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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456872 / 264쪽 140 x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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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형태와 빛깔이 다른, 저마다 고유하게 빛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물안개」는 사랑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갖게 된 삼례댁은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남편을 만나 오순도순 살아간다. 남편이 전처에게서 얻은 자식들도 살뜰히 살펴 키워냈다. 어느 날 남편의 전처가 돌아오고, 삼례댁과 남편의 사이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선물의 집」은 작은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은수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경로를 그리고 있다. 은수는 자신의 가게 맞은편 전자상회 직원 무호와 짧은 교제를 끝내고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가게에 방문한 손님 할머니는 그런 은수에게 자신의 ‘한 수’를 가르쳐주겠다며 가게에 들른 할아버지에게 즉석만남을 시도한다.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며 은수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일지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은 어느 요양보호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년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는 두 노인이 서로의 인생을 반추하며 새로운 사랑을 쌓는 모습을 봉선화 꽃물을 들이는 장면을 통해 섬세히 보여준다.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고 서로 연대하여 새로운 에덴을 창조해내는 이야기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괴로움에 엇나간 모녀관계를 갖게 된 민경은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선을 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우설에게도 결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게 된 두 사람은 학대받는 두 아이를 입양하여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은 긴 복도에 설치된 난해한 현대미술을 감상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이복 오빠와 새엄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나’는 타인의 애정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 고양이를 거두게 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정을 쏟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만난 의사가 ‘나’에게 뜬금없는 치과치료를 권유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몇 가지 환상적 장치를 통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물질주의와 동물성을 비판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그리고 있다.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신내림을 받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혼외자식을 낳은 ‘그 여자’는 정체 모를 아파트 소음에 시달린다. 이웃에 따져도 보고 관리기사를 불러 하소연도 해보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관리기사는 오직 그녀에게만 견딜 수 없는 소음으로 들려오는 ‘고유 진동수’의 문제일 수 있다는 답변만 들려준다. 이해할 수 없는 소음 탓에 이웃과 마찰을 빚는 여자를 이해해 주는 것은 14층 여자뿐이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여자는 변화를 맞는다. 「물과 불을 지나」는 미국에 잠시 체류하게 된 한국인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그들은 현지의 집을 렌트하면서 집주인 홀리, 에드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홀리는 미국문화에 서툰 현서 부부를 가르치려 하는데, 현서는 그들의 간섭과 과도한 요구사항들이 불쾌하다. 중첩되는 갈등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불가해함을 느낀다. 그러나 소설은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어떤 피로를 불러오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끝내 소통부재를 극복하고 피어난 유대의 소중함을 성실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연결의 기쁨을 선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살아야 할 것인가. 소설 속 인물들은 오해 속에 난관을 맞닥뜨리고 힘겨워 하지만, 그럼에도 소통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의 일면을 포착한다. 소설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자꾸자꾸 앞으로 나아가라고, 세상에 너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느냐고 우리에게 다정한 말을 걸고 있다.
P.25 간밤의 꿈이 생각난다. 꿈속에서 누군가가 삼례댁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럴 때의 삼례댁은 언제나 열아홉살이었다. 당신을 사랑해. 돌아보니 남편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꿈속에서 산을 오르고 손을 붙잡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돌아보면 상대는 언제나 남편이었다. 꿈속에서조차 상대는 남편이었다. 매번 그랬다. 삼례댁은 그 남자, 남편밖에 몰랐다.
P.73 왜 진즉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야만 들을 수 있는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아픈 이야기일수록, 깊은 동굴 속에 꼭꼭 숨어 있는 거다. 그날 늦은 오후, 1층 노부부의 안방에 있던 오동나무 반닫이는 2층 아들네 방으로 옮겨졌다. 진즉 그랬어야 했던 반닫이였다. 노인은 중년의 아들에게 미안해서 깨끗한 앞마당을 자꾸 쓸었다.
P.226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미움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싶다. 내가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이런 희망쯤은 품고 살아야 당연하다. 그렇게 내 운명에 길들여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내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P.93 내 상처 입은 영혼아. 내게서 떠나가라. 나는 새로운 나의 주인 희망을 맞아들였다. 나는 희망에게 복종할 것이며, 새로운 두 생명을 책임질 것이다. 나는 사랑할 것이다. 내 불쌍한 영혼아. 미련 없이 내게서 떠나가라.
물안개
바람, 바람, 코로나19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
선물의 집
물과 불을 지나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
내 안에 있는 나라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