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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1235 / 104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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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시세계 시인선 [101]
출판사 리뷰
박권수 시인이 지켜보고 감내한 생(生)과 멸(滅)의 이중주가 “오래여서/ 그대로여서// 마르고 가벼워진 몇몇/ 미장원 불빛 아래 껌벅인다/ 서로의 등에 길들여져/ 무게가 무게를 위로하는 저녁”(「소제동 골목」)에도 연주되는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삶을 사유하는, 이 지독한 난청이 시인이 그리는 서정의 유화에 스며들며 신과 죽음을 소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엔 “아프지 마요// 나 거기 있어요”(「아픔은 배경 물들인다」)라며 끝없이 ‘나’를 던져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이 시인에게는 시의 익숙하고도 불가해한 본령인 것이다. 박권수 시인의 문장을 향한 집중은 탁월하다. 놀랍도록 단호하고, 견고하다. 그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그것에 촘촘한 의미를 부여한다. 박권수 시인의 문장은 양가성(ambivalence)을 가진다. 삶과 죽음 그 어느 하나를 긍정하지 않는다. 죽음을 향한 존재임을, 혹은 죽음을 향해 소진되는 실존임을 그는 보여줄 뿐이다. 그것은 “출판기념회 플래카드 적당히 가린 창문 그 사이로 필요한 만큼의 햇살 커서만 껌벅이는 컴퓨터 주변을 넘지 않는 오래된 책들, 한번도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본 적 없는 슬리퍼 한 짝이 책상 밑 깊은 곳에서 잠 청하고 있다//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 사소함에도 넉넉함 내어주는”(「구석」)의 문장처럼 시인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면서 단련한 ‘검은 침묵’의 세계이자 또한 오랜 습관으로 만들어진 세계와의 ‘적당한 거리’로부터 시작한다. 길상호 시인은 “저만치서 한 자락 햇살이 너울거린다. ‘깊은 곳에서 튀어나온 질긴 흉터’(「빗살무늬토기」) 같은 햇살이다. 엄마가 언젠가 ‘손끝으로 당’(「베란다 꽃은 지고」)겨보던 창가의 그 햇살이다. 고양이를 따라 담을 넘으려다 ‘그늘로 고꾸라지고’(「그림자 그늘 밟지 못하고」) 말던 햇살이다. ‘적당하다는 말 그만큼의 거리’(「아궁이」)를 두고 다가설 수 없는 햇살이다. 다가설 수 없어 더 환해지는, 그런 햇살이다. 우리는 모두 햇살을 그리워하며 그림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 마음이 추운 어떤 날은 햇살 쪽으로 건너가 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눈물도 균형 잃어’(「파문」)버리고 만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쪽에 남아 있는 ‘서로가 서로 토닥이는 소리’(「장미요양원」)가 아직 따뜻하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술잔에 남은 불빛 따라주고’(「포장마차」), 누군가는 ‘사소함에도 넉넉함 내어주’(「구석」)면서, ‘잘 견뎌냈다고/잘 기대왔다고’(「박쥐란」) 위로의 말을 건넨다. 박권수 시인의 시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이것이다. 그늘진 어깨를 다독여주는 손, 『적당하다는 말 그만큼의 거리』를 통해 내미는 손의 따뜻한 기운이 오래오래 당신의 마음에 머물길 바란다”며 두 번째 시집의 추천사를 썼다.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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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수 없는 것 하나둘
타들어가는 소리
높다
낯설고 불편한 것일수록
단숨에 삼키는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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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다는 말 그만큼의 거리로
공손하거나 비굴하지 않아
외로움도 삼키고
달구었던 멍 커지면
바닥에 내려 지친 것 기대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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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이나 낮은 곳에서
흔적의 무게마저 담보로 하지 않는 숨구멍
시간이 흘러도
오래
따스했다
--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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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떠날 때 내 안에 못이 자란다
못은 무게를 달리하며 굽어지고 부러지기도 하지만
형태는 그 사람 모습 닮아
바닥의 깊이 달리 한다
오랜 자국 검버섯처럼 피어 시간을 묻고
스스로 균열되어버린 자리
붉은 목젖 홍반 되어
닫히고 열고 열고 닫히고
반복이 일상을 두껍게 한 뒤에야
깊게 배인 녹
오래도록 그 무게 감당하고 있다
--
파란 색 줄무늬 흰 색 운동화
너의 바다는 아직 푸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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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를 뱉은 이끼
멍든 눈빛, 안녕
바닥으로 기어나온 비린내
젖은 헝겊에 누워
-
달라붙어 악착같이
수면이 말한다 걷지도 못하는 운동화
뜯긴 살점 벗겨낼 때마다
바다는 심하게 철썩이고
시간은 말이 없다
-
누군가의 품에
누군가의 눈동자에 안겨 있을 시간
너무 멀리 왔구나
바다는 갈라진 목소리로 운동화
질끈 동여매고
1부
거울 · 13
의자 · 14
못 · 15
봄의 무게 · 16
등 굽은 인사 · 17
낮술 · 18
푸른 세상 · 19
무말랭이 · 20
거꾸로 가는 사람들 · 21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22
아궁이 · 23
파문 · 24
처음이라 · 25
가을 · 26
구석 · 27
2부
시인 · 31
장미요양원 · 32
뭐혀 어여 와 · 34
고목 · 35
할미꽃 피고 지고 · 36
혼자 하는 식사 · 37
ㅇㅋ · 38
쥐들이 산다 · 39
파란 색 줄무늬 흰 색 운동화 · 40
건들장마 · 41
옥수수 씨앗 · 42
쉼표가 있는 역 · 43
청과상 김길자 씨 · 44
박쥐란 · 45
봄날, 터지다 · 46
3부
프로이드식 안부 · 49
인력시장 · 50
오래된 나무는 안다 · 51
느린 오후 · 52
소제동 골목 · 53
엄마가 살던 집 · 54
문상 가는 길 · 55
오래된 앨범 · 56
그림자 그늘 밟지 못하고 · 57
물집 · 58
차트번호 5959 · 59
컨트롤 씨 · 60
참 나 · 62
밥 한번 먹자 · 63
환승역 · 64
4부
동행 · 67
베란다 꽃은 지고 · 68
요양원의 봄 · 69
돌팔매질 · 70
ㅝ · 71
댓글 · 72
새치가 있는 하루 · 73
물푸레나무 · 74
아픔은 배경을 물들인다 · 75
귀가 · 76
그림자 · 77
떠난 자리 · 78
포장마차 · 79
빗살무늬토기 · 80
꿈꾸는 사회적 기업 · 81
해설 ‘못’의 자국들 혹은 죽음으로부터 삶을 사유하는 / 박성현 · 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