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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최지안 저 | 천년의시작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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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5214 / 164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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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미지의 시인이 그립다 나는 일개 소박한 로맨티시스트이고 조그만 낭만주의자일 뿐이다. 게다가 시골주의자, 자연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도시적인 분위기나 현대적인 소재에 대해서 낯설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들을 모른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런 세계가 없다고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읽는 최지안 시인의 시들은 매우 놀라운 작품들이다. 파들파들 뛰어오르는 물고기 같은 상상력이 있다. 도심적이고 현대적인데도 내가 완전히 모르는 세계는 아니다. 짐작이 간다. 싱싱함. 푸들푸들 떠는 그 어떤 경련. 그리고 막막한 두려움. 어둠 속에서의 탈출. 그 의지. 문득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는 듯하고, 내가 까마득한 모래벌판 사막 위에 홀로 던져진 목숨인 듯한 착각도 온다. 그런데도 마음속 저 밑바닥으로부터 그 어떤 희열 같은 것이 솟아오르는 건 왜일까? 시의 문장이 주는 힘이다. 젊은 상상력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시도 궁금하지만 시인의 미래도 궁금하다. 궁금하다는 것은 생명 감각. 최지안의 시는 무한한 생명의 시. 가지 뻗어 수없이 많은 줄기와 이파리를 매달고 꽃송이를 피워 주기 바란다. 나이 들면서 사막이 그립듯 나는 이렇게 젊은 미지의 시인이 그립다. 그이 앞길에 축복 있으라! ―나태주(한국시인협회장, 시인) 책 속에서 다도茶道 사람은 얼마나 홀짝이는 정오에 속해 있는지 나는 모른다. 모르니까 묻는다. 히비스커스, 저 괴로운 연인은 양파를 까고서야 운다. 일렁이는 오후의 찻잔 적요로운 것은 윗입술만 담가도 향을 올려낸다. 여기 꽃은 없는데, 나더러 뜨거워지라는 봄의 전말은 악취다. 온몸의 혈관이, 아랫입술의 주름까지 모두 간밤에 네가 내린 뿌리라는 듯 히비스커스, 나는 이맘때쯤 꼭 붉어져야 했다. 다정해질 수도 있었고, 머그잔을 들어 올리면 내 입술은 찻잔에 반쯤 먹힌다. 저 루주를 추려가면서 했던 말은 거짓말. 쟁반에 놓인 마들렌 부서지는 소리가 유언 같다. 찻잔은 홀짝이는 것으로 긴 레퀴엠을 대신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살아있다. 붉은 뺨을 한 겹씩 덜어 히비스커스, 우리가 기뻐하던 봄이 마른 꽃잎처럼 바스락거린다. 네가 걸어간다. 물속의 잠, 전복되는 부유물의 몸. 이맘때쯤 잎을 누이던 육감의 끝이다. 찻잔은 설거지감이 되어있고 저건 트로피야. 히비스커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다도茶道. 티백 속 뭉개진 얼굴이 가라앉기를 택한다. 기워내는 물고기의 춤. 너의 상처 난 비늘에 죽은 잎을 달아주는 한낮에.

저자 소개

  • 저자 : 최지안
저자 : 최지안
1993년 전북 익산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재학.

머리말


시인의 말


한참을 밖에 앉아있다 돌아왔지
눈 감으면 엷은 유리의 방 다 부서질까 봐

사랑스럽고 무구한 나의 천치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두 뺨에 잔뜩
물을 심어야 하니

이제 소개하는 밤의 정원

신에게서 아픈 니은을 앗아 온 나의 종교여


2020년 가을
최지안

책 속에서


다도茶道


사람은 얼마나 홀짝이는 정오에 속해 있는지 나는 모른다. 모르니까 묻는다. 히비스커스, 저 괴로운 연인은 양파를 까고서야 운다. 일렁이는 오후의 찻잔 적요로운 것은 윗입술만 담가도 향을 올려낸다. 여기 꽃은 없는데, 나더러 뜨거워지라는 봄의 전말은 악취다. 온몸의 혈관이, 아랫입술의 주름까지 모두 간밤에 네가 내린 뿌리라는 듯 히비스커스, 나는 이맘때쯤 꼭 붉어져야 했다. 다정해질 수도 있었고, 머그잔을 들어 올리면 내 입술은 찻잔에 반쯤 먹힌다. 저 루주를 추려가면서 했던 말은 거짓말. 쟁반에 놓인 마들렌 부서지는 소리가 유언 같다. 찻잔은 홀짝이는 것으로 긴 레퀴엠을 대신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살아있다. 붉은 뺨을 한 겹씩 덜어 히비스커스, 우리가 기뻐하던 봄이 마른 꽃잎처럼 바스락거린다. 네가 걸어간다. 물속의 잠, 전복되는 부유물의 몸. 이맘때쯤 잎을 누이던 육감의 끝이다. 찻잔은 설거지감이 되어있고 저건 트로피야. 히비스커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다도茶道. 티백 속 뭉개진 얼굴이 가라앉기를 택한다. 기워내는 물고기의 춤. 너의 상처 난 비늘에 죽은 잎을 달아주는 한낮에.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전람회 다녀오기

유리 테라스를 소개합니다 13
우람한 우림, 킹콩 16
삵의 집 20
아키코 23
무너지는 약속입니다. 무너지는 약속일까요? 24
인어의 함 27
사자 폐위식 32
재 겨냥하기 35
이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38
내가 바라는 재와 천사 40
푸쥬 43
울어주세요 양치하면서 48
이 기도는 구불구불한 예배당 앞길을 걸어 다닌다 50

제2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어지러이 쏟아져 있는

범법을 저지르는 수비대와 공터 55
광고: 서브웨이 나흐트 무지크 61
북향 64
CORRIDOR 66
다비드상의 축소 레플리카 모형을 제작했습니다 68
썩은 엉겅퀴 화원 72
잘생긴 블랑쇼 너를 John Doe라 부르고 싶은 75
부화한다 79
오늘은 브라운아이드소울 노래를 켜야지 82
스트로베리 칠러 84
20 86
홉의 벙커 88
너의 트위트 90
환희 92
관찰 일지 93
저 젊은 무희는 검무를 추다가 결국 나를 찌르겠지 98

제3부 없는 크리스마스 없는 생일, 없는

루루와 함께 105
쓰리 카드 몬테 108
봄의 아바나 110
조용한 방 조용한 거리, 심술 가득한 우리 마음 114
혼신의 비공감 1 118
가젤 같은 거 120
오고 계시죠 붉은 나무 흰토끼 숲 122
오르간 실버 124
뿔 난 순록을 만나서 126

제4부 뒤로 가기

파라핀으로 하는 쥐불놀이 129
막후에서 132
‘엘리베이터 맨’과의 조우 134
호키포키 136
네 시간 반 동안 시 쓰기를 실패한 날 139
셰일 142
빙점氷點 144
다도茶道 147
서리 내리는 저 심장의 웅숭깊은 곳 148

해설
이진경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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