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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벙커

추정경 저 | 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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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631837 / 248쪽 14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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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어느 평화로운 점심시간, 교실에서 집단폭행 사건이 일어났고 아이들은 가해자로 한 소년을 지목했다 “애들이 널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지? 웃기지 마.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거야.” 3학년 2반에는 모두가 싫어하지만 겁내는 아이가 있다. 바로 김하균이다. 같은 반인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김하균을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먹을 휘두르던 김하균에 대한 혐오가 폭발하고 교실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벌어진다. ‘나’를 비롯해 여섯 명의 아이들이 주축이 된 이 사건으로 인해 김하균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따라간 나는 반 아이들이 모종의 합의를 통해 나를 폭행의 주동자로 교묘히 몰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순간에 가해자로 몰려 학교로도 집으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된 ‘나’는 그 순간 수신자가 없는 메시지를 받는다. “7시 55분까지 한강으로 와.” 꺼림칙한 기분에 한강으로 간 나는 강물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소년을 목격하고 구하겠다며 무작정 강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우연히 한강대교 아래에 숨겨져 있던 비밀스러운 ‘벙커’의 입구를 발견하게 된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벙커. 그곳에서 ‘나’는 미스터리한 소년과 일곱 살 꼬마를 만나고, 두 사람의 도움으로 한 달 기한의 벙커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서는 매일같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던 나는 어느 날 우연히 하균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나쁜 놈’ 하균에게 말 못할 아픈 속사정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한편 벙커로 몰래 숨어든 김 사장과 김 할아버지가 세 사람의 일상에 끼어들면서 벙커에서의 생활은 점점 더 꼬여만 가고, 메시와 약속한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잊고 싶은 현실로 돌아가야 할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신비한 소년 ‘메시’와 ‘미노’의 정체는 무엇일까? 누구도 본 적 없었던 한강대교 밑 ‘벙커’의 진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자 소개

  • 저자 : 추정경
저자 : 추정경 울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방송 작가로 일했다. 엄마와 캄보디아로 떠나온 열일곱 살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린 『내 이름은 망고』(2011)로 ‘청소년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했다는 평과 함께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감가하는 돈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2017), 어느 날 테니스 유망주에게 들이닥친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검은 개』(2019), 도서관 안의 살인자를 쫓는 미스터리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2020)가 있다. 『마음이 쉬어가는 곳: 벙커』는 두 번째 작품이다. 십 대 시절, 인생의 그 부분을 숟가락으로 파서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기억이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

책 속에서

밖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온 건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
현관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다.
덜컥덜컥 문을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릴 텐데도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다.
마치 나란 인간이 이 철문 안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인 것처럼.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갈 곳이 없다.
25층 아파트 어디에도 내가 갈 곳은 없다.
-p.115

나 역시 녀석이 쌓아 올린 견고한 담벼락 안을 들여다보는 일 따위에 힘을 쏟기보다 덮어놓고 나쁜 새끼라고 생각하는 쪽이 편했다. 녀석이 왜 그런 폭력적인 아이가 되었는지 그 이유 따위는 알고 싶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p.12

“애들이 널 무서워한다고 생각하지? 웃기지 마.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널 싫어하는 거야.”
“닥쳐라!”
“김하균, 너 집에서 두들겨 맞고 다닌다며?”
“닥쳐!”
“네 아빠가 개 패듯이 팬다며!”
“닥치라고!”
-p.18

교실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분위기를 감지한 여자아이들 몇몇이 밖으로 나가자 4분단 앞뒤에 있던 두 아이가 문을 닫고 몸으로 입구를 막아섰다.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이상한 모의가 시작되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pp.20~21

심호흡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다리 근처를 살피던 그때, 반대편 강둑 가까이에서 깜빡이는 오렌지색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그 오렌지색 불빛이 내게 그곳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바다 요정 세이렌에게 홀린 듯 그 불빛을 향해 나아갔다. 곧 눈앞에 커다란 시멘트 기둥이 나타났다. 강물 속에 잠겨 있는 한강 교각의 아랫부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중앙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네모반듯한 모양의 완전한 직사각형 문이었다.
-pp.37~38

아버지의 삶이야말로 그 불쌍한 불쏘시개 인생 아닐까?
마음이 먹먹하다.
불쏘시개의 아들 역시 불쏘시개일 뿐이라서.
나도 뭔가를 태울 만큼 열정적인 삶을 살 것 같지 않아서.
내 인생이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재가 되어 고꾸라질 것 같다.
-p.110

녀석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하루를 그쯤에서 끝내 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일부러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다가온 불행을 일부러 벌집 쑤시듯 헤집고 터뜨려 끝을 보려고 했던 걸지도……. 녀석은 엄마가 내민 그 봉투를 집을 떠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게 분명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일기를 들여다보고 녀석의 진심을 알게 되어 버렸다.
-p.121

메시의 고함 소리에 벽이 흔들리며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사이 미노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벙커의 벽은 마치 살아 숨 쉬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벙커가 크게 휘청대는 그 순간 2층 해치까지 왈칵 강물이 솟구쳐 올랐다. 왈칵왈칵 피를 토하듯 해치가 강물을 뿜어 대자 벙커가 형체를 잃고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처가 난 벙커의 벽면이 꼭 사람의 생살같이 퉁퉁 부어오르며 벌겋게 피를 흘리는 광경을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 p.188

엄마는 늘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 않았나.
뚜껑을 열어보면 집집마다 골치 아픈 일 한두 가지쯤 짊어지고 사는 거라고 했다.
우리 집만 이렇게 정나미 뚝뚝 떨어지고 콩가루 날리며 사는 건 아니라고, 어느 집에나 집어 던져 박살이 난 물건 하나쯤은 있는 거라고 믿고 살아왔다.
가끔씩 들려오는 윗집 말다툼 소리에 마음이 편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우윤석의 문자를 보는 순간 속이 쓰리다 못해 아팠다.
치열 교정기를 끼고 늘 입가에 거품을 물고 있는 그 녀석이 부럽기까지 했다.
-p.106

다른 사람의 깊숙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더구나 그 상대가 전혀 알고 싶지 않은 김하균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니, 실은 녀석의 진심을 알고 이해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김하균이 왜 그토록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혔는지 그 깊숙한 속내를 알게 되면 그 폭력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까 봐 거부감이 들었다. 어쨌든 김하균이란 녀석을 그렇고 그런 ‘나쁜 놈’으로 기억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그 사람을 알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 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함정이 숨어 있다.
-pp.101~102

나는 세상 사람들이 부럽다고 말하는 열여섯 살이다.
세상을 다 주고도 가질 수 없는 찬란한 열여섯인데 지금 내 심장은 반환점을 찍고 돌아가는 마라토너처럼 지쳐 주저앉고만 싶다. 이렇게 의미 없이 살다간 앞으로도 내가 살아온 삶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힘들 거라는 걸 아는 열여섯의 마라토너이다.
-pp.229~230

목차

암모니아 그날의 김하균 노들섬의 소년 신의 아이들 그놈의 일기 김 사장과 김 할아버지 운동화의 진짜 주인 각성 게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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