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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초대 이름을 불러 삶을 묻는다

김경집 저 | 교유서가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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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277808 / 300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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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명사의 세계 『명사의 초대』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장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쉽사리 마주치는 ‘이곳(近)’의 명사를 초대한다. 만년필, 종이, 컴퓨터, 명함 등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그다음 장에서는 집안을 채우고 있는 ‘여기內’의 명사들을 둘러본다. 창문, 의자, 접시, 액자 등이 눈에 띌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와 다소 떨어진 거리에 있는 ‘그곳遠’의 명사를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신호등, 광장, 우체통 등이 저멀리 모습을 들어낼 것이다. 이 중에 어떤 것들은 과거부터 만나왔고, 어떤 것들은 어느 틈에 서서히 사라진 탓에 미처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멀어지기도 했다. 반면 어떤 것들은 지금도 부지런히 쓰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새로 나타난 명사들인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왔다. 이렇게 드넓은 명사의 바다를 노닐다보면, 우리의 일상과 세계를 이루는 사물에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길을 건넬 수 있을 것이다. 명사의 이름을 불러 우리의 삶을 묻는다 인간의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내며 성장하고 발전했다. 더 많은 명사를 손에 쥐기 위해 싸웠다.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명사를 차지하기 위한 역사도 반복됐다. 이를테면 ‘명예’나 ‘권력’을 얻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목숨을 터럭처럼 버리기도 했다. 저자는 각 명사의 이름을 불러 초대한 뒤, 그 명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시간을 관통하면서 그 모습과 쓰임새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살아온 삶을 묻는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신용카드’가 불과 1950년에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사연과 한국에서 한때 ‘신용카드’가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는 수단이었던 까닭을 파헤친다. 또한 제2의 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안경’을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정조도 썼으며,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택시 첫 손님으로 ‘안경’ 쓴 사람을 피할 정도로 안경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한편 이제는 서서히 퇴장을 준비하는 명사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물성을 지닌 사물의 퇴장이 아닌, 거기에 담겼던 한 사람의 시간과 추억도 함께 기억의 건너편으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 뒷모습을 바라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체통’이 바로 그 대표적 예이다. 아직은 기념비처럼 길거리에서 간혹 마주치는,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는 빨간 우체통의 이야기를 읽으며, 편지를 보내고 난 뒤에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설렘을 소환할 수 있다. 이처럼 『명사의 초대』는 옛 향수가 그리운 5060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는 여행이, 2030세대에게는 부모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경집
저자 : 김경집
인문학자로 시대정신과 호흡하고 미래의제를 모색하는 일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삶을 꿈꾼다. 서강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을 전담하여 가르치다가 스물다섯 해를 채우고 학교를 떠나 자유롭게 글 쓰고 강연하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등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전을 새롭게 읽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고전, 어떻게 읽을까?』 『다시 읽은 고전』 『고전에 묻다』 3부작을 완결했고, 『인문학은 밥이다』 『엄마 인문학』 『생각의 융합』 『언어사춘기』 『어른은 진보다』 『생각을 걷다』 『인생의 밑줄』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나이듦의 즐거움』 등의 책을 썼다. 2010년에 『책탐』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다.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는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를 펴냈으며,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철학 교과서, 나』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등을 함께 썼다.

책 속에서


오르골은 충성스럽다. 오직 하나의 노래만 연주하지만 대신에 일관적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 오르골을 들으면 초심을 되살릴 수 있는 건 그런 일관성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오르골일까? _「오르골」에서

가장 끔찍했던 경우는 논문 몇 편을 새로 써야 했던 일과 거의 다 마무리된 책을 포기해야 했던 일이다. 한동안 패닉상태에 빠졌고 아무것도 알 수 없었으며 자신에 대한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만약 그걸 분실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논문과 책이 순산됐다면 다른 좋은 단계로 진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_「USB」에서

나는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창호지에 발랐던 압화가 드러내던 꽃의 황홀한 속살을 잊을 수가 없다.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은 어쩌면 더 간절했을 모습을 상징하는 듯해서 비싼 이중유리 창문의 무미함과 더 비교된다. _「압화」에서

아무리 도장을 힘주어 찍어도 약조를 지키지 못하거나 지킬 마음이 없다면 헛일이다. 장서인을 아무리 찍어도 책에서 읽은 내용을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 무의미한 날인이다. 아이들은 손가락 걸며 약속할 때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어 재확인한다. 도장의 힘은 결국 그 도장을 지닌 사람의 인격과 의지에 달렸다. _「도장」에서

‘말캉한 악몽’은 없어도 좋지만 ‘단단한 구름’을 머리맡에 둔 베개가 견뎌냈을 수많은 꿈들이 어디에 숨었을까, 얼마나 남았을까? _「베개」에서

그래도 한적한 길에서 차가 달려올 기미가 전혀 없을 때 갈등한다. 길을 건널 것인가,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약속한 신호를 지킬 것인가. 거창하게 그것도 신독愼獨의 수행이겠지만 텅 빈 길에서 굳이 지킬 이유가 있을까 싶은 실용적(?)인 생각이 사위지 않는다. 곤혹스러운 갈등이다. 그래도 살면서 겪는 갈등에 비하면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기다린다. 갈등하느니 차라리 준법이 편한 걸 아는 나이가 된 까닭일까? _「신호등」에서

미국의 작가이며 평론가인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사진에 관하여』에서 “사진이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허가증”이라며 사진은 이 세계를 백화점이나 벽 없는 미술관으로 뒤바꿔놓았다고 해석했다. _「사진」에서

사라져가는 걸 하나씩 느낀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물론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외면하는 건 아니지만 사라지는 대상은 단순히 물성을 가진 사물의 퇴장이 아니라 거기에 담겼던 나의 시간과 추억도 함께 기억의 건너편으로 물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_「우체통」에서

목차

명사를 초대합니다

근近

오르골/ 신용카드/ 가스레인지/ 지우개/ USB/ 숟가락과 젓가락/ 리모컨/ 라디오/ 압화/ 만년필/ 달력/ 잡지/ 북엔드/ 부채/ 사전/ 도장

내內

양말/ 아스피린/ 커피/ 선글라스/ 모자/ 베개/ 안경/ 샴푸/ 단추/ 물/ 면봉/ 손수건/ 참기름/ 와인/ 립밤/ 일회용 밴드

원遠

감나무/ 열쇠/ 신호등/ 다리/ 가로수/ 명함/ 세탁기/ 광장/ 화폐/ 사진/ 우체통/ 유치원/ 대문/ 고속도로 휴게소/ 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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