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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7851 / 124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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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물송이1, 물송이2, 물송이3…… 물이 되어 만나고 흘러갈 상처 입은 여성들의 역사 그녀(B, 32)는 남편이 술 취해서 오는 날이면 부엌을 치웠다 칼을 치웠다 부엌칼에서 멀리 아이를 떼어놓았다 멀리 아이를 감추었다 멀리 아이를 재웠다 깨어나면 죽을지 몰라 멀리멀리 잠이 들었다 물송이4가 달렸다 - 「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 부분 바다에 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안 소녀를 데리고 물송이1이 달린다, 상처를 감추기 시작한 소녀를 데리고 물송이2가 달린다, 깨진 발등이 드러나고 물송이3이 달린다, 검은 물을 쓰기 시작한 소녀를 데리고 물송이4가 달린다, 시 한 편에 넘어오는 그녀(B, 19)와 푸른색에 넘어가는 나의 밤 나의 바다 - 「나의 밤 나의 바다」 부분 앞서 언급했듯 신영배의 시에는 B로 표기된 수많은 ‘그녀’가 등장한다. A가 아닌 B, 혹은 비[雨]. 해설을 쓴 오연경은 이 명명법에 대해 “주류의 여집합으로 존재하는 ‘비非’주류로서의 여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세계와 언어를 흐르게 할 수 있는, 기성의 반대쪽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주류의 질서를 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는다”라고 설명한다. 실종된 15세 소녀(「풀과 교복」), 망치로 맞고 유기된 24세 그녀(「B, 풍기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32세 그녀(「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 등 나이와 함께 (B, 15) (B, 24) (B, 32)라 표기된 이들은 “십대부터 팔십대까지의 익명의 여성들로 확장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애에 걸쳐 폭력의 경우의 수를 축적해온 여성의 일대기로 압축된다”(오연경)고도 읽힌다. 하지만 그녀들은 폭력 현장에 고정되는 수동적인 존재로 남는 것이 아닌 유동의 ‘물송이’와 함께 움직임의 주체가 되어 날고 뛰고 흘러간다. 물로 씌어진 듯 언젠가 흔적 없이 말라버릴지라도, 끊임없이 씌어지고 잃어버릴 시가 물송이들을 추동하며 리듬감 있게 풀려나오는 이유다. 시라는 무대에 오른 나와 그녀 약한 존재들과 발맞춰 나아가는 용기 그녀가 구두로 등장하고 춤을 춘다. 나도 구두로 등장한다. 달이 밝다. 그녀가 모자로 등장하고 노래를 부른다. 나도 모자로 등장한다. 밝다. 그녀가 구두로 등장하고 내가 모자로 등장한다. 구두와 모자. 춤을 춘다. 노래를 부른다. 내가 구두로 등장하고 그녀가 모자로 등장한다. 구두와 모자. 춤춘다. 노래한다. 구두와 모자. 벌어진다. 구두와 모자. 멀어진다. 구두와 모자가 걸어간다. 그녀와 내가 걸어간다. 벌어지는 구두 멀어지는 모자, 벌어지는 모자 멀어지는 구두. 달빛 속에서 우리가 옮기는 것은 무엇일까. -「달밤」 부분(중략 표기 생략) 3부의 장시 「달밤」은 마치 이 시집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한데 모인 듯도 하다. “나는 시를 쓰면 안 되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솔직한 고민 앞에서 우리는 시인 신영배가 헤매고 있는 기묘한 숲과 골목을, 시적 자아와 나의 자리가 수시로 바뀌며 서로를 알아들을 수 없고 엇나가는 과정을, 한시도 멈출 수 없는 시 쓰기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다. ‘그녀’들을 바라보고 대화하여 한 발씩 나아가는 시의 여정. 이는 중간중간 삽입된 이탤릭체 지문들을 통해 무대 위에 오른 ‘나’와 ‘그녀’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으로도 압축적으로 제시된다. 시인은 묻는다. “달빛 속에서 우리가 옮기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집의 마지막 장에 이른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답을 느낄 수 있다. 곧 사라져버릴 듯한 환상의 세계라 해도, 어두운 밤 약한 빛 아래서 비릿한 공기를 마시며 함께 걷는 물송이들의 용기는 결코 미약하지 않다는 것을. 신영배를 읽는 우리도 오늘 “다 마르기 전에 눈을 한번 크게 뜨는 달밤” 아래 있다.
우울이 나를 가두고 구두를 감추었다.
물로 구두를 만들었다.
여기, 물구두를 신고 달린 기록.
2020년 가을
시인의 말
1부 물송이1과 물송이2와 물송이3과 물송이4와
달과 마트/애인에게 편지를 썼다/물안경/데이트/그녀는 가방을 안고 잠이 들었다/풀과 교복/물구두를 신고/개밥과 소녀/물속에서 손을 잡았다/터미널과 생리대/물과 B, 80/이불과 물의 방/숲과 물베개/물의자에 앉아/B, 풍기다/B, 48/사과를 팔았다/미용사 B와 비의 날/물버스 정류장/나의 밤 나의 바다
2부 물안경이 떠 있는 테이블
끌다/아주 희미한 건반/물안경과 푸른 귀/물가위/물꽃뱀상자/물걸레와 옥상/물기타/B와 나는 우산을 같이 쓰고 있었다/물악기/물운동화 1/물운동화 2/물운동화 3/칼과 물거울/물 빨간 구두/물고무줄 총/면도날과 물비행기/물안경이 떠 있는 테이블/방과 어항
3부 걸어가며 마르는 나무
달밤
해설 물物과 물[水] 사이 출렁이는 B의 세계?오연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