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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저 숲이 먼저 나를 알아본다

정해강 저 | 작은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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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350982 / 118쪽 133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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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저녁강물처럼 흐르는 청년 시인의 시
자기연민, 죄책감, 허무를 노래한 청년시인 정해강
그도 지렁이처럼 제 몸이 닳도록 시를 썼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졌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은 이렇게 남았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그가 지은 작은 집 한 채다. 비록 육체는 사라졌지만 죽지 않은 그가 늘 우리를 초대하는 집이다.
남호섭(시인), 해설 중에서

출판사 리뷰

P. 16 진 창 사이로 찬 복도 바닥에 앉아 다리가 저리다 어느 틈에 다리는 감각을 잃었다 창 밖에서는 신선한 바람이 자유로이 뛰논다 아버지, 어머니. 비상구 표시등 아래에 죽음이 살림을 차렸다 한밤중에 길 잃은 나그네가 수백 개의 눈으로 감지한 불빛 그는 ... 더보기 P. 34 내일은 내일 끝난다 내일은 내일이 돼야 시작되고 내일은 내일이 시작돼야 끝날 수 있다 삶은 사람을 빚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을 마저 살아야 내일도 온다 어제 밥 먹고 일하고 똥 누었듯 오늘 그... 더보기 P. 44 안경 나를 벗겨낸 안경이 나를 보고 있다 안녕 안경, 나를 쳐다본다 텅 빈 눈으로 나를 벗고서

저자 소개

  • 저자 : 정해강
저자 : 정해강
1999년 전주에서 태어나 산청 간디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 다니다 입대했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했으며, 한 권 분량의 시를 남기고 입대 3개월여 만인 2020년 3월, 이 세상을 떠났다.

머리말

변화를 잉태하는 글쓰기



나는 시를 써야 한다
시는 마음을 고독하게 한다
고독은 영혼을 살찌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도
계속 써야 한다

걸음을 멈추지 말고
쉬어도 끝을 내고 쉬어야지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읽어야지

어디를 향해 가든지
그 자리마다 들꽃은 피어 있으리니
그 꽃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주자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살아라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나날을 보내는가

이제 한 달 뒤면 나는 군대로 간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시를 쓸 것이다

나는 누구를 또 만나야 하나
옛 친구들이냐
오래 전에 갔던 공간이냐
어릴 때 읽었던 책이냐
내 머리는 공허하다
내 마음도 공허하다

일단 우도에 가보려 한다
가서 일주일 정도라도
걸어 다니며 시를 쓰고 싶다
내 삶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종종하지만
어찌 될지는 모른다

이토록 허무하고
이토록 보잘 것 없는 내 글은, 내 시는,
내 인생은 어디에 자리매김 할 것인가
팔이 아프다

- 2019년 11월, 일기에서


책 속에서

(16쪽)
깨진 창 사이로


찬 복도 바닥에 앉아 다리가 저리다
어느 틈에 다리는 감각을 잃었다
창 밖에서는 신선한 바람이 자유로이 뛰논다
아버지, 어머니. 비상구 표시등 아래에
죽음이 살림을 차렸다
한밤중에 길 잃은 나그네가
수백 개의 눈으로 감지한 불빛
그는 발작 중에 힘을 잃어갔다
인간에게는 비상구인 것이
다른 짐승에게는 어떠한가
깨진 창 사이로
미풍이 불어오고 여기 멈췄다
모든 흔들리는 것들은 사실 정지해 있다
바람은 어디서나 생동한다
느낌은 주관적이나
나는 이것들이 조금 가여워졌다

(34쪽)
내일은 내일 끝난다


내일은
내일이 돼야 시작되고
내일은
내일이 시작돼야 끝날 수 있다

삶은 사람을 빚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을 마저 살아야
내일도 온다

어제 밥 먹고
일하고
똥 누었듯
오늘 그리하면

그러나
내일은 그냥 오지 않아서
오늘은 오늘도
죽음을 맞는다

숨진 오늘을
낙엽처럼 밟으며
강물처럼 유유히
걸어가 보려 한다


(44쪽)
안경


나를 벗겨낸
안경이 나를 보고 있다

안녕

안경, 나를 쳐다본다
텅 빈 눈으로
나를 벗고서


목차

제1부 깨진 창 사이로
삶
꿈
깨진 창 사이로
작아지기
눈이 감긴다
나비
물맛
시 창작 입문

제2부 내일은 내일 끝난다
우도야 게 섰거라
밤
아쉬울 때 그만, 하면
너 이제 다시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내일은 내일 끝난다
나는 너무 밝은 빛
구름
미안하오
백지
어떻게 그래
안경

제3부 그 길에
그 길에
우주
심청전
딸기
비웃다
기록되지 못한 삶
오버워치
화살
죽음
김치볶음밥
두부된장국

제4부 우도
염치
글쓰기와 시 쓰기는 다른가
이 밤에
새벽
에이, 뭘 그래
나는 죄인이다
쓸 것도 없어
무엇을
우도
숲

산문 | 나는 누구인가
연보 | 우리 오빠, 정해강
발문 | 미완으로 완성된 시집·남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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