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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물러가고

김수연 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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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5031 / 220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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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그날, 공장 안에서 있었던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다시 재연할 수도 없고, 오로지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정말 남는 게 없었을까요. 정말 그랬을까요. 가장 뜨거웠던 시절이 지나가고 다시 마주한 여름, 환호도 박수도 없는 그 여름의 끝에서 세 사람이 만들어가는 그들만의 무대 제지 공장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기계가 쏟아내는 소음에 묻혀 살아가는 김규남과 송태성. 두 사람의 인연은 수년 전, 규남이 중학생이던 태성의 학교에 방과후 교사로 찾아가면서 시작되었다. 규남은 과거 처참한 모의고사 성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만한 무언가를”(122쪽) 찾아다니던 짧지 않은 방황 끝에 ‘연극’을 선택했다. 길을 걷다 눈에 들어온 포스터에 마음이 끌려 보게 된 연극이 규남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놓았고, 그 순간 규남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이 바로 연극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후 규남은 이런저런 극단을 전전한 끝에 마지막으로 ‘시너지’에 몸을 담게 되는데, ‘누구나 쉽게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시너지의 모토에 따라 규남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게 되고 그 수업을 통해 태성과 만난다. 연극이 규남의 삶을 바꾸어놓았듯이, 태성 또한 난생처음 학교 무대에 올랐다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에 매료되어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규남의 다짐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다는 태성의 의욕도 모두 다 지난 시절의 추억이 되어버리고, 현재 두 사람은 다세대주택의 한 칸짜리 반지하방에 살며 공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할 뿐이다. 연극을 향해 품었던 마음을 억누른 채 지루하게 노동을 반복하던 중 규남이 도박으로 보증금 오백만원을 날려먹게 되면서 일견 평화로워 보이던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규남은 태성이 카페와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모은 오백만원을 날려버렸는데도 뻔뻔하게 태성에게 돈을 모을 ‘굉장한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규남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마치 대단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고 입을 열었다. ―OMR 카드로 사기를 치는 거야. 태성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자, 규남은 OMR 카드를 미끼 삼아 수험생 부모들에게 사기를 치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일하는 금명제지에서 올해 수능 시험지와 OMR 카드를 찍어낸다는 거짓말을 통해서. 그래서 있지도 않은 수능 시험지를 팔겠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었다.(38~39쪽) 태성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자, 규남은 OMR 카드를 미끼 삼아 수험생 부모들에게 사기를 치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일하는 금명제지에서 올해 수능 시험지와 OMR 카드를 찍어낸다는 거짓말을 통해서. 그래서 있지도 않은 수능 시험지를 팔겠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었다.(38~39쪽) 규남은 강남 학원가를 돌아다니며 수능 시험지를 판다는 거짓말로 돈을 벌겠다는 얼토당토않은 계획을 꺼내고, 그런 규남의 계획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태성은 규남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의 뒤를 따라나선다. 규남은 자신만만해하며 길을 나섰던 것과 달리 빼곡하게 정차해 있는 외제차들 사이를 거닐면서 이상하게 숨이 가빠오고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낀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 알맞게 놓여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혼자만 세상에 내던져진 듯한 비참한 기분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렇게 애초의 목적을 잊고 되는대로 정처 없이 걷던 규남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차에 부딪히고 만다. 이 우연한 사고로 규남은 열아홉 살의 한솔을 만나게 되고, 부잣집 아이인 한솔을 끌어들여 자신의 계획을 이어가려고 마음먹는다. \t\t “내가 했던 플레이는 도대체 무엇이었나. 그건 동사였을까, 아니면 명사였을까.” 규남과 태성은 눈앞에 닥친 현실을 지우고 허무맹랑한 계획을 세울 만큼 ‘매사 서툴고, 또 순진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비겁해’ 보인다. 그래서 한솔을 끌어들여 만들려는 연극의 제작기는 우스꽝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가 압도적일 때, 그 무게에 짓눌리기 전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게 했던 것을 향해 뛰어드는 건 용기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품어온 연극을 향한 마음과 연극을 처음 접했을 때 자신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기울어졌는지를 계속해서 되새겨보는 일은 동시에 어린 시절 품었던 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현재 자신의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규남과 태성의 연극 제작기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한때 자신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했던 그때처럼은 살아갈 수 없는 현재를 인정하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겠다는 다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다짐 속에서 연극이 이루어질 때에야 그것은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 때론 성취하고 자주 실패하고 간혹 사람들과 합심해 마음을 나누기도 하는 삶의 움직임 전반을 가리키는 동사로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름이 물러가고』가 갖는 또하나의 특징은 한편에는 태성과 규남, 그리고 한솔이 연극을 만들어가는 제작기가 자리잡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극단에 몸을 담은 시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려고 애쓰던 규남의 바람이 반영된 그 연극은 세 사람의 왁자지껄한 소동극과 묘하게 어우러지는데, 제지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처음부터 자신들만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마지막까지 일상의 한편에 나란히 놓여 있는 그 연극은 일상과 연극이 어떻게 병치될 수 있는지, 그 둘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로 모이며 일상의 테두리에 또다른 겹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할 것이다. ★ ‘스페셜 원’이라고 불리는 축구 감독 조제 모리뉴가 첼시 1기 감독이던 시절의 일이다. 모리뉴는 어느 기자에게 두 게임 연속으로 진 것에 압박감을 받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모리뉴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압박감? 압박감이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사줘야 하는데 돈이 하나도 없는 전 세계 수백만의 부모들이 느끼는 것, 그게 압박감이다. 축구에는 없다. 모리뉴의 그 말이 오래 나를 붙잡았다. _‘작가의 말’

저자 소개

  • 저자 : 김수연
저자 : 김수연
『브라더 케빈』으로 제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책 속에서

삼십 분 남짓한 시간 동안 태성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완전히 몰입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커튼콜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에야 태성은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태성을 향해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건 태성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태성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62쪽)

연극이 끝난 후, 규남은 이 우연이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운명이라 믿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키며 말을 주고받는 무대. 그 무대에서라면 규남은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그동안 방황하며 찾아 헤맸던 것이 바로 ‘연극’이라고 생각했다.(124쪽)

위대한 예술가가 처음 맞닥뜨리는 시련이 바로 가족들의 반대 아닌가. 규남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련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126쪽)

부자들이 가난을 탐하는 것처럼 나는 언제나 위대한 예술가들의 시련을 탐했습니다. 그럼 위대한 예술가가 될 줄 알았던 것이지요. 왜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었느냐고 묻는다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 제목의 시집도 있잖아요.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는. 모두가 삶의 어느 순간에 주목받기를 꿈꾸니까요.(187~188쪽)

—저기, 한솔아. 혹시 플레이라는 단어가 연극을 뜻한다는 거, 알고 있었니.
한솔이 규남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당연히.

한솔이 떠난 후에도 규남은 한참 동안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생각했다. 그러니까 자신 역시 플레이가 연극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을. 만약 잊지 않았었다면, 그럼 뭔가 달라졌을까.(194쪽)


 

목차

1부_009
2부_115
3부_185

작가의 말_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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