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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소설

파올로 코녜티 저 | 최정윤 역 | 현대문학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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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885508 / 312쪽 124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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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파올로 코녜티
저자 : 파올로 코녜티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코녜티는 열여덟 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진학해 수학을 전공하면서 문학을 공부했으나 학업을 포기하고 밀라노의 루키노비스콘티 영화 학교에 입학했다. 1999년 졸업 후 친구 조르조 카렐라와 함께 독립영화사를 설립해 사회, 정치, 문화예술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04년 앤솔러지 『공기의 질』을 통해 등단한 그는, 같은 해 단편집 『인기 있는 여자들을 위한 매뉴얼』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다. 2007년 단편집 『폭발 직전의 어느 사소한 것』을 발표, 2009년 이탈리아 사회의 각종 단면을 시사성 있게 다룬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로 스트라니에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산 생활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그는 자전적 수필이라 할 수 있는 『야생 소년』(2013)과 글쓰기에 대한 사색을 담은 『깊은 우물 낚시』(2014)에서 자신의 은둔자적 성향을 드러낸다. 그는 발다오스타의 해발 2,000미터에 집을 짓고 여름이면 그곳에서 지내며 난로와 테이블, 침대가 있는 집에서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쓴다. 스스로를 타인과 고독 사이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두며, 자신을 두 조건의 국경에 사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코녜티는 ‘불안의 시대를 사는 청년이 떠안은 불안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현대 이탈리아 문학의 흐름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부상했다. 연작소설 『소피아는 항상 검은 옷을 입는다』(2012)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여덟 개의 산』은 미국, 독일, 러시아, 중국 등 세계의 여러 출판사들이 판권 경쟁을 벌여 화제가 되었으며, 35개 이상의 국가에서 출간되고 있다. 코녜티는 『여덟 개의 산』으로 2017년 스트레가상과 프랑스의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 영국 PEN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역자 : 최정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피사대학교(Universit? di Pisa)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변역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만만한 세계도전, 이탈리아어 첫걸음> 동영상 강의를 진행하였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오페라로 배우는 이탈리아어> 연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여덟 개의 산> <노베첸토>가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최정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피사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변역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 혼자 간다! 여행 이탈리아어』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여덟 개의 산』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노베첸토』 『물이 깊은 바다』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어느 날 밤, 소피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중 그녀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었다. 창밖을 보았고 남자의 승합차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조등이 깜박였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곳에 서서 그 메시지의 내용이 명확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남자가 차에서 내려 창문 쪽을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모두 피웠다. 그런 다음 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마치 그녀를 짓밟듯이 신발로 뭉갠 뒤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
“소피아.” 간호사가 소리 내어 말했다.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그날 아침 소아과 의사는 아기가 위기를 넘겼다고 진단했고, 마침내 아기는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
_ 「여명」, 14쪽

마르타는 그 그림들의 가치가 얼마이든 간에 로사나에게는 용기를 주고 로베르토의 기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원시인으로 만들지 마.” 단둘이 있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난 요리사도 웨이트리스도 베이비시터도 되어달라고 요구한 적 없어. 로사나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난 상관없어.” 하지만 그의 무관심은 그 반대를 의미했다.
식탁 아래에서 소피아는 고모 앞에는 엄마의 샌들을, 엄마 앞에는 아빠의 모카신을 놓아두고 그렇게 서로의 신발을 바꿔치기했다. 마르타는 소피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이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이런 가족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니?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아니면 너도 이미 보잘것없는 여성으로 낙인찍힌 거니?
_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82쪽

클리닉에선 소피아가 나가기를 바랐다. 밤이면 병실을 돌아다녔고 몇몇 간호사들과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규칙을 지키는 법이 없었고 다른 환자들에게는 최악의 본보기였다. 어느 날 아침 마르타는 클리닉으로부터 이번이 마지막 통보이니 진료비를 수납하고 이제 그만 소피아를 퇴원시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게 뭐야, 폭동이라도 계획하고 있는 거야?” 주말 면회 때 소피아에게 물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는 하루도 못 배기겠니?”
소피아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놔주는 신경안정제 때문에 자신이 엄마처럼 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가끔 엄마의 영혼이 느껴졌고 밖으로 튀어나오려 해서 있는 힘껏 내쫓아야 했다고. 뭔가를 박살 내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간호사들에게 못된 말을 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 마르타가 소피아에게 물었다. “매 순간 감시당하는 걸 끝내고 네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거 없어?”
“연기를 하고 싶어요.” 소피아가 주저 없이 말했다.
_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106~108쪽

“기억나요?” 그에게 물었다. “딸에 대해 이야기했던 거 말이에요.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있고 당신은 밖에서 아이를 바라보았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었다고 했죠? 세상에서 당신의 위치와 익숙하던 순서가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이 그랬죠. 지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난 딸이 아닌 다른 누구로도 나를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이해돼요? 엄마를 돌봐야 하는 한은 말이에요. 그게 제 위치예요. 벌이라고 생각하고 살든가 현실을 인정해야겠죠. 아빠의 역할도 그런 거겠죠?”
그날, 엠마가 그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로베르토는 깜짝 놀랐다. 그는 아빠의 역할을 엄마에게 넘겼다. 로사나가 그에게 멋있다고 할 때처럼 그런 존경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자들은 상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를 사랑했다. 그 이미지에 싫증이 나거나 믿기 힘들 정도로 현실과 차이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로베르토는 그렇게 되는 순간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_ 「바람에 이끌려」, 140~141쪽

“뭐가 있어요?” 엠마인지 로사나인지, 동시에 두 사람인지 그 여자가 그에게 물었다. “뭘 봤어요?”
로베르토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난 본 게 아니라 보지 못한 거예요. 한낮에 그림자가 옆을 쓱 지나가는 게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러면 그게 새인지 구름인지, 뭐였는지 보려고 위를 올려다보지만 그땐 이미 늦었죠. 그게 뭐든 간에 이미 지나갔잖아요?
하지만 그건 로베르토와 같은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대답했다. “그냥 자동차예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 더 현명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언뜻 본 장면을 혼자만 간직했다.
_ 「바람에 이끌려」, 154~155쪽

“내 생각에.” 아빠가 말한다. “네가 관계에서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
“뭐가 지나치다는 거예요? 약간의 사랑이 아빠 눈에는 지나쳐 보여요?”
“사랑이 지나치다는 게 아니라 네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지나쳐 보인다는 거야.”
“제가 뭘 어떻게 표현한다는 말씀이세요?”
아빠는 한숨을 쉰다. “누군가에게 함께 있는 것을 요구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과 네 인생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말이야. 사랑한다고 그런 것을 요구한다면 모두가 너를 실망시킬 거야.”
“아빠, 그건 너무 슬프잖아요.”
“그렇지 않아.”
“함께하는 거요? 아빠는 결혼한 지 20년이 됐고 그게 전부잖아요?”
“있잖아.” 아빠가 말한다. “난 네 엄마와 잘 지낸단다. 너와 함께 있는 것도 좋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할 수 있어 행복해. 그런데 사랑은 어느 순간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곳에서 찾아온단다. 난 네 인생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없어.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로마에 가서 너의 길을 찾으라고 말하는 것 말고는 말이야. 딱 거기까지인 거야. 그리고 너도 내 병을 대신 앓아줄 수 없잖니.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말이야. 이 안에는 나 혼자야.”
_ 「무정부 상태가 언제 올까」, 184~185쪽

무라토레 씨가 위암으로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까지도 라고벨로 사람들은 그녀를 무라토레 부인이라고 불렀고, 로베르토가 죽기 훨씬 전에 소피아가 집을 나갔는데도 아이들은 그녀를 소피아 엄마라고 불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를 로사나라고 부르는 몇 안 되는 사람들조차도 두 가지 잘못을 용서하지 않았다.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점, 남편을 잘 보살피지 못한 점.
_ 「구해야 할 것들」, 232쪽

다음 장면에서 같은 여자가 카페 뒤편에 홀로 있다. 화장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시선이고 그녀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베이스와 드럼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이제야 그녀가 브루클린 강변에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한편에는 설탕 공장의 굴뚝들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맨해튼 미드타운의 고층 빌딩이 보였다. 안뜰은 울타리가 둘러져 있고 한쪽 구석에는 쓰레기봉투와 얼룩진 눈덩이가 쌓였고 그녀는 뒷문에서 새어나온 불빛을 맞으며 담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평범한 웨이트리스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선원 모자를 쓰고 추워서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홀로 가만히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소녀 같았다.
(…) 그러니까 우리는 전쟁 중이고 적들에게 포위되었고 도시의 중심에는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외출은 밤에만 가능하다. 극한의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인류에 대한 신뢰, 심지어 포용력도 있는 사람이다. 이상주의자가 아닌, 현실적이고 생각보다 사람들을 신뢰하는, 결단력 있는 우리 세대의 여자이다.
_ 「브루클린 세일러 블루스」, 250~258쪽

목차

여명
해적 이야기
수평선 같은 두 아이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바람에 이끌려
무정부 상태가 언제 올까
여배우들
마법에 관하여
구해야 할 것들
브루클린 세일러 블루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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