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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Die Wand

원제 : Die Wand

마를렌 하우스호퍼 저 | 박광자 역 | 고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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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519209 / 392쪽 110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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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더는 불리지 않는 존재, 더는 비교대상이 없어진 존재의 자기이해 그의 이름은 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타인과 구분되지 않을 때, 타인의 기대를 받지 않을 때, 이름이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도 몰개성해지지도 않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역설적이게도 이 궁핍 속에서 자기 자신을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낍니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누구의 기대도 느끼지 않는 유일한 자기 자신을요. 심지어 그녀는 실종된 가족이나 자녀, 친구를 사무치게 그리워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헌신적이고도 순도 높은 감정은 자신을 둘러싼 작은 동물들에게 쏟아지는 듯합니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벌이는 노동이 남긴 약간의 시간에는 그저 씁니다. 좋아하던 필기구도, 촉감을 고집하는 사치도 요구하지 않는 글쓰기가 그녀를 지켜냅니다. 챕터 구분도 기승전결의 포물선도 없는 낯선 읽을거리 \"이 책에는 챕터 구분이 없나요?\" ≪벽≫의 한국어판을 만드는 작업에서 몇 번이나 거듭되었던 질문입니다. 벽이 생긴 이후 고립된 상태로, 생존의 기반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여성에 관한 우화와도 같은 이 장편소설에서, 주인공의 시간관념은 무뎌지고 시계도 멀쩡할 리 없습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더듬어 추적한 일자 관념들이 엿보이는 대목마다 진동하는 듯한 서체를 적용해 눈에 띄엄띄엄 걸리게 디자인했습니다. 400쪽에 달하는 거대한 소설이지만, 배경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연극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 좁고 제한된 곳이 전 세계이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유일한 연결고리에 다름 아닙니다. 챕터로 나뉘거나, 눈에 띄는 변혁으로 나아가는 대신, 그저 현재지향으로, 생존지향으로 계속해서 씌이고 있는 글입니다. 보이지 않는 벽 너머로 한때 세계였던 폐허가 펼쳐지는 한편, 안쪽으로는 작지만 확실한 생명의 약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벽을 대단한 사회적, 생태적, 정치적 위기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범위를 좁혀생각해보면, 결국 벽은 나와 타인, 우리와 그들을 가르고 배제하는 일상적인 경계이기도 합니다. 이 벽은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익히 경험했듯 타자의 무방비한 침입을 맞서 돋아난 보호벽이 되는 법도 있을 거예요. 이 소설과 비슷한 소설이 몇 작품이고 떠오르지만 이 소설과 똑같은 것은 알지 못합니다. 18세기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새로운 세계에 발들인 ≪벽≫의 주인공은, 그러나 로빈슨 크루소처럼 자길 제외한 나머지 '그들'을 정복하지 않습니다. 19세기 헨리 소로의 ≪월든≫처럼 대자연 속에 처한 유일한 인간이지만, 엄숙히 독립을 선언하는 자주적인 인물로서, 선택하는 인간으로서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저자 소개

1920년 오스트리아의 시골 마을 프라우엔슈타인에서 삼림감독원의 딸로 태어났다. 린츠에서 가톨릭 김나지움을 다니다 건강 문제로 학업을 중단했다. 1939년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치르고 빈 대학과 그라츠 대학에서 독일 문학을 공부했다. 1941년 치과의사였던 만프레트 하우스호퍼와 결혼했고, 남편을 도와 병원 일을 돌보는 틈틈이 오스트리아의 신문과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다. 1950년 이혼했다 8년 뒤 전남편과 재결합했다. 1952년 마릴리라는 여자아이의 성정체성 갈등을 그린 단편 『다섯살』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장편 『한 줌의 삶』(1955), 『비밀 문』(1956), 『우리가 죽인 슈텔라』(1958) 등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소외받는 여성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을 발표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63년 지구상에 혼자살아남은 한 여성의 2년여 기록을 그린 장편 『벽』을 발표함으로써 잉게보르크 바흐만과 더불어 오스트리아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밖에 방송극과 동화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고, 푀르더 문학상, 테오도르쾨너 문학기금, 아르투어 슈니츨러 문학상, 오스트리아 문학상 등을 받았다. 1970년 골수암으로 투병하다 빈에서 사망했다. 1980년대 초 핵전쟁에 대한 위기의식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여성 문학 붐에 힘입어 『벽』이 재조명받으면서 전세계적으로 ‘하우스호퍼 르네상스’가 일어났다. 

역자 소개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남대학교 독문학과 명예교수. 현재 번역자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치유의 문학. 페터 한트케》, 《독일의 소설가 20인》, 《괴테의 소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벽》, 《치유의 문학 페터 한트케》, 《토끼와 함께한 그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공역), 《소설 횔덜린》, 《남자 그림이 되다》,《시와 진실》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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