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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걷는사람 시인선 [15]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글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서 계속해 봤습니다
계속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뒤에는
늘 사람이 있었습니다
2020년 9월
이곳은 너무 캄캄해. 웨이터, 웨이터, 목소리는 빛처럼 칠흑을 따라 번져 가는데, 웨이터는 없고, 목소리로만, 우리는 기다리고, 웨이터, 웨이터, 조금만 더 우리는 기다려도 되나요. 보이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우리를, 우리가 찾아 돌아오도록, 웨이터, 웨이터, 부르면서 우리는, 웨이터, 웨이터, 다른 것이 될지도, 더 좋은 다른 것이, 될지도 모르죠.
—「Mass」 부분
과일가게는 내부수리중이라고 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누런 개는 느리게 마을을 돈다. 느리고 확실하게 죽어 가고 있다.
노을은 아무것도 거두어 가지 않는다. 저녁은 자꾸 돌아온다.
병든 모과 하나가 골목길 구정물 위를 구른다. 향기가 좋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서로의 얼굴에 더 가까이 간다.
향기가 좋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을 찾아 두리번거리면
우린 그걸로 끝이다. 체리를 씻는 흰 손은 등 뒤에만 있다.
대신 우리는 키스한다. 침 냄새에 옛날이 이끌려 나온다면
우린 조금 더 늙는 셈이다. 키스하면서 우리는 느리고 확실하게
죽어 갈 수 있다. 우리의 꿈이 골목 입구를 제대로 찾는다.
—「우리는 키스한다」 전문
그가 앉아 있다
3인용 가죽 소파 한 귀퉁이에
닳고 얼룩진 매트리스 위에
바람 부는 세 발만 남은 식탁 의자에
더럽혀진 2월의 눈밭 위에
쇠로 된 시소의 안장 한 끝에
어느 빌라 에어컨 실외기 위에
골목 어귀 콘크리트 계단 가운데
멋대로 웃자란 강아지풀을 뭉개고
엉망이 된 잔디의 검푸른 물 위에
나란한 두 개의 무덤 사이에
허기진 짐승의 늑골 곁에
말들이 끝나버린 입술 아래에
불가능한 사랑의 복숭아뼈 위에
그리고 다시 소파로
그는 돌아와 앉아 있다
슬픔이라곤 처음인 손님의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 부분
손가락 사이로 다 보았다
물고기를 뜯어 먹는 물고기
를 뜯어 먹는 접시를 뜯어 먹는 식탁을 뜯어 먹는 의자를 뜯어 먹는 엉덩이를 뜯어먹는 머리에게 시키는
손가락들이 이따금씩 엄숙하게 낄낄거렸다
—「비린내」 부분
태어나라 꺼져라 다시 일어나라
말하지 않고 모르는 얼굴로
얼굴 없는 그 명징한 얼굴로
뜨거워졌다가 식었다가
밤과 낮과 시침 사이와
오후의 모든 틈들에 있다
저곳과 여기와 아무 데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듯
폭 넓은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입속 깊이까지 줄 서 있는
말들을 향해 인사 건네는
도처의 치마 안쪽에서
지치지 않고
마중 나오는 눈빛들
한 줌의 낭비도 없이
공중에서 만나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 부분
1부
동거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기
스프링 노트의 스프링 홀
창문의 쓸모
(불)가능한 추방
이후의 잔
보물찾기
종합병원 구내 이용원
유리 판자
Mass
삼킨 것들
도로 끝, 그리고
라이프
2부
아프지 않게 조금씩 버려지는 코뼈
우리는 키스한다
미아
서 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배낭이 된 남자
도서관 사람
가위들
우리는 반쯤 잠이 든 채로
월미도
이국의 루이스
비가 내렸고 개가 없었다
사랑의 완성
연주를 하자
목젖의 시절
비대한 사람
국경일 오후
어루만지는 높이
3부
목뼈들
우리는 세계과자점에 가요
두 사람
맨발
스푼들
사양
미끄럼
목소리의 계속
얼룩 이야기
비린내
어느 날, 젤리피시
아니다
4부
의자 이야기
장래희망 달성 수기
인류 보편의 잡화상
뛰어내리는 달
브루클린
걸어도, 걸어도 젖지 않는
죽음이 말하는 한 방식
맨스플레인
어느 선한 의도에 대하여
여름 벽
붉은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
해설
시로 그리는 몽타주
-소유정(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