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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870725 / 350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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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그가 우리 여인숙에 투숙하던 날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는 사람을 시켜 선원용 뚜껑 달린 궤짝을 실은 두 바퀴 손수레를 끌게 하면서 우리 여인숙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키가 크고 몸집이 비대했으며, 강인하고 검붉은 얼굴이었다. 뒤로 묶은 머리는 어깨너머 때 묻은 푸른색 외투 위에서 찰랑거렸다. 투박한 두 손은 상처투성이였고 때가 낀 시커먼 손톱은 갈라져 있었다. 한쪽 뺨에 깊게 패인 칼자국은 때가 껴서 지저분하면서도 음산한 흰색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포구를 돌아보면서 휘파람을 불던 그 남자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갑자기 뱃사람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 후에도 그 노래를 자주 되풀이했다.
죽은 자의 궤짝에 열다섯 사람이,
요호호, 그리고 한 병의 럼주! -30쪽
그러고 나서 갑자기 커다란 욕설이 터져 나오고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자와 식탁이 한꺼번에 뒤집히고 쇠붙이가 철커덕거리더니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다음 순간 나는 블랙 독이 황급히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 선장은 그 뒤를 쫓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단검을 들고 있었고, 블랙 독의 왼쪽 어깨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여인숙 문 앞에서 선장은 마지막으로 블랙 독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만약 애드미럴 벤보의 커다란 간판에 막히지 않았다면 칼날은 블랙 독의 등뼈를 두 동강 내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여인숙 간판 아래에 그 칼자국이 남아 있다. -43쪽
죽은 선장은 숨을 거두기 전에 즉시 말을 타고 리브지 선생에게 달려가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하면 어머니가 혼자 남아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므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우리 모자가 여인숙에 계속 남아 있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주방 난로 받침대에 석탄이 떨어지는 소리나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에도 우리는 깜짝깜짝 놀랐다. 주변에서 우리 여인숙을 향해 다가오는 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휴게실 바닥에 엎어진 선장의 시체와 인근에서 감시하다가 금세라도 되돌아올 것 같은 혐오스러운 눈먼 거지를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뭔가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침내 우리 모자는 이웃 마을로 함께 가서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곧 집을 나섰다. 우리는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어두워지는 저녁 공기와 차가운 안개 속을 뚫고 재빨리 달려갔다. -55쪽
자물쇠가 좀 뻑뻑했지만 어머니는 곧 궤짝 뚜껑을 열었다. 궤짝 안에서 담배와 타르 냄새가 진동했다. 맨 윗부분에는 정성스레 솔질하여 잘 개켜 놓은 아주 좋은 옷이 한 벌 들어 있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깨끗한 옷이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옷 아래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 있었다. 주석으로 된 컵, 여러 줄기의 담배, 아주 멋진 권총 두 자루, 은괴 하나, 오래된 스페인제 시계, 별로 값나가지 않는 외제 장신구, 놋쇠 받침을 댄 나침반 두 개, 묘하게 생긴 서인도산 조개껍데기 대여섯 개 등이었다. 나는 그 후 종종 선장이 그처럼 죄 많은 방랑 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다닐 정신적 여유가 있었는지 의아했다. -59쪽
우리가 출항하기까지는 대지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최초 계획-가령 리브지 선생이 나와 함께 행동하는 것-은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나를 자기 옆에 꼭 붙어 있게 하겠다던 의사 선생은 후임자를 구하기 위해 런던으로 가야 했고, 대지주는 브리스틀에 나가 정열적으로 출항 준비를 했다. 나는 사냥터를 지키는 레드루스 노인의 감독 아래 대지주의 저택에서 지내게 되었다. 거의 포로나 다름없는 신세였지만, 내 마음은 바다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낯선 섬들과 모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다. 나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몇 시간씩 생각에 잠겼고, 그러다 보니 지도의 세세한 사항들까지 훤히 외우게 되었다. -80쪽
실버는 양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목발을 끈에 묶어 목에다 걸고 다녔다. 실버가 목발의 끝부분을 칸막이 벽 틈에다 끼우고, 그것에 몸을 의지하면서 요리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배가 요동칠 때도 그는 마치 육지에 서 있는 사람처럼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험한 날씨에도 갑판 위를 잽싸게 오가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가고자 하는 곳까지 밧줄을 단단히 고정시켜 놓고 그 줄을 이용했다. 사람들은 그 줄을 롱 존의 귀걸이라고 불렀다. 실버는 그 밧줄을 손으로 잡고서 앙감질로 걸어가거나, 아니면 목발을 사용하여 보통 사람보다 더 재빠르게 건너갔다. 그러나 과거에 함께 항해를 했던 사람들은 실버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107쪽
정박지는 육지에 완전히 에워싸여 숲속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나무들이 바닷물 가까이까지 자라고 있었고, 해안은 대부분 평평했으며, 저 멀리 언덕들이 반원형을 이루며 솟아 있었다. 두 개의 작은 강과 두 개의 작은 늪지가 연못같이 생긴 정박지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 정박지 근처의 나뭇잎들은 독을 품은 것처럼 기이하게 반짝거렸다. 배에서는 집이나 요새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숲속 깊숙이 파묻혀 있는 듯했다. 만약 이 섬의 지도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이 섬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바람 한 점 없었고, 반 마일가량의 해변과 암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제외하고는 온 사방이 고요했다. 그리고 정박지에는 이상한 냄새가 감돌았다. 축축한 나뭇잎과 썩은 나뭇등걸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였다. 의사는 계란이 썩었는지 살피는 사람처럼 자꾸만 냄새를 맡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130쪽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식량도 너무 적어서 구조선이 오기도 전에 굶주림 때문에 항복을 해야 할 판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해적들을 하나둘 처치해서 그들로 하여금 백기를 들고 행복하게 하거나, 아니면 히스파니올라 호를 몰고 달아나는 것이었다. 적들은 원래 열아홉 명에서 이제 열다섯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중 두 명은 부상을 당했고, 대포 뒤에 서 있던 자는 죽었거나 아니면 크게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우리는 해적들에게 총격을 가할 때마다 반드시 죽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총알을 아끼는 것이 우리의 목숨을 구하는 길이었다. 그 외에 우리에게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 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럼주이고 다른 하나는 섬의 날씨였다. -178쪽
전투 중에 총을 맞은 양쪽 8명 중 총안을 들여다보다 총에 맞은 해적과 헌터, 그리고 선장 이렇게 세 명만이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해적과 헌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해적은 의사가 응급처치하는 중에 죽었고, 헌터는 우리의 보살핌도 소용없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날 내내 힘겹게 숨을 내쉬던 헌터의 모습은 우리 집 여인숙에서 중풍을 일으켜 신음하던 늙은 해적과 비슷했다. 개머리판으로 얻어맞아 가슴뼈가 부러지고, 또 넘어지면서 두개골을 크게 다친 헌터는 그 다음 날 밤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하고 하느님 곁으로 떠나갔다. -198쪽
이제 배를 발견했으니 나의 외출은 끝난 것이 아니냐고 독자들은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또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너무나 솔깃하여 그대로 실행하고 싶었다. 스몰렛 선장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말이다. 나의 생각은 야음을 틈타 코라클을 타고 바다에 나가 히스파니올라 호의 닻줄을 끊어 버리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배가 제멋대로 표류하다가 해변에 처박히게 될 것이었다. 또 오전 공격에서 격퇴당한 해적들이 닻을 올려 먼바다로 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의도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범선에 남겨둔 보초들에게 보트가 없는 것을 아까 확인한 나는 그 계획을 별 어려움 없이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4쪽
선실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지도를 찾기 위해 해적들이 여기저기 뒤지고 부순 흔적이 뚜렷했다. 바닥에는 진흙이 더덕더덕 달라붙어 있었다. 악당들이 캠프 주위의 습지를 돌아다니다가 술을 마시거나 작전을 짜기 위해 선실로 모여든 게 아닌가 싶었다. 금빛 구슬로 둘레를 장식한 흰 칸막이에는 더러운 손자국이 수없이 묻어 있었고, 구석에 쌓아 놓은 여남은 개의 술병들은 배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의사 선생의 책이 탁자 위에 펼쳐져 있었는데,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다.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일 때 불쏘시개로 사용한 탓이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램프는 흐릿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뿌연 안개 속처럼 어두침침한 불빛이었다. -222쪽
범선이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돛대는 바다 가까운 쪽으로 뻗어 있었다. 내가 걸터앉은 가로목 바로 밑은 바다였다. 아직 물에서 떠오르지 않은 핸즈는 뱃전과 나 사이의 빈 공간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그는 물보라와 피거품을 일으키면서 표면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가라앉아 영영 떠오르지 않았다. 물거품이 가라앉자 깨끗하고 하얀 모랫바닥에 그가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물고기 한두 마리가 그 옆을 재빠르게 지나쳤다. 때때로 빠른 물살이 일어나면서 마치 그가 일어서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총을 맞은 데다 물에 빠졌기 때문에 죽은 것이 확실했다. 나를 죽여서 빠뜨리려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이 물고기의 밥이 되어 버렸다. -237쪽
나는 한참 뒤에야 잠들 수 있었다. 정말 생각이 복잡했다. 그날 오후에 내가 죽였던 사람에 대한 생각, 지극히 위태로운 나의 처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실버가 지금 벌이고 있는 아슬아슬한 게임 등에 대한 생각
옮긴이의 말
제1부 늙은 해적
1. 애드미럴 벤보에 투숙한 늙은 해적
2. 블랙 독의 출현
3. 검정 딱지
4. 선원용 궤짝
5. 맹인의 최후
6. 선장의 서류
제2부 선상 요리사
7. 브리스틀로 가다
8. 스파이글라스 여인숙
9. 화약과 무기
10. 항해
11. 사과통 속에서 들은 이야기
12. 작전회의
제3부 나의 모험
13. 내가 모험을 감행한 경위
14. 첫 번째 싸움
15. 섬사람
제4부 요새
16. 범선을 포기하게 된 경위?의사에 의해서 계속되는 이야기
17. 소형 보트의 마지막 운행?의사에 의해서 계속되는 이야기
18. 첫날 벌어진 싸움의 끝?의사에 의해서 계속되는 이야기
19. 요새의 수비대?짐 호킨스가 다시 이야기하다
20. 실버의 제안
21. 공격
제5부 나의 바다 모험
22. 나는 어떻게 바다 모험을 하게 되었나
23. 썰물이 계속되다
24. 코라클의 표류
25. 해적기를 내리다
26. 이스라엘 핸즈
27. 페소 은화
제6부 실버 선장
28. 해적의 소굴에서
29. 다시 검정 딱지
30. 가석방
31. 보물찾기?플린트의 방향 표시
32. 보물찾기?숲속의 목소리
33. 두목의 추락
34. 그리고 마지막
작품해설: 『보물섬』, 인생의 여러 단계를 비추는 거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