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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떠나고 싶게 하는 위험한 여자의 책’ 투명한 젊음, 빛 아래 부서지는 분수의 물입자 같은 찰나적 감각이 포착한 생의 신 비! 이것이 김승희 시인의 『33세의 팡세』를 떠올리면 되살아오는 이미지들이다. 딱 그 두 배가 되는 66세에 시인은 새로워진 언어와 깊어진 사유, 자유로운 유영의 옷을 입고,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도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우리에게 사색의 갈피를 펼쳐 보인다. 베네치아가 어떤 곳인가. 토마스 만이 아니라도 베네치아는 죽음을 생각나게 한다. 검은 물때를 허리에 두르고 곧 가라앉아 사라져버릴 것처럼 두 다리를 물속에 잠그고 조용히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미로의 도시. 이 도시가 상징하는 소멸과 불멸, 생의 스러짐을 인식하기에 더욱 찬란한 생의 애착을 매순간 확인하는, 이 이율배반적인 베네치아의 미학에 김승희 시인만큼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 골목을 아무리 돌고 돌아도 그 만큼 뒤로 숨는 베네치아의 미로에 ‘글 쓰는 여자’로 길 잃은 듯 홀로 서서, 시인은 단순하게 깊어진 해방된 영혼만이 볼 수 있는 생의 심연을 돋우어 낸다. 아,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밤의 희미한 램프에 드러나는 수로를 따 라 불멸할 듯 잠든 이 물의 도시의 침묵에 합류하고 싶다. 『어쩌면 찬란한 우울의 팡세』는 이렇게 위험한 여성의 책이다. 불멸을 모르는 인간의 한계에 바쳐진 생의 경이와 찬가가, 역사의 무게에 곧 무너질 것 같은, 그에 저항하고자 덧없이 현란하고 화려한 베네치아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그렇게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에서 시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섬세한 팡파르 같은 햇빛이 오늘도 베네치아 물결에 가득하다. 가끔씩 성당의 종소리가 울린다. 이 찬란한 햇빛과 종소리만으로도 인생은 풍족하다.” - 최윤 (소설가)
김승희(지은이)의 말
불멸이란 말을 몰라
날마다 찬란했다
이 글은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쓴 하나의 팡세pens?다 . 팡세란 말이 사유나 생각, 사색을 의미하기에 이 책은 스토리나 서사가 없고 나라는 인간의 자아를 흘러가는 단편적인 사유의 편린들이 우발적으로 모여 있는 형식을 가졌다 . 33세에 『33세의 팡세』라는 책을 썼는데 꼭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 또 하나의 팡세를 쓰게 되니 신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이다 . 파스칼의 『팡세』는 1부 ‘신 없는 인간의 비참’과 2부 ‘신 있는 인간의 지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비참과 지복이 함께 어우러져 파동치는 내적 모순의 사유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이 책은 전혀 기행문은 아니다 . 또한 베네치아에 대한 구상화도 아니고 추상화도 아니다 . 그러나 베네치아가 이 책의 배경이니만치 베네치아의 햇빛과 물결, 골목길, 아름다운 문화유산들, 수상버스와 곤돌라, 예술과 역사 등이 담겨 있고 베네치아 멜랑콜리, 베네치아 카르페 디엠, 베네치아 메멘토 모리 등이 담겨 있는 자기성찰적 글쓰기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 이제 와 쓰는 자기 인생의 반성문? 연애편지? 베네치아의 거울 속에서만 보이는 자기 성찰의 모습이 담겼을 것이다 . 거울을 바꾸기 위하여 우리는 여기저기 누더기 같은 자아를 이끌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닌가 . 그렇게 자아란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거울의 전쟁 같은 것이다 . 그렇게 거울이 여러 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우리를 단일한 자아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해방감을 준다 . 그래서 여행은 때로 거울의 이동과 눈부신 해방감이다 .
그냥 가난한 마음으로 베네치아로 떠났다 . 베네치아의 물결 속에 지금껏 나와 연관된 모든 이름을 버리고 다시 ‘글 쓰는 여자’가 된 것이 너무도 슬프고도 영광스러웠다 . 글 쓰는 여자에게는 나이가 소용이 없다 . 글 쓰는 여자라는 말, 그 속에는 외로움과 자유와 회한과 우울과 아픔과 고독과 카르페 디엠, 혹은 메멘토 모리의 희열이, 그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 글 쓰는 여자라는 말, 어떤 척도尺度로도 측량할 수 없고 제한할 수 없는 그 말이 나는 참 좋다 . 하나의 빛이 모든 밤을 밝힌다는 것을 슬프게도 굳게 믿는 글 쓰는 여자 . 조금은 찬란하고 조금은 우울한 그런 이야기 . 어쩌면 아직도 그녀가 그곳에 살아 지금도 거기서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다.
작가의 말 불멸이란 말을 몰라 날마다 찬란했다 4
1부 나는 베네치아의 소녀시대
햇빛이 좋아서 고독이 좋아서 16
낯익은 것들의 감옥 18
베네치아풍의 그림엽서 속으로 들어가다 24
로렌초 퀸의 조각품 「서포트」 28
「여행에의 초대」 34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것들 36
입 닥쳐라 구글, 꺼져라 페이스북 38
여기는 헤테로토피아 44
멋있게 보이는 것과 진짜 멋있는 것 50
「비누 만드는 여자」 58
토마토 씨앗을 뿌리는 젤소미나를 생각하며 62
앞집에 사는 마네킹들 66
베네치아의 물과 아우라지의 물 69
하얀 빨래가 펄럭이는 해변가 72
오 솔레미오를 품은 사람들 76
2017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아서 80
꽃피는 사랑 옆에 바니타스가 산다 84
새벽마다 바닷새가 노크하는 집 86
나는 베네치아의 소녀시대 89
2부 가시나무새는 가시에 산다
카도로, 황금의 집 94
베네치아의 쌀 98
대학 가는 길 103
「베네치아처럼」 106
홀로와 호올로 108
게토 구역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만나다 110
고통과 펜은 동등하다:
‘깨진 심장’의 여인의 시 120
릴케의 베네치아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들:
고독이 없는 사랑은 미성숙이다 130
조금은 따뜻한 가족주의 136
아이를 업고 나는 비바체를 살았다 140
거지 신앙으로 성당 앞에서 143
고독의 세 가지 종류 146
조토의 대형 십자가 150
자아 판타지는 필요한가 154
인생은 아름다워 156
유대인의 유랑과 바이올린 162
(불)가능은 없다 164
보트가 새고 있다. 선장은 거짓말을 했다 166
삶과 죽음 이야기, 깨진 가슴 증후군 170
레테 강을 건너 므네모시네 176
가시나무새는 가시에 산다 178
3부 ‘덩달아’의 행복론
사랑의 아웃사이더 182
모란이냐 작약이냐 188
비가 옵니다, 베네치아의 가을비가 온다고요 190
물 이야기, 어두운 무의식의 극장 195
물을 먹고 사는 여자들 이야기 202
물의 영화 「시」를 생각하며
배우 윤정희와 양미자 208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에서
페스트를 생각하다 218
‘덩달아’의 행복론 228
산타루치아 기차역에서 230
저기 저 산 미카엘 묘지섬 234
행복 우울증, 설탕 우울증 242
우울증과 고추장찌개 250
미니멀리즘 256
돌에 새겨진 것들 257
여행은 자살 미수, 아니 부활 미수 258
바람을 옷으로 싼 여자
카포스카리 대학의 시 낭독과 특강 259
문학은 나의 오른쪽 심장 266
냉장고 속의 달걀처럼 우리는 267
움베르토 에코를 찾아 270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274
4부 인생은 각목 같은 것일지라도
달걀은 소중하다
세상의 미움을 받는 사람들 278
실패한 자의 샴페인 284
「성모 승천」 286
트럼프 대통령님, 아메리카 퍼스트 하지 말고
아메리카 라스트 하시오! 289
어쩌다 모두 다친 사람들 294
언니 수녀님의 소천 296
십자가 모양으로 길에 나동그라져서 300
파리와 로마를 다녀오다 302
런던에서 306
앰뷸런스 배가 달릴 때 312
인생은 각목 같은 것일지라도
소중한 것은 달걀이다 314
당신의 런웨이 318
추울 때 더 아름다운 새벽별 321
안녕, 베네치아, ‘알로라’라는 말 324
그림을 그리는 앞집 남자 327
Once is Enough 332
안녕히, 씨뇨라 킴 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