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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시리즈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최제훈 저 | 현대문학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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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885324 / 196쪽 104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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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연쇄살인? 모방범죄? 십계명? ‘단지 살인마’라는 허명 뒤에 숨은 진짜 살인자들의 피의 카니발 인간 존재의 어두운 욕망의 늪! 첫 번째 희생자는 폭력 조직의 20대 조직원이었다. 그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잘린 채였고, 최근에 신흥 경쟁 조직으로 옮겨 간 전력이 있었다. 두 번째 희생자는 모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인 여고생. 그녀는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이 잘려 있었다. 세 번째 희생자는 명동 일대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쓰인 붉은 십자가를 들고 다니며 아무에게나 호통치던 노파였고,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이 잘린 채였다. 세상은 이때부터 ‘단지斷指 살인마’라는 별칭을 사용하며 살인범을 쫓기 시작했다. 네 번째 희생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박봉으로 고용해 주말도 없이 일을 시키던 공장 사장. 주식 전업투자자인 ‘나’는 네 번의 연쇄살인 사건에 묘하게 이어지는 패턴을 찾아내고, 뒤이어 일어난 다섯 번째 희생자를 통해 이 사건이 한 사람에 의해 벌어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관찰자에 머물던 나는 열일곱 살, 내 정신과 몸을 갉아먹은 동급생 악마를 떠올리고, 이 사건에 적극 개입하기로 결심한다. ‘단지 살인마’에 얹혀 완전범죄로 끝날 듯싶던 나의 복수극은 목격자가 나타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만 그 목격자 역시 ‘단지 살인마’ 뒤에 숨은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 협박과 회유로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위안과 공감, 불안과 불면을 나눠 갖는 사이로 발전하는 듯 보이나 여덟 번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틀어진다. 살인 사건인가? 연쇄살인인가? 모방범죄인가? ‘단지 살인마’라 불리는 연쇄살인범 뒤에 숨어 개인적 복수를 감행하는 또 다른 살인자들, 살의로 가득한 사회를 그린 소설이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서른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인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 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구본창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구본창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 사진 디자인 전공, 디플롬 학위 취득. 국내외 40여 회 개인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박물관, 보스톤 미술관, 휴스턴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삼성 리움 등 다수의 박물관에 작품 소장. 작품집 한길아트 『숨』 『탈』 『백자』, 일본 Rutles 『白磁』 『공명의 시간을 담다』 등.

저자 소개

  • 저자 : 최제훈
저자 : 최제훈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7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위험한 비유』,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나비잠』『천사의 사슬』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머리말


연못에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한다. 수면에 무수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동심원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해준다.
여기저기 떨어지는 무상無常한 중심들,
파동으로 자신을 넓혀 서로에게 다가가는,
곡선으로 만나 겹쳐지며 새로운 무늬를 그리는,
들리는 건 은은한 빗소리뿐.

여섯 번째 동심원을 내놓는다. 빗방울의 공상을 종이에 인쇄하기까지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연못에서 우연히 만난 당신께도 반가운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닿기 위해 퍼져 나가고 있다.

 

책 속에서


* 주식판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개별 연주자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들을 끌어모았다 하더라도 각자 제멋대로 연주한다면 그건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이들을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묶는 건 악보다. 그 종이 쪼가리가 무의미한 소리 파편을 웅장한 교향곡으로 바꾸어놓는 것이다. 내겐 HTS 창 위를 흐르는 투명한 악보가 보인다. 남실거리는 오선 위로 꼬리를 흔들며 지나가는 음표들의 노래가 들린다. 그 선율에 손가락을 맡기고 매매하면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다. 오픈된 정보들에 한 스푼 첨가되는 마법의 약물.
-19쪽

* 십계명의 비밀을 엿본 순간부터 거대한 악보 속에 던져진 느낌이었다. 넘실거리는 오선 위로 내 키보다 큰 음표들이 꼬리를 휘저으며 헤엄쳐 다녔다. 높은음자리표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도돌이표가 솟아올라 앞을 가로막았다. 접객실 벽에 걸린 병원 홍보 달력도 화음을 이루며 악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빨간 네모에 갇힌 오늘 날짜는 17일. 공교롭게도. 16의 미숙함과 18의 성숙함 사이에서 17이 맵시 있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34쪽

* 백팩을 풀어서 물건들을 여기저기 정리해 넣었다. 집에 놔두면 한 번쯤 요긴하게 쓸 상비품을 구입한 셈 치기로 했다. 언젠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김치를 담그다가 정전이 되어 헤드 랜턴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46쪽

* 그녀는 도스토옙스키를 흠모하는 노문과 학생이었다. 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것도 그 러시아 대문호였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스메르자코프, 이 안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다 있는 것 같아. 김밥처럼, 하나로 돌돌 말려서. 처음 같이 밤을 지새운 날 그녀는 손가락으로 내 가슴에 소용돌이 문양을 그리며 말했다.
-76-77쪽

* 담뱃갑에는 열 개비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똑같이 생긴 열 명의 사람이 모여 서서 나를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 10, 손가락, 십계명. 왠지 불길하다는 핑계로 결국 한 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메마른 향기가 기도를 긁으며 내려갔다. 마지막이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150쪽

 

 

목차

단지 살인마 009

작품해설 168

작가의 말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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