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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담, 제주 바다를 담은 그릇

정은희 저 | 호밀밭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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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971188 / 248쪽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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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제주에서 처음 생활할 때는 사람들이 원담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나는 그들과 함께 원담 안에 있었다. -본문 중에서 “멜 들엄져”, 제주 사람들의 입말을 통해 전해지는 ‘베지근’한 맛 책 곳곳에는 다양한 원담 사진과 함께 ‘제주 말’이 등장한다. 제주 말로 전달되는 원담 이야기는 책을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며, 말 자체를 곱씹어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른 새벽 마을에 울리는 “멜 들엄져”라는 소리에 사람들이 원담으로 달려가 ‘멸치’를 잡는 모습은 지금은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입말로 되살아난 기억들은 제주의 옛 문화를 한층 풍성하게 복원하고, 사람들에게 전달됨으로써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다. 원담 조사를 위해 현장을 다니며 많은 어르신을 만났다. 그분들은 직접 담을 보수했거나 고기를 잡던 분들로, 생생하게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그러나 대부분 고령이어서 언제까지 원담에 대한 기억이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늘은 원담 공동체와 어로 활동에 대한 기억의 기록이 가능했지만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 맥을 잇지 못한다면 역사적 사실의 기억도 사라질 것이다. -본문 중에서 물론 책 속에 삽입된 낯선 제주 말들은 책을 빠르게 읽는 데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제주 말 중 ‘베지근하다’라는 단어에 얽힌 일화를 들려준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 맛을 느끼기 어려웠으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베지근한 맛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말한다. 그곳의 언어로 삶을 감각하게 되는 것. 어쩌면 제주와 제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도 이런 것은 아닐까. 책에 등장하는 낯선 말들과 함께, 관광지로서가 아닌 생활 터전으로서의 제주를 느껴보시기를 권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는, 호밀밭출판사와 협성문화재단의 NEW BOOK 프로젝트 협성문화재단은 2016년부터 NEW BOOK 프로젝트 공모전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직접 쓴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기록하고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응모작 중 6편을 최종 선정한 뒤 도서출판 호밀밭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완성도 있는 책으로 선보인다. 2020 NEW BOOK 프로젝트에서는『중년직설, 그럼에도 불구하고』(김훈), 『그녀는 예뻤다』(남영화), 『원담, 제주 바다를 담은 그릇』(정은희),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김종하), 『아플 때마다 글을 썼다』(정나무), 『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허은희)가 선정되었다. 매년 6월 공모전이 진행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저자 소개

30여 년 전, 제주도 사람과 결혼해서 제주로 이주했다. 남편 고향인 어촌마을에서 시부모님과 안거리 밖거리에서 살며 제주 생활문화인(人)이 되어 갔다. 제주의 문화와 이주민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제주로의 이주가 급증하던 시기에 제주 알리기 일환으로 『제주 이주민의 역사』를 출판하였다. 오랜 기간 제주의 곳곳을 다니며 전통문화와 제주인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제주문화 속에 깃든 이야기를 기록하며 제주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제주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고,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문화와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 제주문화교육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30년 전 제주가 고향인 남편을 따라 제주로 왔다. 연애 시절 남편이 보내온 글 속에서 제주의 어촌을 만나곤 했었다. 제주로 이주한 뒤 새벽이면 이웃집 삼촌이 모는 경운기 소리에 잠을 깨고, 하루 두 번 뱃동서[한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덤장[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막대를 받아 그물을 울타리처럼 쳐두고 그물 안으로 들어온 고기가 나가지 못하게 설치한 것]으로 향하는 모습이 익숙해지며 어느새 어촌 마을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7쪽

제주에 여행 온 사람들은 여행길에 해안 풍광 속에서 많은 돌을 본다. 제주가 화산섬이어서 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며 해안가를 스쳐 지나간다. 해안가에는 화산 폭발 시 들끓었던 마그마의 분출물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 굳어진 다양한 모양의 용암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곳에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 어로 장치인 ‘원담’도 있다. 원담은 제주 사람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기를 잡던 장소다. 제주 해안에는 거친 돌이 많아 섬유로 만든 그물을 사용할 수 없다. 돌로 쌓아진 담이 고기를 가두는 그물 역할을 했다. 12쪽

원담에서 잡은 어・패류는 땅에서 얻기 어려웠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였다. ‘친정에 가면 굶어도 바다에 가면 먹을 것 싯나[있다]’ 할 정도로 바다에는 해산물이 풍부했다. 원담 안에서 잡은 해산물은 소소하게는 반찬으로 식탁에 오르고, 곡식으로 교환하거나 받은 현금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저축도 했다. 32~33쪽

땅 위의 밭은 소유주가 명확하여 마을공동체에서 협업 노동으로 씨를 뿌리고 가꾸어 열매를 맺었다 해도 수확물은 밭 주인의 소유가 된다. 그러나 바당밭인 원담에서 얻는 수확물은 자연이 주는 것으로 수익은 협업 노동에 참여한 구성원이면 누구나 공정하게 가져갔다. 멸치가 풍년일 때는 참여하지 못한 노인이나 병약자 등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원담은 이웃과 함께 활동하고 이웃을 생각하며 나누는 공동체 정신이 깃든 장소다. 76쪽

거센 바람이 부는 날은 어부들이 쉬는 날이기도 했다. 제주시의 한 ᄌᆞᆷ녀가 “어느 해안가 마을에는 어부들이 날 센 날만[바람이 많이 부는 날] 각시하고 자난. 애기 하나 나문[애기를 낳으면] 동갑이 한덴[많다] 했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물때가 맞지 않아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지 못해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진 결과”라고 귀띔해 줬다. 101쪽

제주에서는 장사하는 곳을 방문했는데 그곳에 손님이 많으면 “저 집에 멜 들엄져”라고 말한다. 그 말은 한가했다가 갑자기 많은 사람이 일시에 들어왔을 때 하는 말로 원담 안에 멸치 떼가 들어오는 상황과 비슷해서 하는 말이다. 112쪽

‘숭어 뛰면 복젱이[복]도 뛰당 원담에 배 걸령 죽나’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위로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는 숭어가 뛰어오른다고 해서 배가 부풀어 오른 복어가 같이 뛰다가 원담에 배가 걸려 죽는다는 것으로 자신에게 맞는 행동을 해야지 남을 따라했다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123~124쪽

제줏말 중 ‘ᄂᆞᆷ의 대동’이란, 공동체에서 주민들 사이에 분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일이 있을 때 개인적인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불만을 자제하고 공동체를 위하여 동참하자는 것이다. 이때 ᄂᆞᆷ이란 혈족을 넘어선 이웃 즉,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말한다. 138쪽

제주시 이호동은 6개의 자연마을에 마을별로 원답접이 있었다. 접원들은 봄에 반별로 구역을 나누어서 담을 정비했다. 반에서 책임져야 할 장소가 결정되면 각 반장은 집마다 보수할 곳을 지정해 줬다. 해당 가구가 맡은 곳의 담을 쌓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쌓고 참여하지 못한 사람에게 궐을 부담했다. 그러나 참여하지 않으면 이웃과 만날 때 불편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모두가 참여했다. 고기를 잡을 때는 구역을 정하지 않고 공동작업을 하고 수확물을 분배할 때는 마을의 촌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주도하여 접별로 나누었다. “넌 어멍 아방이 있으니 좀 더 가져가라”, “넌 혼자 사난 호꼼만[조금만] 가져가고” 하며 개인의 상황에 맞게 나누기도 했다. 160~161쪽

원담은 접근성이 용이한 장소에 있어 누구나 쉽게 찾던 곳이다. 그곳에서는 자연이 주는 것에 감사하며 필요한 만큼만 수확하였다. 또한 타인과 대동하고 협업 노동과 공동 분배, 이웃과 나눔의 미덕이 있었던 장소이다. 원담에 깃들어 있는 공동체 정신은 제주 사람과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매개이자 융합의 상징으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 원담을 살리는 것은 제주의 공동체 문화의 자산을 살려내고 미래 가치로서의 원담의 상징과 의미를 지켜내는 것이다. 245쪽

목차

시작하며
1. 제주와 돌 문화
2. 제주의 보물 원담
3. 원담과 해양 문화
4. 원담과 제주공동체
5. 원담이 있는 마을 이야기
맺으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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