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김도해 저 | 김진희 역 | 북랩 | 2021년 01월

미리보기 북트리

정가
$28.00
판매가
$15.4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31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10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91165395711 / 220쪽 150 x 21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7,820
  • 15,120
  • 15,300
  • 10,80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나 역시 독일 유학을 정말 조용한 곳에서 시작했었다. 하긴, 독일은 어디를 가든지 조용했다. 우리나라처럼 거리 곳곳에 유행하는 노래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다. 버스나 전차 안에서도 기사님의 강압적인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일도 없었다. 또 자동차 경적 한 번 듣지 않고 생활했다. 일방통행로에서 천천히 길 한복판을 걸어도 뒤에서 천천히 따라올 뿐이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차가 조용히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았지만 그 경적 소리도 역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 19쪽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의 R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도 나의 그 R 발음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발표할 때나 아니면 책을 읽을 때의 R 발음과 일상적인 대화할 때의 R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을 보고 읽을 때는 당연히 신경을 쓰면서 읽으니 문제 될 건 없는데, 말할 때는 R인지 L인지 알게 뭐람! 어떻게 일일이 R과 L을 구분하면서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냥 말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심하게는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 61쪽 다음 날, 아침부터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어지러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게슴츠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를 부른 장본인을 봤다. 바로 옆방 학생이었다. 뭐라 묻기도 전에 뭔가를 내밀었다. 뭔지 몰라서 눈으로 질문을 했다. “감기 걸리면 우리는 이걸 마셔! 마셔봐!” “….” 나도 모르게 냄새부터 확인했다. 그는 이슬람교도로 라마단 행사 때, 양고기 요리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름도 기름이지만 냄새 때문에 먹지 못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며 미안해서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 이건 우리 엄마 비법이야!” “고마워!” 잠시 후 눈치 없는 오지랖퍼 라듀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 보니, 그도 뭔가를 쑥 내밀었다. “이게 뭐야?” “뱅쇼!” “그게 뭔데?” 그 유명한 음료를 모른다는 나를 이상하게 빤히 보더니 프랑스식 음료인데 감기에 좋다는 긴 설명과 함께 라스페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라스페가 임신 중이라 감기 옮을까 봐 자신이 대신 전해주러 온 거란다. - 103쪽 그렇게 난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고집부리며 한 학기를 더 다니며 안 들어오려고 버텼다.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공부에 집중도 잘 안 되고, 머리도 자주 아팠고, 멍청하게 있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안 했다. 엄마와 통화 전, 엄마께 전할 말을 정리했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고, 안 들어갈 거라고 고집부릴 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외우며 나를 세뇌했다. 그러나 엄마의 한마디에 마음이 내려앉았고, 많은 다짐은 무너졌고, 스스로의 세뇌는 허무하게 무지갯빛 비눗방울처럼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혼자서 많이 힘들어서 그래!” - 122쪽 내게 개명의 의미는 이제 그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관계 정리로 의미가 바뀌었다. 아버지의 삶에서 불청객이었던 내가 사라지는 것이 맞다. 출생 자체도 외면하고 싶었던 나를 그렇게 지워드리는 것으로, 또 내 삶에서도 아버지를 지우는 것으로,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관계 정리의 의미로 점차 내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자 개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비로소 내 이름을 찾았다. ‘곧고 올바른 빛으로 세상을 비춰라’, 혹 은 ‘빛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덮어라’라는 뜻을 가진, 뜻만 원대하게 큰, 그래서 그 뜻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내게는 부담이 많이 되는 그런 이름이다. 할아버지의 훈장님다운 작명이다. - 138쪽 또 본의 아니게 정리가 된 것은 엄마의 그릇들이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발견한 그릇들을 보며 무슨 그릇들이 이렇게 많냐고 묻자 결혼을 포기한 나와는 다르게 내 결혼의 가능성을 굳건히 확신했던 엄마는 혼수품으로 주려고 사 모은 것들이라고 하셨었다. “엄마, 혼수로 그릇만 해주려고 했어?” “좀 많기는 하다!” “좀이 아니라 너무 많아! 쓰던 것 버리고 이거 꺼내 쓰자!” 많이 아까워하시는 엄마였지만 난 그 그릇들을 꺼내어 사용했었다. 엄마가 떠나신 후, 그 많은 그릇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거처를 옮기면서 겪는 소음 알레르기로 인한 불면을 반복하면서 그 많은 그릇을 하나, 둘 잃었다. -197쪽 이맘때면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오는 ‘건강검진’에 대한 문자를 받는데, 난 여태껏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엄마가 계실 때는 오지도 않았던 그 문자가 하필이면 엄마가 떠나신 이후부터는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오고 있다. 한 해가 끝나 갈 때쯤에는 제발 좀 검사를 받으라고 애원하는 듯한 문장으로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뜻 그 건강검진을 받기를 꺼리는 것은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겁나서가 아니다.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서다. -200쪽

저자 소개

  • 저자 : 김도해
저자 : 김도해
사회생활의 처음도, 그리고 50의 중반인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기도 어느 한 곳의 소형학원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 유일하게 잘하는 것, 그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고 그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문학을 사랑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을 꿈꿔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릿하게 기어가는 달팽이의 흔적처럼 내 느릿한 걸음의 흔적을 글로 남겼다.
어설픈 어린아이의 첫걸음처럼 낯선 곳의 문을 열고 막막한 그 첫걸음을 떼었다. 그 한 걸음 떼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글을 쓴다는 것, 글이 묶음이 된다는 것이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는 것을 묵직한 울림으로 배웠다. 이 첫걸음의 먹먹한 울림이 내게는 용기가,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진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일본어를 전공. 기업에서 일본을 오가며 마케팅과 신규 개발 업무를 활발하게 펼치던 중, 언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에 번역가로 전향하였다.

책 속에서


나 역시 독일 유학을 정말 조용한 곳에서 시작했었다. 하긴, 독일은 어디를 가든지 조용했다. 우리나라처럼 거리 곳곳에 유행하는 노래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일은 없었다. 버스나 전차 안에서도 기사님의 강압적인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일도 없었다. 또 자동차 경적 한 번 듣지 않고 생활했다. 일방통행로에서 천천히 길 한복판을 걸어도 뒤에서 천천히 따라올 뿐이지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차가 조용히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았지만 그 경적 소리도 역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 19쪽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의 R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도 나의 그 R 발음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발표할 때나 아니면 책을 읽을 때의 R 발음과 일상적인 대화할 때의 R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을 보고 읽을 때는 당연히 신경을 쓰면서 읽으니 문제 될 건 없는데, 말할 때는 R인지 L인지 알게 뭐람! 어떻게 일일이 R과 L을 구분하면서 말을 할 수 있냐고! 그냥 말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심하게는 놀림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 61쪽


다음 날, 아침부터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어지러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게슴츠레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를 부른 장본인을 봤다. 바로 옆방 학생이었다. 뭐라 묻기도 전에 뭔가를 내밀었다. 뭔지 몰라서 눈으로 질문을 했다.
“감기 걸리면 우리는 이걸 마셔! 마셔봐!”
“….”
나도 모르게 냄새부터 확인했다. 그는 이슬람교도로 라마단 행사 때, 양고기 요리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름도 기름이지만 냄새 때문에 먹지 못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며 미안해서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 이건 우리 엄마 비법이야!”
“고마워!”
잠시 후 눈치 없는 오지랖퍼 라듀가 문을 두드렸다. 열어 보니, 그도 뭔가를 쑥 내밀었다.
“이게 뭐야?”
“뱅쇼!”
“그게 뭔데?”
그 유명한 음료를 모른다는 나를 이상하게 빤히 보더니 프랑스식 음료인데 감기에 좋다는 긴 설명과 함께 라스페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라스페가 임신 중이라 감기 옮을까 봐 자신이 대신 전해주러 온 거란다.

- 103쪽


그렇게 난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고집부리며 한 학기를 더 다니며 안 들어오려고 버텼다.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공부에 집중도 잘 안 되고, 머리도 자주 아팠고, 멍청하게 있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안 했다. 엄마와 통화 전, 엄마께 전할 말을 정리했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고, 안 들어갈 거라고 고집부릴 말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외우며 나를 세뇌했다. 그러나 엄마의 한마디에 마음이 내려앉았고, 많은 다짐은 무너졌고, 스스로의 세뇌는 허무하게 무지갯빛 비눗방울처럼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혼자서 많이 힘들어서 그래!”

- 122쪽


내게 개명의 의미는 이제 그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관계 정리로 의미가 바뀌었다. 아버지의 삶에서 불청객이었던 내가 사라지는 것이 맞다. 출생 자체도 외면하고 싶었던 나를 그렇게 지워드리는 것으로, 또 내 삶에서도 아버지를 지우는 것으로,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그런 관계 정리의 의미로 점차 내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자 개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비로소 내 이름을 찾았다. ‘곧고 올바른 빛으로 세상을 비춰라’, 혹 은 ‘빛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덮어라’라는 뜻을 가진, 뜻만 원대하게 큰, 그래서 그 뜻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내게는 부담이 많이 되는 그런 이름이다. 할아버지의 훈장님다운 작명이다.

- 138쪽


또 본의 아니게 정리가 된 것은 엄마의 그릇들이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발견한 그릇들을 보며 무슨 그릇들이 이렇게 많냐고 묻자 결혼을 포기한 나와는 다르게 내 결혼의 가능성을 굳건히 확신했던 엄마는 혼수품으로 주려고 사 모은 것들이라고 하셨었다.
“엄마, 혼수로 그릇만 해주려고 했어?”
“좀 많기는 하다!”
“좀이 아니라 너무 많아! 쓰던 것 버리고 이거 꺼내 쓰자!”
많이 아까워하시는 엄마였지만 난 그 그릇들을 꺼내어 사용했었다. 엄마가 떠나신 후, 그 많은 그릇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거처를 옮기면서 겪는 소음 알레르기로 인한 불면을 반복하면서 그 많은 그릇을 하나, 둘 잃었다.

-197쪽


이맘때면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오는 ‘건강검진’에 대한 문자를 받는데, 난 여태껏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엄마가 계실 때는 오지도 않았던 그 문자가 하필이면 엄마가 떠나신 이후부터는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오고 있다. 한 해가 끝나 갈 때쯤에는 제발 좀 검사를 받으라고 애원하는 듯한 문장으로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뜻 그 건강검진을 받기를 꺼리는 것은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겁나서가 아니다.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서다.

-200쪽

목차

서문

1. 소리 알레르기
소리의 추억
소리폭력
소리 알레르기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박살 나버린 꿈
본질을 잃은 사교육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어리버리하지만 괜찮아
영어 울렁증
독어 울렁증
공포의 R(에르)
언어 예절
불꽃놀이
흡연 구역
취객
붉은 악마
운전면허
직설법
이색 아르바이트
종교와 까치

4. 어설프고 서투른 싱글
김치 Day
섹시한 나
서투른 싱글
몸살감기
죽을 쒔다
못하고 안 하는 것의 불편함
인생의 방향치

5. 아버지, 그리고 여자가 되고 싶었던 엄마!
무지개가 되어버린 꿈
다시 제자리
불청객

6. 아버지의 굴레를 벗다
개명

7. 인생의 소용돌이
뒤통수
참담한 소용돌이
무너진 식단

8.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동양 원숭이
서양 원숭이
파란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노화

9. 내 인생의 마지막 인연
중년의 솔로지만 나도 여자다
놓쳐버린 인연

10. 네버엔딩 홀로서기
미성숙과 서투름의 조화
서투른 홀로서기
수캐들
보이스피싱
네버엔딩 홀로서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