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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24415 / 448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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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환라 [3]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어찌 나를 두고 가십니까, 부인!” 황제의 오열이 대내(大內) 밖으로 흘러나와 항룡궁을 가득 메웠다. 나랏일은 며칠째 내동댕이쳐진 채였다. 보다 못한 대신들이 관을 벗고 무릎을 꿇어앉아서 국사를 돌보시라 청하였다. 그러나 슬픔에 짓눌린 황제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황후가 책봉되었으나 그는 승하한 황후, 소능화의 옷자락만 끌어안고 울부짖을 뿐이었다. “백년해로하겠단 약속을 못 지키시려거든 차라리 나를 저승으로 데려가세요!” 밖으로 흘러나온 황제의 목소리에 무릎을 꿇고 있던 몇 명이 헉, 숨을 들이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주를 안고 항룡궁에 들어서던 황후, 파영로가 그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대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대신들에게 닿았다. 날카로운 눈초리에 그들은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영로는 그대로 대신들을 지나쳐 대내 앞에 섰다. “폐하. 황후께서 드셨사옵니다.” 문 앞을 지키던 궁인이 고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로는 아기를 고쳐 안고 뒤에 서 있던 환관 마칠각을 바라봤다. 그가 영로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궁인에게 말했다. “다시 고하시오.” 영로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던 궁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황후께서…….”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아기를 한 손으로 고쳐 안은 영로가 남은 손으로 문을 열어젖힌 탓이었다. “황후 폐하!” 궁인이 당황하며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영로의 손에 내동댕이쳐졌다. 벌컥 열린 문 사이로 황제의 오열이 더 적나라하게 들렸다. 대신 중 몇 명이 고개를 저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영로를 따르려던 칠각이 뒤를 힐끔 보았다.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칠각은 한숨을 삼킨 뒤 영로를 따랐다. 곧 대내의 문이 닫혔다. 영로는 성큼성큼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나를 데려가세요, 부인. 나를 데려가…….” 영로는 찬 숨을 삼켜 끓어오르는 속을 달랬다. 황제는 차마 함께 묻지 못한 소능화의 옷을 끌어안고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약한 사내로고. 저런 자가 어찌 세 개의 왕국을, 내 나라를 정복하였는가.’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차며 잠든 아기를 편하게 고쳐 안았다.동시에 황제, 이백의 축 늘어진 몸뚱이가 슬픔에 휘둘리며 들썩였다.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눈으로 이백을 보다가 제 뒤에 서 있던 칠각에게 눈짓했다. 칠각이 깊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이백에게 다가갔다. “폐하, 일어나시옵소서.” 이백이 고개를 들었다. “칠각이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어찌 왔느냐. 귀비는 어찌하고…….” “이제는 귀비가 아니지요, 폐하.” 영로가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래, 그렇지. 황후 오셨소. 황후…….” 중얼거리던 이백이 다시 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폐하. 위엄을 보이소서.” 칠각이 황제 앞에 꿇어앉아 청했다. 하지만 이백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나 팔을 휘두르며 돌아섰다. 넓은 소매가 크게 펄럭이며 허공을 쳐 냈다. “위엄이 다 무슨 소용이냐! 그녀가 없는데! 황제의 자리가 다 무슨…….” 손을 휘두르며 비틀거리는 황제에게 영로가 소리를 낮춰 일갈했다. “폐하!”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밖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으나 이백의 정신을 일깨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탁자를 짚고 몸을 지탱하던 이백이 젖은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영로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언니께서 어찌하여 그리되었는지 생각하소서.” 옷을 움켜쥔 이백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영로는 잠에서 깨어나려는 아기를 어르며 이백을 차가운 얼굴로 쳐다봤다. “위엄을 보이셔야 합니다.” “귀비…… 아니. 황후의 말이 맞소.” 이백이 작게 중얼거리며 영로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기를 내려다보다가 소능화의 옷을 펼쳐 영로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아니 되지. 또다시 그리 잃을 순 없지.” 이백이 넋을 놓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궁을 지어야겠소. 아무도 공주를 해치지 못하도록, 높고 높은 별궁을.” 그리고는 떨리는 손길로 닿을 듯 말 듯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기가 칭얼거리자 이백의 눈이 점차 맑아졌다. 그는 짓무르고 부은 눈을 또렷이 떴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어찌 나를 두고 가십니까, 부인!”
황제의 오열이 대내(大內) 밖으로 흘러나와 항룡궁을 가득 메웠다.
나랏일은 며칠째 내동댕이쳐진 채였다. 보다 못한 대신들이 관을 벗고 무릎을 꿇어앉아서 국사를 돌보시라 청하였다. 그러나 슬픔에 짓눌린 황제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황후가 책봉되었으나 그는 승하한 황후, 소능화의 옷자락만 끌어안고 울부짖을 뿐이었다.
“백년해로하겠단 약속을 못 지키시려거든 차라리 나를 저승으로 데려가세요!”
밖으로 흘러나온 황제의 목소리에 무릎을 꿇고 있던 몇 명이 헉, 숨을 들이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주를 안고 항룡궁에 들어서던 황후, 파영로가 그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대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대신들에게 닿았다. 날카로운 눈초리에 그들은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영로는 그대로 대신들을 지나쳐 대내 앞에 섰다.
“폐하. 황후께서 드셨사옵니다.”
문 앞을 지키던 궁인이 고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로는 아기를 고쳐 안고 뒤에 서 있던 환관 마칠각을 바라봤다. 그가 영로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궁인에게 말했다.
“다시 고하시오.”
영로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던 궁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황후께서…….”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아기를 한 손으로 고쳐 안은 영로가 남은 손으로 문을 열어젖힌 탓이었다.
“황후 폐하!”
궁인이 당황하며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영로의 손에 내동댕이쳐졌다.
벌컥 열린 문 사이로 황제의 오열이 더 적나라하게 들렸다. 대신 중 몇 명이 고개를 저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영로를 따르려던 칠각이 뒤를 힐끔 보았다.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칠각은 한숨을 삼킨 뒤 영로를 따랐다. 곧 대내의 문이 닫혔다. 영로는 성큼성큼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나를 데려가세요, 부인. 나를 데려가…….”
영로는 찬 숨을 삼켜 끓어오르는 속을 달랬다. 황제는 차마 함께 묻지 못한 소능화의 옷을 끌어안고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약한 사내로고. 저런 자가 어찌 세 개의 왕국을, 내 나라를 정복하였는가.’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차며 잠든 아기를 편하게 고쳐 안았다.동시에 황제, 이백의 축 늘어진 몸뚱이가 슬픔에 휘둘리며 들썩였다.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눈으로 이백을 보다가 제 뒤에 서 있던 칠각에게 눈짓했다.
칠각이 깊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이백에게 다가갔다.
“폐하, 일어나시옵소서.”
이백이 고개를 들었다.
“칠각이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어찌 왔느냐. 귀비는 어찌하고…….”
“이제는 귀비가 아니지요, 폐하.”
영로가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래, 그렇지. 황후 오셨소. 황후…….”
중얼거리던 이백이 다시 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폐하. 위엄을 보이소서.”
칠각이 황제 앞에 꿇어앉아 청했다. 하지만 이백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나 팔을 휘두르며 돌아섰다.
넓은 소매가 크게 펄럭이며 허공을 쳐 냈다.
“위엄이 다 무슨 소용이냐! 그녀가 없는데! 황제의 자리가 다 무슨…….”
손을 휘두르며 비틀거리는 황제에게 영로가 소리를 낮춰 일갈했다.
“폐하!”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밖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으나 이백의 정신을 일깨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탁자를 짚고 몸을 지탱하던 이백이 젖은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영로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언니께서 어찌하여 그리되었는지 생각하소서.”
옷을 움켜쥔 이백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영로는 잠에서 깨어나려는 아기를 어르며 이백을 차가운 얼굴로 쳐다봤다.
“위엄을 보이셔야 합니다.”
“귀비…… 아니. 황후의 말이 맞소.”
이백이 작게 중얼거리며 영로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기를 내려다보다가 소능화의 옷을 펼쳐 영로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아니 되지. 또다시 그리 잃을 순 없지.”
이백이 넋을 놓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궁을 지어야겠소. 아무도 공주를 해치지 못하도록, 높고 높은 별궁을.”
그리고는 떨리는 손길로 닿을 듯 말 듯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기가 칭얼거리자 이백의 눈이 점차 맑아졌다. 그는 짓무르고 부은 눈을 또렷이 떴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1. 서막
2. 너머의 풍경
3. 너울에 가린
4. 검은 여우
5. 언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