아름다운 무덤이라는 타지마할, 지상 최대의 무덤이라는 피라미드, 세계 유일의 수중릉이라는 문무대왕릉 같은 것에 매료되었다. _「총塚」, 87~88쪽

너는 난초당 42호에 보관되어 있었다.
매점 주인이 20분은 족히 걸릴 거라던 유리문 앞에 나는 12분 만에 당도했다. 건물 안은 바람이 들지 않지만 온도는 오히려 바깥보다 낮은 듯했다. 씨발 목욕탕 사물함도 이것보다는 커. 이토록 춥고 비좁은 곳에서 허술한 자물쇠 하나만 믿고 지냈을 너를 생각하니 화가 났다. _「총塚」, 89~90쪽

땀이 뱄다 마르기를 반복한 등판에는 소금 결정이 눈꽃처럼 맺혔다. (……) 버리지 못한 네 물건들을 머리맡과 발치에 쌓아두고, 이집트 왕의 시신처럼 양팔을 교차해 내 어깨를 붙든 채 새우잠을 잤다. 좁아서가 아니라 껴안을 사람이 없어서. 껴안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좁아서. 혹은
둘 다. _「총塚」, 99쪽

 

 

목차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호르몬이 그랬어
총塚
에세이 ……라고 썼다

해설 겨울의 습작_윤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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