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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395711 / 220쪽 15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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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칼라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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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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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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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 17,820
- 15,120
- 15,300
- 10,800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나 역시 독일 유학을 정말 조용한 곳에서 시작했었다. 하긴, 독일은 어디를 가든지 조용했다. 우리나라처럼 거리 곳곳에 유행하는 노래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다. 버스나 전차 안에서도 기사님의 강압적인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일도 없었다. 또 자동차 경적 한 번 듣지 않고 생활했다. 일방통행로에서 천천히 길 한복판을 걸어도 뒤에서 천천히 따라올 뿐이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차가 조용히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았지만 그 경적 소리도 역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 19쪽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의 R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도 나의 그 R 발음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발표할 때나 아니면 책을 읽을 때의 R 발음과 일상적인 대화할 때의 R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을 보고 읽을 때는 당연히 신경을 쓰면서 읽으니 문제 될 건 없는데, 말할 때는 R인지 L인지 알게 뭐람! 어떻게 일일이 R과 L을 구분하면서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냥 말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심하게는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 61쪽 다음 날, 아침부터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어지러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게슴츠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를 부른 장본인을 봤다. 바로 옆방 학생이었다. 뭐라 묻기도 전에 뭔가를 내밀었다. 뭔지 몰라서 눈으로 질문을 했다. “감기 걸리면 우리는 이걸 마셔! 마셔봐!” “….” 나도 모르게 냄새부터 확인했다. 그는 이슬람교도로 라마단 행사 때, 양고기 요리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름도 기름이지만 냄새 때문에 먹지 못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며 미안해서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 이건 우리 엄마 비법이야!” “고마워!” 잠시 후 눈치 없는 오지랖퍼 라듀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 보니, 그도 뭔가를 쑥 내밀었다. “이게 뭐야?” “뱅쇼!” “그게 뭔데?” 그 유명한 음료를 모른다는 나를 이상하게 빤히 보더니 프랑스식 음료인데 감기에 좋다는 긴 설명과 함께 라스페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라스페가 임신 중이라 감기 옮을까 봐 자신이 대신 전해주러 온 거란다. - 103쪽 그렇게 난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고집부리며 한 학기를 더 다니며 안 들어오려고 버텼다.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공부에 집중도 잘 안 되고, 머리도 자주 아팠고, 멍청하게 있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안 했다. 엄마와 통화 전, 엄마께 전할 말을 정리했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고, 안 들어갈 거라고 고집부릴 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외우며 나를 세뇌했다. 그러나 엄마의 한마디에 마음이 내려앉았고, 많은 다짐은 무너졌고, 스스로의 세뇌는 허무하게 무지갯빛 비눗방울처럼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혼자서 많이 힘들어서 그래!” - 122쪽 내게 개명의 의미는 이제 그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관계 정리로 의미가 바뀌었다. 아버지의 삶에서 불청객이었던 내가 사라지는 것이 맞다. 출생 자체도 외면하고 싶었던 나를 그렇게 지워드리는 것으로, 또 내 삶에서도 아버지를 지우는 것으로,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관계 정리의 의미로 점차 내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자 개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비로소 내 이름을 찾았다. ‘곧고 올바른 빛으로 세상을 비춰라’, 혹 은 ‘빛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덮어라’라는 뜻을 가진, 뜻만 원대하게 큰, 그래서 그 뜻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내게는 부담이 많이 되는 그런 이름이다. 할아버지의 훈장님다운 작명이다. - 138쪽 또 본의 아니게 정리가 된 것은 엄마의 그릇들이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발견한 그릇들을 보며 무슨 그릇들이 이렇게 많냐고 묻자 결혼을 포기한 나와는 다르게 내 결혼의 가능성을 굳건히 확신했던 엄마는 혼수품으로 주려고 사 모은 것들이라고 하셨었다. “엄마, 혼수로 그릇만 해주려고 했어?” “좀 많기는 하다!” “좀이 아니라 너무 많아! 쓰던 것 버리고 이거 꺼내 쓰자!” 많이 아까워하시는 엄마였지만 난 그 그릇들을 꺼내어 사용했었다. 엄마가 떠나신 후, 그 많은 그릇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거처를 옮기면서 겪는 소음 알레르기로 인한 불면을 반복하면서 그 많은 그릇을 하나, 둘 잃었다. -197쪽 이맘때면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오는 ‘건강검진’에 대한 문자를 받는데, 난 여태껏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엄마가 계실 때는 오지도 않았던 그 문자가 하필이면 엄마가 떠나신 이후부터는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오고 있다. 한 해가 끝나 갈 때쯤에는 제발 좀 검사를 받으라고 애원하는 듯한 문장으로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뜻 그 건강검진을 받기를 꺼리는 것은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겁나서가 아니다.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서다. -200쪽
나 역시 독일 유학을 정말 조용한 곳에서 시작했었다. 하긴, 독일은 어디를 가든지 조용했다. 우리나라처럼 거리 곳곳에 유행하는 노래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다. 버스나 전차 안에서도 기사님의 강압적인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일도 없었다. 또 자동차 경적 한 번 듣지 않고 생활했다. 일방통행로에서 천천히 길 한복판을 걸어도 뒤에서 천천히 따라올 뿐이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차가 조용히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았지만 그 경적 소리도 역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 19쪽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의 R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도 나의 그 R 발음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발표할 때나 아니면 책을 읽을 때의 R 발음과 일상적인 대화할 때의 R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을 보고 읽을 때는 당연히 신경을 쓰면서 읽으니 문제 될 건 없는데, 말할 때는 R인지 L인지 알게 뭐람! 어떻게 일일이 R과 L을 구분하면서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냥 말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심하게는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 61쪽
다음 날, 아침부터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어지러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게슴츠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를 부른 장본인을 봤다. 바로 옆방 학생이었다. 뭐라 묻기도 전에 뭔가를 내밀었다. 뭔지 몰라서 눈으로 질문을 했다.
“감기 걸리면 우리는 이걸 마셔! 마셔봐!”
“….”
나도 모르게 냄새부터 확인했다. 그는 이슬람교도로 라마단 행사 때, 양고기 요리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름도 기름이지만 냄새 때문에 먹지 못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며 미안해서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 이건 우리 엄마 비법이야!”
“고마워!”
잠시 후 눈치 없는 오지랖퍼 라듀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 보니, 그도 뭔가를 쑥 내밀었다.
“이게 뭐야?”
“뱅쇼!”
“그게 뭔데?”
그 유명한 음료를 모른다는 나를 이상하게 빤히 보더니 프랑스식 음료인데 감기에 좋다는 긴 설명과 함께 라스페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라스페가 임신 중이라 감기 옮을까 봐 자신이 대신 전해주러 온 거란다.
- 103쪽
그렇게 난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고집부리며 한 학기를 더 다니며 안 들어오려고 버텼다.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공부에 집중도 잘 안 되고, 머리도 자주 아팠고, 멍청하게 있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안 했다. 엄마와 통화 전, 엄마께 전할 말을 정리했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고, 안 들어갈 거라고 고집부릴 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외우며 나를 세뇌했다. 그러나 엄마의 한마디에 마음이 내려앉았고, 많은 다짐은 무너졌고, 스스로의 세뇌는 허무하게 무지갯빛 비눗방울처럼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혼자서 많이 힘들어서 그래!”
- 122쪽
내게 개명의 의미는 이제 그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관계 정리로 의미가 바뀌었다. 아버지의 삶에서 불청객이었던 내가 사라지는 것이 맞다. 출생 자체도 외면하고 싶었던 나를 그렇게 지워드리는 것으로, 또 내 삶에서도 아버지를 지우는 것으로,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관계 정리의 의미로 점차 내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자 개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비로소 내 이름을 찾았다. ‘곧고 올바른 빛으로 세상을 비춰라’, 혹 은 ‘빛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덮어라’라는 뜻을 가진, 뜻만 원대하게 큰, 그래서 그 뜻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내게는 부담이 많이 되는 그런 이름이다. 할아버지의 훈장님다운 작명이다.
- 138쪽
또 본의 아니게 정리가 된 것은 엄마의 그릇들이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발견한 그릇들을 보며 무슨 그릇들이 이렇게 많냐고 묻자 결혼을 포기한 나와는 다르게 내 결혼의 가능성을 굳건히 확신했던 엄마는 혼수품으로 주려고 사 모은 것들이라고 하셨었다.
“엄마, 혼수로 그릇만 해주려고 했어?”
“좀 많기는 하다!”
“좀이 아니라 너무 많아! 쓰던 것 버리고 이거 꺼내 쓰자!”
많이 아까워하시는 엄마였지만 난 그 그릇들을 꺼내어 사용했었다. 엄마가 떠나신 후, 그 많은 그릇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거처를 옮기면서 겪는 소음 알레르기로 인한 불면을 반복하면서 그 많은 그릇을 하나, 둘 잃었다.
-197쪽
이맘때면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오는 ‘건강검진’에 대한 문자를 받는데, 난 여태껏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엄마가 계실 때는 오지도 않았던 그 문자가 하필이면 엄마가 떠나신 이후부터는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오고 있다. 한 해가 끝나 갈 때쯤에는 제발 좀 검사를 받으라고 애원하는 듯한 문장으로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뜻 그 건강검진을 받기를 꺼리는 것은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겁나서가 아니다.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서다.
-200쪽
서문
1. 소리 알레르기
소리의 추억
소리폭력
소리 알레르기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박살 나버린 꿈
본질을 잃은 사교육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어리버리하지만 괜찮아
영어 울렁증
독어 울렁증
공포의 R(에르)
언어 예절
불꽃놀이
흡연 구역
취객
붉은 악마
운전면허
직설법
이색 아르바이트
종교와 까치
4. 어설프고 서투른 싱글
김치 Day
섹시한 나
서투른 싱글
몸살감기
죽을 쒔다
못하고 안 하는 것의 불편함
인생의 방향치
5. 아버지, 그리고 여자가 되고 싶었던 엄마!
무지개가 되어버린 꿈
다시 제자리
불청객
6. 아버지의 굴레를 벗다
개명
7. 인생의 소용돌이
뒤통수
참담한 소용돌이
무너진 식단
8.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동양 원숭이
서양 원숭이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노화
9. 내 인생의 마지막 인연
중년의 솔로지만 나도 여자다
놓쳐버린 인연
10. 네버엔딩 홀로서기
미성숙과 서투름의 조화
서투른 홀로서기
수캐들
보이스피싱
네버엔딩 홀로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