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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악보

시리즈 : 빈터문학회지 [1]

강기원 외 저 | 북인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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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0238 / 116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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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빈터문학회는 2000년 1월 정한용 시인을 주축으로 8명의 시인이 모여 창립식을 갖고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 초창기 빈터 사이트에는 많은 독자들이 시를 올렸다. 2001년 제1회 ’온라인문학상‘을 제정한 후 독자란에 올라온 시들 중 년 1회 혹은 2회 우수작품상을 뽑는 일로 이어졌고, 문학캠프에 초대하였다. 우수작품상에 선정된 시인의 희망 여부에 따라 빈터 동인이 되기도 했다. 빈터는 초창기부터 세계 각국에 있는 외국시인들을 동인으로 영입함으로써 한국의 시를 해외에 알리는 홍보역할도 했다. 빈터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인들을 동인으로 섭외하였고, 캐나다, 미국 등 해외동포 시인들도 동인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역량들이 인정되어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2004년 우수문학사이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01년에는 첫 동인지 『빈터』의 발간과 함께 계속해서 『보임』, 『빈터 엔솔로지-3』, 『나무심』 등 2011년까지 제10집의 동인지 발간에까지 이르렀다. 2001년 제1집 『빈터』를 시작으로 연 1회 발간하던 문학동인지를 2012년에 연 4회 발간하는 회지 〈PoemCafe Quarterly〉로 바꾸었다. 회지에는 지난 계절의 동인 시 리뷰와 초청시, 시집을 낸 동인의 시집 서평 등으로 꾸며졌다. 그런 회지를 2017년 다시 동인지로 바꾸어 2018년에 제10집 『꽃몸살을 앓고 나니 겨울이다』를 선보였다. 2020년에는 제11집 『스멀스멀 옮겨 다니는 무늬 ?시인들, 코로나 시대를 읽고 쓰다』(전자책, 코로나 특집), 제12집 『길이 된 내 그리움』(전자책, 디카시 특집)을 발간하였다. 또한 빈터는 동인들만의 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민과 시인들과의 자리를 마련하여 2003, 2004년 〈제1회 안산시민을 위한 문학제〉를 출발로 2005년 〈시화호 시-생명 축제〉 등 제6회에 걸친 시생명제를 지역주민과 함께 열었고, 2017년, 2018년에는 서울 교보문고 및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빈터시낭독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빈터문학회’는 시의 위의(威儀)나 시의 사명을 표명하지도 않는다. ‘빈터’라는 이름이 시사해주듯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비어 있을 뿐이다. 덩그라니 ‘터’ 하나가 있을 뿐 그 ‘터’를 채우는 일, 그것은 곧 시를 쓰는 사람, 시를 읽는 사람이 해야 할 몫인 것이다. 그 터엔 자신들의 몫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이들로 이어지고 있지만 결코 시끌벅적하지 않는다. 고적하고 썰렁하다. 썰렁하지만 인간미가 넘친다.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어깨동무하면서 논다. 맨발로 놀기도 한다. 격식과 규범의 언어를 살짝 벗어나서 언어의 해탈과 해방감을 맛본다. 그것이 모닥불처럼 불혀를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모두가 불씨를 사랑하고, 시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불장난을 좋아한다. 모닥불처럼 반짝이며 활활 타오르는 시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모닥불 정신이 빈터문학회의 뜻이고, 정신이고, 저력이다. 빈터문학회, 이 세상의 빈터와 공터를 서성이는 마음 착한 시인들의 영원한 모임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요셉 보이스의 모자」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이 있다. 제2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지상의 악보
-
이성수
-
나는 11번째 줄 첫째마디부터 넷째마디 안에서 산다
10번째 줄 첫째마디부터 넷째마디에서 되지도 못한 피아노 소리가 시멘트의 세포 사이를 뚫고 굴러 내려온다
줄과 줄 사이의 딱딱한 공간을 가득 채운 콘크리트를 비집고 내려온다
콘크리트의 세포질과 세포질 사이를 핵과 핵 사이를
미트콘트리아와 미트콘트리아 사이를, 세포막과 세포막 사이를 지나
적혈구와 적혈구 사이를 지나 굴러떨어진다
높은음자리 다섯째 줄에서 튕겨진 음이 견고한 콘크리트의 미트콘트리아와 적혈구 사이로 난 아주 좁은 틈을 비집고 낮은음자리 첫 번째 줄까지 떨어지며
내 발바닥을 적신다
-
지금 아이는 쇼팽을 치고 모차르트를 치고 베토벤을 치고 있다
시대도 없이 치고 공간도 차버리고 치고 맘 가는 대로 친다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하얗고 까만 시조새의 발가락을 친다
어깨도 치고 처음 보는 악보도 친다 부드럽게 치고 가끔은
인정사정없이 친다 친다 짓쳐댄다 쳐댄다
피아노가 쇠 울음을 운다
세포의 좁은 틈을 비집고 굴러떨어지는 것은 피아노의 피이거나 눈물이다
-
나를 밟고 피아노를 치는 아이에게는 바닥이었으니 짓밟고 사는 것이 제 밥그릇에 뜯은 갈비뼈를 던져놓는 것처럼 당연하겠지만
나에게는 하늘이었으니 우러러보고 나를 궁휼히 여기는 천장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는 피아노 소리가 잘 익어가기를 바라며
바닥에 피아노 소리를 넓게 펴놓고 잘근잘근 밟아서 으깨고 짜내는 것이지만
그 압축기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은 피아노 소리의 깨지지 않는 눈물 알갱이였는지 모른다
그 순열한 눈물들이 콘크리트의 역사를 지나 부서지지 않는 소리로 굴러떨어진다
-
계곡에서 하나 둘 모여든 피아노 소리가 폭포를 가득 채우고 떨어지는 것이다

목차

[빈터문학회지 13]을 펴내며 · 4

초대시인 신작시
강기원 억새라는 새 · 11
고경숙 윷놀이 · 12
김명철 송가 · 13
김은숙 雨期를 건너는 법 · 15
박완호 클레멘타인 · 17
박제영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시 · 19
오민석 바람 부는 저녁의 화석(化石) 기호들 · 20
유기택 정각을 앓는 정오 · 21
이복현 수련(睡蓮) · 23
전영관 안반데기 주식회사 · 24
최광임 잉여시대 · 26
허 림 조풍내이 · 27

회원 신작시
강미정 어디로 떠나지 않는 슬픔 · 31
강 순 리라(lyra) · 32
고주희 토마스의 입술 · 34
권지영 마지막이라는 거인 · 36
김길나 빈터 · 38
김도연 제목은 미정인데요 · 40
김명기 수의 · 42
김명은 어떤 말들이 떠도는 시간 · 43
김미옥 시간을 타는 구름 · 45
김소영 오르도비스기의 대멸종 · 46
김송포 웃음바다 · 47
김영준 초사흗날 · 49
김용인 내 안의 나무늘보 · 50
김윤아 유리창에 쓴 물빛 위로(慰勞) · 52
김진갑 11월 31일 · 54
김진돈 노마드 · 55
김창재 봄비 · 57
김혜선 얼굴들 · 58
김효선 나는 실망을 키운다 · 59
나석중 애월(涯月)에서 · 61
박미라 비공개 전환 개인정보 · 62
박일만 전이(轉移) · 64
서정임 신발이 신발을 보다 · 66
수피아 송정동 산책길에서 · 68
신새벽 수국을 편찬하다 · 69
심종록 모르핀 같은 눈발이 · 71
오영록 배설에 대한 실태조사 · 72
유 희 추모(追慕) · 74
이성수 지상의 악보 · 76
이순옥 육묘일기 · 78
이어진 미아 · 80
이토록 아카시아 꽃이 지는 공원 · 82
이혜수 똘감의 연유 · 83
장인수 너는 어느 생을 넘으려느냐? · 84
정 겸 조조할인 버스 · 85
정완희 쏙소리 감 · 87
정충화 어느 환속 · 88
정한용 어쩌면 신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 89
진 란 그러니 내게 눈물 좀 주세요 · 90
하태린 공룡알 · 91
홍 솔 늦게 물든 단풍나무 · 94
황영애 과다노출 · 95

빈터문학회
빈터문학회 · 99
초대 시인 약력 · 106
빈터문학회 시인 약력 · 108
빈터문학회 연보 · 112
빈터문학회 회원 명단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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