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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꽃입니다 양영수 소설집

양영수 저 | 도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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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26258 / 35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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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46년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교수로 다년간 봉직했다. 2014년 장편소설 《불타는 섬》으로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중단편소설집 《마당 넓은 기와집》, 영문학 연구서 《D. H. 로렌스 문학의 해부》, 《영문학의 원류를 찾아서》, 《산업사회와 영국소설》, 비교신화 연구서 《세계 속의 제주신화》 등이 있다. 현재 제주에 거주하면서 전업작가로서의 애환과 고락을 뒤늦게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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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작가의 말
꽃이란 무엇인가. 꽃은 벌나비들을 불러들이는 힘을 갖고 있다. 벌나비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꽃을 보면 다가가서 본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꽃의 힘은 아름다운 자태이지만 벌나비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꽃의 향기이다.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사랑이 아니겠는가. 물체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인력(引力, attraction)인 것과 같은 이치일 터이다.

 

 

책 속에서

조릿대꽃과도 같이 위기를 맞아 피어나는 사랑의 또다른 예를 저는 호머의 서사시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오딧세우스 장군은 10년 동안의 고된 방랑 끝에 귀향하여 꿈에 그리던 아내 페넬로페를 만나는데, 오랜 세월 남편을 기다리면서 정절을 지켜내는 페넬로페의 아슬아슬한 수절 모험담은 유명하지요. 남편의 장기간 부재를 틈타서 천하의 영웅호걸들이 협박과 폭력, 감언이설과 계략으로 혼인을 압박하지만, 페넬로페는 끝끝내 총명한 지혜와 꿋꿋한 담력으로 이를 물리친다는 것이지요. 천신만고 끝에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그들의 장쾌한 러브스토리는 만인의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우리의 박수는 딱 여기까지만이라는 것입니다. 한 짓궂은 호사가가 끈질긴 추적 조사 끝에 찾아낸 진실에 따르면, 오딧세우스 부처의 갸륵한 사랑은 극적인 만남 이후에 시들해지고 결국에는 기약 없는 작별의 운명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위기 속에서 강해진 사랑 에너지는 그 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허무하게 사그라졌다는 얘기입니다. (「사랑은 꽃입니다」 중에서)

미술관 전시실로 들어선 홍 여인의 첫눈에 들어온 것은 그러나 박 화백의 아들이 아니라 그의 부인이었다. 다행히 부인은 어떤 그림 앞에 누구하고 나란히 서서 그림 설명인지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간간히 ‘관장님’이라는 호칭이 쓰이는 것만은 홍 여인의 귀에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단순히 그림을 보러 온 사람처럼 입구 쪽 그림에서부터 하나씩 감상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하였다. 그러던 홍 여인은 얼마쯤 걸어가다가 어떤 그림 앞에서 우뚝 멈추고 서서 누구한테 꽉 붙잡힌 듯이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어둡고 밝은 여러 가지 빛깔의 추억으로 아롱져왔던 그림이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눈앞에 걸린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대형 그림의 위아래 곳곳을 시선으로 어루만지면서 시간을 지체하던 그녀는 자신이 정작 보고 싶은 것은 그림 틀 아래 제목이었음이 생각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서 은빛 번쩍이는 철제 명패를 들여다보았다. 잠시 그림 제목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이 가만히 감겨졌다. 결국은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림 틀 아래에는 ‘탕아 돌아오다’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었던 것이다. (「가출기」 중에서)

부친의 무덤이 있는 공동묘지 뒷켠 끝자락에 당도하여 무거운 걸음을 옮겨놓던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지 않을 수 없었다. 모친이 당한 고독과 굴욕의 현장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가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친의 가짜 무덤은 없어져서 봉분 쌓았던 흔적까지 싸그리 지워져 있었고, 옆에 있던 부친의 무덤까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마구 파헤쳐져서 여린 속살 같은 흙덩이들이 시뻘겋게 드러나 있었으며 부친의 유물 항아리가 묻혔던 땅속 구덩이에는 시커먼 먹돌 덩어리들이 들어가 앉아 있었다. 그간에 있었음 직한 이곳에서의 사건들과 숙부의 노기 띤 얼굴표정이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멍하니 선 자리에서 눈앞을 바라볼 뿐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 줄 몰랐다. 돌기둥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나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하지 않는 듯이, 파헤쳐진 무덤 저 건너에서는 때 이른 봄날 아지랑이 무리가 꿈속에서처럼 가물가물 피어오르며 불현듯 이제까지 못 보던 아슴푸레한 환영을 만들고 있었다. (「봄날의 아지랑이 가물가물」 중에서)

상수는 6^25 참전 조선족 동포들의 이같은 증언을 확인하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후유―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친의 변신은 이유 없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인민군 포로들에 대해 어떤 잔학행위가 있었는지를 뜬소문으로나마 들어서 알고 있던 상수였다. 부친이 중공군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던 당시에 적군 포로에 대한 그들의 인도적 대우의 관행을 직접 목격하고 이에 감복한다면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믿고 싶었을 것이 아닌가. 더구나 부친은 4^3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같은 동족끼리의 무도한 살육행위를 직접 목도했었다. 무기 하나 없이 벌벌 떠는 무고한 양민들, 죽여야 할 아무 이유가 없는 무수한 민간인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었던 것이다. 두만강 포로수용소에서 부친이 보여준 것은 비겁한 변절이 아니라 고통스러우면서도 용감한 결단이 아니었을까. (「그림자 따라잡기」 중에서)

마음을 다시 가다듬은 이창우는 친구 박상훈의 연재 기사가 중단된 것을 놓고 실망할 일은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인간의 본능해방 역사에 담긴 심령 고양의 메시지를 알았으면 된 것이고, 유럽사람들 섹스풍속의 현장 체험에 대해 알아봐서 뭐 할 것이냐 싶었던 것이다. <꽃을 찾아서> 기사가 이창우의 마음에 일으킨 갈등의 파장을 겪는 동안 그는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하던 개심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어릴 적 친구 박상훈의 생생한 목소리를 심령구원의 복음으로 알아듣고 대오각성 분기탱천하는 심정으로 꿈만 같은 회춘의 가능성을 그려보기에 이른 것이었다. 어디선가 읽은 내리막길 남성클리닉의 지침 한 구절이 불현듯 생각나기도 하였다. 활활 타오르는 화톳불 피우기가 끝났다고 해서 캄캄한 암흑세계로 바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긴가민가 있는 듯 없는 듯 잿더미 속에 남은 불잉걸을 찾아보는 시기가 온다는 한 구절의 뜻을 음미하면서 오랫동안 쫄아들었던 그의 남성을 추슬러 볼 기백이 생겼던 것이다. (「꽃을 찾아서」 중에서)

 

 

목차

작가의 말

사랑은 꽃입니다
가출기
회전목마를 타다
봄날 아지랑이 가물가물
서예교실 여인네들
그림자 따라잡기
꽃을 찾아서
꽁트 10편

해설
화해와 교감의 목소리_장두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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