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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7870431 / 216쪽 11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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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득 시리즈 [2]
반디앤루니스 리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고 있는 토속적 세계와
아이러니와 페이소스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역설적 해학의 세계를
평범한 일상사로 그려낸 천재 작가 김유정을 만나다!
‘문득 시리즈’로 다시 만나는 김유정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소설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를 다시 만나는 새로운 경험
문득은 공명의 문학 브랜드 스피리투스가 야심차게 소개하는 문학 시리즈다.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 프란츠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에 이어 네 번째 작가로는 김유정의 《떡》을 소개한다. <봄봄>과 <동백꽃>으로만 알고 있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아직 읽지 못했던 그의 작품에서 새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히는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란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겨울이 왔건만 솜옷 하나 못 얻어 입고 겹저고리 두렝이로 떨고 있는 옥이 말이다. 이것도 한 개의 완전한 사람으로 칠는지 혹은 말는지!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_김유정, <떡> 중에서
서두 단 두 문장만으로 <떡>은 낯선 세계로 통하는 블랙홀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 자체로도, 유정의 작품 세계 안에서도 낯선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라니! 익히 우리가 아는 <동백꽃>이나 <봄?봄>의 세계가 아닌, 낭만과 유머와 따뜻한 시선 대신, 사실적 알레고리와 날카로운 냉소와 건조한 관찰로 가득한 김유정답지 않지만 김유정이 분명한 그 낯선 세계로《떡》은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봄?봄>의 ‘낭만적 사실주의’와 <동백꽃>의 ‘서정적 낭만주의’, <만무방>, <땡볕>, <따라지> 등 비참하고 비루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되 종국에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품으로 우리 문학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김유정은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불과 5년 만에, 수필 12편, 편지와 일기 6편, 번역 소설 2편 외에 무려 30편의 소설을 남긴 다작의 작가기도 하다. ‘풍자와 아이러니’가 가득한 작품으로 ‘우리 소설계에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받는 김유정, 그리고 ‘한국 단편 문학의 결정체’라 평가되는 유정의 소설은 현실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지만 ‘계몽’의 욕망도, ‘고발’에 대한 강박도, 당대 지식인이라면 대개는 가지고 있던 ‘사상’의 억압도 없다. 그의 소설에는 다만 투명한 현실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오롯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낭만성과 유머(페이소스),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모두 없는, 대신 사실적 알레고리(정확히는 알레고리화된 현실)와 날카로운 냉소와 건조한 관찰만이 가득한 작품이 바로 <떡>이다.
출판사 리뷰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히는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란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겨울이 왔건만 솜옷 하나 못 얻어 입고 겹저고리 두렝이로 떨고 있는 옥이 말이다. 이것도 한 개의 완전한 사람으로 칠는지 혹은 말는지!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_김유정, <떡> 중에서 서두 단 두 문장만으로 <떡>은 낯선 세계로 통하는 블랙홀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 자체로도, 유정의 작품 세계 안에서도 낯선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라니! 익히 우리가 아는 <동백꽃>이나 <봄?봄>의 세계가 아닌, 낭만과 유머와 따뜻한 시선 대신, 사실적 알레고리와 날카로운 냉소와 건조한 관찰로 가득한 김유정답지 않지만 김유정이 분명한 그 낯선 세계로《떡》은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봄?봄>의 ‘낭만적 사실주의’와 <동백꽃>의 ‘서정적 낭만주의’, <만무방>, <땡볕>, <따라지> 등 비참하고 비루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되 종국에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품으로 우리 문학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김유정은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불과 5년 만에, 수필 12편, 편지와 일기 6편, 번역 소설 2편 외에 무려 30편의 소설을 남긴 다작의 작가기도 하다. ‘풍자와 아이러니’가 가득한 작품으로 ‘우리 소설계에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받는 김유정, 그리고 ‘한국 단편 문학의 결정체’라 평가되는 유정의 소설은 현실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지만 ‘계몽’의 욕망도, ‘고발’에 대한 강박도, 당대 지식인이라면 대개는 가지고 있던 ‘사상’의 억압도 없다. 그의 소설에는 다만 투명한 현실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오롯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낭만성과 유머(페이소스),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모두 없는, 대신 사실적 알레고리(정확히는 알레고리화된 현실)와 날카로운 냉소와 건조한 관찰만이 가득한 작품이 바로 <떡>이다. 내용 및 특징 먹는다는 것 혹은 산다는 것의 비루함 <떡>이라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상황 자체는 물론 유머러스하고, 그 유머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너무 많이 먹어 죽을 뻔한 아이의 이야기니 우스울밖에. 그 웃음이 ‘먹는다는 것’, 즉 먹고 사는 일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페이소스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정은 충분히 김유정다운 세계로 그려 보일 수 있었던 이 ‘황당’한 해프닝을 의외의 냉소와 건조한 관찰로 그저 전달하기만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소설 속 현실은 무게의 균형을 잃고 알레고리로 기운다. <떡>은 유정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다. 주인공 시점이거나 관찰자 시점이거나, 그의 작품 속 목소리는 작품 안 인물들과 밀착되어 있지만 <떡>의 목소리는 거의 리포터에 가깝다. 그만큼 인물들과 멀고, 그만큼 건조하다. 심지어 <떡>에는 ‘증언’이라는 객관적이고 건조한 서술방식까지 담겨 있다. 이렇게 건조한 목소리로 그려지다 보니 <떡>의 세계는 차갑기만 하다. 그리고 이 차가움은 그나마 인물과 목소리가 밀착되는 결말 부분, 즉 ‘덕희’의 내심(內心)을 냉소적으로 힐난하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룬다. 물론 <떡>의 이 같은 특징은 이 작품의 주제라 할 ‘먹는다는 것 혹은 산다는 것의 비루함’을 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들여다보는 얼굴이 다 무색할 만치 꼴들이 말”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더 잘 전하기 위한 이 선택은 김유정답지 않은 목소리지만, 김유정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분명한 울림을 준다. 사실과 낭만, 서정과 서사 사이, 그리고 유머 <떡> 외에 이 책에 실린 유정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사실, 정확히는 현실을 투명하게 그리되 낭만성을 잃지 않는, 서사임이 분명하나 서정성이 가득한, 비참하고 비루한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예의 김유정만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 중 <봄?봄>과 <동백꽃>은 유정의 독자라면 누구라도 대표작으로 꼽을 작품으로 전혀 다른 두 개의 사랑 이야기다. 전자는 결혼을 빌미로 노동력을 수탈당하는 ‘나’의 삶을 ‘점순’과의 풋풋한 로맨스로, 한바탕 드잡이로 유머러스하게 그린 유머러스하지만 씁쓸한 웃음, 즉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제목인 ‘봄?봄’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비유로 읽을 수 있는데, 봄의 강조로도 봄을 본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후자 <동백꽃>은 우리나라 농촌 낭만 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되, 현실의 척박함을 최대한 덜어낸 소설이다. 특히 <봄?봄>의 여주인공 이름과 같은 이름의 여주인공 ‘점순’의 적극성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여성스러움’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200자 원고지로 채 38매가 안 되지만,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백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만무방>은 백석 시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하는 서정적 정경 묘사와 응칠 형제의 비참한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공존하고 있는 말 그대로의 김유정식 소설이다. 작품은 ‘농사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남는 건 겨우 남의 빚뿐’인 ‘가슴이 답답할 만치 되우’ 괴로운 ‘응칠’과 ‘응오’ 형제의 삶을 그리면서도 씁쓸하나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와 ‘이것이 응칠이가 팔자를 고치던 첫날이었다’ 같은 반어적 표현을 통해 현실과 문학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다른 두 작품, <아내>와 <땡볕>은 모두 부부간의 이야기다. 하지만 분위기나 결말은 정반대인데(물론 정반대라고만 할 수는 없다. 두 이야기 모두 비참하다 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삶이 배경이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니 말이다), 전자가 김동인의 <감자>에서 고발(혹은 비판)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유머를 더한 작품이라면, 후자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 농담 같은 에피소드와 아내의 뼈아픈 목소리(유언)를 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승옥의 <무진기행> 서두 부분의 정경 묘사를 떠올리게 하는(문학사적 전?후를 따르자면 반대가 되어야 하지만) 부부의 상황과 대비되는 <땡볕>의 ‘뜨거운 땡볕’을 묘사한 부분이나 아내의 유언 같은 말, “저 사촌 형님께 쌀 두 되 꿔다 먹은 거 부대 잊지 말구 갚우” 등은 <아내>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땡볕>은 ‘땡볕’이라는 비유적 배경과 ‘권연’과 ‘채미(참외)’라는 욕망의 대상, 그리고 병을 고치려는 마음과 실험 대상이 되어 ‘월급’을 받았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이 뒤섞인 ‘덕순’ 부부의 비참한 현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단편소설의 모범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자전적 소설 혹은 소설적 자전 유정의 작품 중 두 번째 유형은 인간 김유정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생의 반려>와 <따라지>가 이에 속한다. 먼저 <생의 반려>는 연상녀이자 명창이며 기생이었던 박녹주를 ‘스토킹’했던 유정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화한 자전적 소설이다. 친구 ‘명렬’을 주인공이자 관찰자로 내세우고 여성의 이름을 ‘나명주’로 바꾸긴 했지만 말이다. 소설을 통해 유정은 스토킹이라 부르는 것이 훨씬 적절할 자신의 사랑에 대해 변명한다.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을 너무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은 것과 연결시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정신분석을 제시함으로써, “연애란 것은 상대에게서 향기를 찾고, 아름다움을 찾고, 다시 말하면 상대를 생긴 그대로 요구하는 상태의 명칭”이지만 “그의 연애는 상대에게서 제 자신을 찾아내고자 거반 발광을 하다시피 하는” “결코 연애가 아니라 하는 것이 가당하리라”는 일종의 ‘사랑론’을 더하고, 형이라는 “잔인무도한 이 주정꾼의 주정받이로 태어난 일종의 장난감”으로 살아야 했고, “성질이 급하고 변덕이 죽 끓듯”해 마치 히스테리 환자 같던 누이의 핍박 속에서 살아야 했던 비참한 처지를 토로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변명은 중간에 끊기고 만다. 지병이 악화돼 2회 연재를 끝으로 이 미완의 장편소설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지>는 유정이 죽기 약 2개월 전 발표한 소설로 ‘주인마누라’ 내외와 그들 집에 세 들어 사는 ‘뻐스걸’ 모녀, ‘톨스토이’ 남매, 그리고 ‘아끼꼬’와 ‘영애’의, 지금의 삶을 기준으로 보면 과장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비루한 삶과 말과 행위가 셋돈 받기라는 한바탕 소동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아끼꼬’에 의해 ‘톨스토이’로 불리는 유정의 삶, 누이의 집에서 마치 기생하듯 살 수밖에 없었던, 하여 온갖 핍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김유정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의 반려>와 ‘반려’ 같은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톨스토이’에 대한 ‘아끼꼬’의 짝사랑은 인간 김유정의 대리만족처럼 읽히기도 한다. 물론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따라지’들의 동병상련, 그 애잔함과 함께 그려지는 삶에의 애정과 유머를 잃지 않은 채 ‘따라지’들의 삶을 그려 보이는 작가 김유정의 따뜻한 시선에 있지만 말이다. 김유정은 ‘새로운 문학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설문에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 정조(情調)를 찾아 쓰는 일”에 둘 것이라 말했다. 그가 말하는 ‘우리 정조’란 흔히 얘기하는, 이제는 구태의연한 규정이 된 ‘한(恨)’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유머이자 비애고, 비애이자 유머인 아주 묘한 웃음의 세계이다. 비참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해학의 세계다. 죽기 직전, 그가 문우(文友)이자 문학적 후견인이었던 안회남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시 살아’나기 위해 먹겠다며 말한 닭 30마리와 살모사, 구렁이 10여 마리는 인간 김유정의 삶에 대한 절실함의 표현이기도 하겠지만, 바로 그 ‘아주 묘한 웃음’인 해학을 마지막까지 잃지 않으려는 작가 김유정의 문학적 농담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P. 18~19 떡
여기에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역시 떡이 나오는데 본즉 이것은 팥떡이 아니라 밤 대추가 여기저기 삐져나온 백설기. 한번 덥썩 물어 떼이면 입안에서 그대로 스르르 녹을 듯싶다. 너 이것도 싫으냐 하니까 옥이는 좋다는 뜻으로 얼른 손을 내밀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먹었을까. 그 공기만한 떡 덩어리를. 물론 용감히 먹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빨리 먹었다. 중간에는 천천히 먹었다. 그러다 이내 다 먹지 못하고 반쯤 남겨서는 작은아씨에게 도로 내주고 모로 고개를 돌렸다. 옥이가 그 배에다 백설기를 먹은 것도 기적이려니와 또한 먹다 내놓는 이것이 기적이라 안 할 수 없다. 하기는 가슴속에서 떡이 목구멍으로 바짝 치뻗치는 바람에 못 먹기도 한 거지만. 여기다가 더 넣을 수가 있다면 그것은 다만 입 안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다음 꿀 바른 주왁 두 개는 어떻게 먹었을까. 상식으로는 좀 판단키 어려운 일이다.
P. 85~86 아내
우리 마누라는 누가 보든지 뭐 이쁘다고는 안 할 것이다. 바로 계집에 환장된 놈이 있다면 모르거니와. 나도 일상 같이 지내긴 하나 아무리 잘 고쳐 보아도 요만치도 이쁘지 않다. 허지만 계집이 낯짝이 이뻐 맛이냐. 제기할 황소 같은 아들만 줄대 잘 빠쳐놓으면 고만이지. 사실 우리 같은 놈은 늙어서 자식까지 없다면 꼭 굶어 죽을밖에 별도리 없다. 가진 땅 없어, 몸 못 써 일 못 하여, 이걸 누가 열쳤다고 그냥 먹여줄 테냐. 하니까 내 말이 이왕 젊어서 되는 대로 자꾸 자식이나 쌓아두자 하는 것이지.
그리고 에미가 낯짝 글렀다고 그 자식까지 더러운 법은 없으렷다. 아 바로 우리 똘똘이를 보아도 알겠지만 즈 에미 년은 쥐었다 논 개떡 같아도 좀 똑똑하고 낄끗이 생겼느냐. 비록 먹고도 대구 또 달라고 불아귀처럼 덤비기는 할망정. 참 이놈이야말로 나에게는 아버지보담도 할아버지보담도 아주 말할 수 없이 끔찍한 보물이다.
년이 나에게 되지 않은 큰 체를 하게 된 것도 결국 이 자식을 낳았기 때문이다.
P. 133~134 생의 반려
그에게는 형님이 한 분 있었다. 주색에 잠기어 밤낮을 모르는 난봉꾼이었다. 그리고 자기 일신을 위하여 열 사람의 가족이 희생을 하라는 무지한 폭군이었다.
그는 아무 교양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다만 그의 앞에는 수십만의 철량이 있어 그 폭행을 조장할 뿐이었다.
부모가 물려주는 거만의 유산은 무릇 불행을 낳기 쉽다. 더욱이 이십 오륙의 아무 의지도 신념도 없는 청년에 있어서는 더 이를 말 없을 것이다. 그도 이 예에 벗어지지 않았다.
그는 한 달씩 두 달씩 곡기도 끊고 주야로 술을 마시었다. 그리고 집 안으로 기생들을 훌 몰아들여 가족 앞에 드러내놓고 음탕한 장난을 하였다. 한 집으로 첩을 두셋씩 끌어들여 풍파도 일으키었다. 물론 그럴 돈이 없는 것은 아니나 치가를 하고 어쩌고하기가 성가신 까닭이었다. 그는 오로지 술을 마시고 계집과 같이 누웠다. 그것밖에는 아무것도 귀찮았다. 몸을 조금 움직이려고도 않았을뿐더러 머리는 쓰지 않았다. 하물며 가정사에 이르러서야, 가족이 앓아 드러누워도 약 한 첩 없고 아이들이 신이 없다 하여도 신 한 켤레 순순히 사주지 않는 그런 위인이었다.
P. 203 땡볕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는 바른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 안 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굴은 벌건히 사방을 둘러본다. 중복허리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끝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들히 닳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놓는 것이다.
떡
만무방
봄.봄
아내
동백꽃
생의 반려
따라지
땡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