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예상일 안내
주문하신 상품이 한국에서 현지 배송을 위한 출고단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입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출고예상일에 다소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상품(예약상품포함)을 함께 주문하신 경우 출고예상일이 가장 늦은 날짜에 맞춰 함께 배송됩니다.

ISBN : 9788936478476 / 132쪽 125 x 200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
정일영
-
강현숙, 김경란, 김근아, 김은주, 박경란, 박선영, 박혜란, 정명희
-
도미닉 페트먼, 유진 새커
-
알베르 까뮈 외
- 15,750
- 16,650
- 27,000
- 15,300
출판사 리뷰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 오래도록 바래지 않을 빛그물로 빚어낸 우연의 순간 최정례의 시는 매혹적이다.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이념도 아니고 사상도 아닌/우리의 생활”(?창에 널린 이불?)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의 비밀스러운 면모를 포착해내는 데 최정례만큼 능숙한 시인은 없는 듯하다. 나무에 올라간 염소를 보면서 그들이 먹기 위해서거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라가기 위해 그냥/올라가서는/내려오지 못해/매달려 있는 것”(?삼단어법으로?)이라고 보는 독특한 시선과 “개미 한마리가 한강 다리를 지나가면 다리가 휘겠니, 안 휘겠니?”라고 물으면서 “거의 무에 가까운 무게지만 무게는 무게”(?개미와 한강 다리?)라는 기발한 발상이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해설에서 “이런 것이 바로 최정례다움의 일면”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하는”(?각자도생의 길?) 고독한 삶에서 ‘시적인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산문과 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최정례의 시를 읽다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공간의 유연한 흐름 속으로 빨려드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혼잡한 틈새를 넘나드는 ‘밑도 끝도 없는’ 두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홀린 듯 따라가게 만드는 산문시의 구조 속에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대로 세계 속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뒤섞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 “가치와 가치 사이”(신형철, 해설)의 무수한 얽힘을 시인은 ‘빛그물’로 엮어 “내가 모르는 나, 나라는 허상이/복제, 복제되고 있”(?우박?)는 초현실 같은 순간들을 시적인 순간으로 끌어올린다. “어둠을 통과해 더 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 세계를 말하는 동시에 “그곳으로 영혼이 조용히 앞질러”(?웁살라의 개?) 가는 딴 세상을 보여주면서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조차 “전혀 모르겠”(?젖은 바퀴 소리?)으나 “뭔가 가슴 찢는 게”(?매미?) 있는 삶과 존재의 이면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이수명 시인은 앞 시집(<개천은 용의 홈타운>) 추천사에서 최정례의 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시집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시인은 “산문으로 된 이야기 속에 시적인 것을 어떻게 밀어넣을 수 있을까의 실험, 아직 끝낼 수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극약 처분의 낭떠러지를/기어올라야 하는”(?1㎎의 진통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시 쓰기에 대한 시인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익숙하게 굳어버린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를 눈뜨게 하는 ‘산문시를 향한’ 시인의 탐험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밀려오는 구름의 내일을 내다보며”(?첫눈이라구요?) “울컥 쏟아질 것 같”(?긴 손잡이 달린?)은 심정으로 “병원 무균실에서 교정을 본다”는 시인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을 울린다.
존재의 배면에서 수줍게 숨어 있는 시가 좋다. 발갛게 숯이 되어 타고 있지만 꼿꼿이 서서 무너지지 않는 시가 좋다. 문 없는 문 안에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 어떻게 들어갔을까 어디로 나갈 수 있을까, 근원을 질문하는 시, 마음과 육신이 만나는 교량 위에서 김수영의 시에서처럼 늙음과 젊음이 만나고, 미움을 사랑으로 포용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나라를 팔아먹고 그 팔아먹은 나라를 위해 다시 목숨을 바쳤던 이들, 그들이 바로 우리 자신의 두 얼굴이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우리의 근원을 물으며 돌아가고자 했다. 더운 골짜기와 얼음 골짜기의 물이 만나 하나의 강물이 되어 흐를 때 어느 물 한방울로 그 원천을 증명할 수 있을까, 모순과 아이러니의 두 얼굴, 이 두 얼굴이 우리 근원 속에 도도히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개천은 용의 홈타운 이후 발표한 시들 중에 산문시 몇편을 덜어내면서 생각해보았다. 산문으로 된 이야기 속에 시적인 것을 어떻게 밀어넣을 수 있을까의 실험, 아직 끝낼 수는 없었다. 물론 시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의 더 근원적인 것을 향한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열심히 써냈지만 장치
가 느슨할 때는 너무 싱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시들을 덜어내었다. 이야기의 한 귀퉁이를 누르면 저쪽 세계에서 반짝이며 대답해줄 것 같은 이야기 시, 공간과 시간의 혼돈 속에서 시적인 물음들을 물으며 자기 갈 길을 가는 시들, 이곳을 말하면서 동시에 저곳을 말하는 알레고리의 시들을 이 시집에 포함하기로 했다
2020년 10월
최정례
공중제비를 돌았다
꿈속이었다
(…)
당나귀가 한밤중에 마구간을 뛰어넘어
공중제비를 돌았다
긴장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기쁨이 지나갔다
슬픔이 지나갔다
발을 굴렀다
공중제비를 돌았다
혼자였다
―「공중제비」 부분
천변에 핀 벚나무가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바람도 없이 꽃잎의 무게가 제 무게에 지면서, 꽃잎, 그것도 힘이라고 멋대로 맴돌며 곡선을 그리고 떨어진 다음에는 반짝임에 묻혀 흘러가고
그늘과 빛이, 나뭇가지와 사슴의 관이 흔들리면서, 빛과 그림자가 물 위에 빛그물을 짜면서 흐르고 있었다
―「빛그물」 부분
긴 손잡이 달린 편수 냄비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북두칠성은 편수 냄비 모양이고 그 잇댄 끝은 북극성, 작은 곰은 거기 꼬리를 댄 채 뒤집혀 있고, 큰 곰이나 작은 곰이나 하늘에는 그들만의 자리가 있고, 그것은 그들만의 일이고. 긴 손잡이 달린 편수 냄비의 그것을 따르고 있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뭔가를 잡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늘 잡고 있으려 했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긴 손잡이 달린 편수 냄비의 월요일이었다. 일요일 같기도 했다. 앉아서 컵을 제자리에 놓고 접시의 것을 먹고 그러면 다 되는 하루였다. 울컥 쏟아질 것 같았다.
―「긴 손잡이 달린」 부분
잠시 잠깐
저 노란 꽃과 눈 맞추는 것처럼
아이가
잠깐 기다려봐 내가
생일 선물로 사다리를 그려줄게
무슨 색 좋아해, 보라, 초록?
초록으로 그려줄게
사다리를 기다리는 그 순간만
세상이 푸르게 출렁이며 잠깐
그 잠깐을 뺀 나머지는 다 그들의 것
―「다른 사람들의 것」 부분
깊은 숲길에서 문득
가만히 서 있던 사람
모른 척하고 지나쳐버린
무성한 그 숲
그러고는 새벽에 깨어나
우짖다 멀어지는 새소리 듣는다
젖은 바퀴 소리 가까이 다가오다
멀어져간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는 전혀 모르겠고
―「젖은 바퀴 소리」 부분
그런데 가브리엘 카사졸라, 당신이 설마 마틸다 아로마이트의 그 가브리엘은 아니겠지요. 세상에 같은 이름은 흔해 빠졌으니까. 아니, 당신이 바로 그 마틸다의 가브리엘이라 해도 좋아요. 난 당신의 유혹을 뿌리칠 능력이 없어요. 내 계좌번호를 보내요. 씨티은행 4531-567-2984. 나의 천사 가브리엘, 당신이 보낼 25억 2천만 달러, 상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가브리엘 나의 천사, 감옥 속에 갇혀 있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같은.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같은」 부분
1mg의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설산을 헤매었다
설산의 빙벽을 올라야 하는데
극약 처분의 낭떠러지를
기어올라야 하는데
1mg이 너무나 무거웠다
1mg을 안고
빙벽을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 1mg마저 버리고 싶었다
너무나 무거워
엄마 엄마 엄마
죽고 없는 엄마를 불렀다
텅 빈 설산이 울렸다
―「1mg의 진통제」 전문
제1부
공중제비
각자도생의 길
빛그물
입자들의 스타카토
웁살라의 개
첫눈이라구요
이불 장수
내일은 결혼식
남의 소 빌려 쓰기
긴 손잡이 달린
앵무는 조류다
토끼도 없는데
애완용 인간
매미
제2부
소라 아니고 달팽이
삼단어법으로
개미와 한강 다리
4분의 3쯤의 능선에서
구멍 들여다보기
다른 사람들의 것
나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같은
월면 보행
젖은 바퀴 소리
모래와 뼛가루
국
기다란 그것
제3부
겨자소스의 색깔
과하마라는 말처럼
창에 널린 이불
방 안에 코끼리
어디가 세상의 끝인지
오늘은 오락가락 시작법
물리 시간 밖에서
입김
자리
여름을 지나는 열세가지 새소리
쓰나미
냄비는 왜?
제4부
접시란 무엇입니까
발자국은 리듬, 리듬은 혼
안개와 개
안개의 표현
줄거리를 말해봐
우박
물고기 얼굴
반짝반짝 작은 별
홈런은 사라진다
올드 타운
뒷모습의 시
원격조종
고슴도치에게 시 읽어주기
참깨순
1mg의 진통제
해설|신형철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