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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있는 집 & 없는 집 한상윤 소설집

한상윤 저 | 도화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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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26203 / 324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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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한상윤
저자 : 한상윤
한상윤경기 이천 출생. 서라벌예술대학문예창작학과 1년 수료.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월간문학』에 단편 「어머니의 불빛」 당선.
제1창작집 『고리』 출간. 같은 해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제2창작집 『메마른 숲』 출간. 위인전기 『소설 김대건』(상, 하)출간. 단편 「빈집 이야기」로 제33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제3창작집 『침묵지키기 그 아름다운 슬픔』 출간. 손소희 문학상 / 숙명문학상 수상. 역사소설 『거친밥 먹고 베옷입기』-순암 안정복 일대기-출간. 단편 「모사꾼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단편으로 선정. 연작 장편소설 『홍문안 집 이야기』 출간. 경기광주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소설 / 수필반 창작강의. 제4창작집 『남편이 있는 집&없는 집』 출간. 역사소설 『거친밥 먹고 베옷입기』가 경기광주예총 산하의 파발극단(단장 이기복)에 의하여 뮤지컬 제작 준비. 단편 「고리」가 캐나다 뱅쿠퍼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 동아시아 한국어과 로스킹 교수의 교재로 선정.

머리말

작가의 말
소설 한 편 발표하면서 1년쯤 최저 생계가 가능한 현실이 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소설을 쓸까.’ 오늘도 나는 고민하기로 한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텃밭에 상추도 심고, 파, 들깨, 강낭콩, 완두콩도 심고 들여다본다. 흙덩이를 비집고 머리를 드는 싹과 녹색의 잎과 충실한 열매, 잡초를 말끔하게 뽑아 준 뒤 드러나는 황토흙 빛깔에 감동한다. 햇볕과 물, 그 무상으로 제공되는 자연의 풍요로움이며 충만감은 어김없이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유열을 깨닫게 된다.
이 자연의 이치 앞에서 어찌 죽음으로부터의 순연을 통사정할 수 있으랴.

책 속에서

쭈나는 역시 신비주의자였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비밀이었다. 비밀 빼면 시체였다. 이것도 쭈나의 마지막 부탁이려니 싶어 집에 돌아와 골방에서 비밀스럽게 개봉했다. 맙소사. 내 심장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절감했다. 조막만 한 살 뭉치는 더운 피를 순환시키느라고 무리했다. 나의 존재 의미는 쭈나의 편지 따위에 자극받지 않는 일이라고 훈수를 두었지만 헐거운 너트처럼 제멋대로 놀았다. 괘씸한 노릇이었다.
<소설 ‘호반의 장’은 내가 최초로 사랑에 눈뜬 나의 기록이야. 주인공 청년은 너와 내가 잘 알고 있는 실제 인물(너의 막내 오빠 친구), 나는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어. 소설에서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허구를 이제야 고백하게 된 나의 슬픔을 이해 해 주기를…. 쭈나가.> (「미리내, 그곳에 갔었다」)

은제의 푸서리 맞은 듯 흐느적거리는 육신은 끝내 의지를 따라 주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한다. 첩 시어머니의 용떡처럼 둥글둥글 하얀 얼굴, 시동생 명기의 헌걸찬 허위대, 울보 어린 막내 시누이의 노리끼리한 얼굴, 시아버지 이세중의 눈썹 짙은 얼굴…. 도무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노비 정심의 근심 어린 표정이 보일 듯 말 듯 하는데 따스하고 부드러운 혀가 뺨을 핥았다. 포근한 깃털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은제는 분신 같은 존재 삽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당겨 안고 싶지만 그조차도 은제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는다. 어둠과 추위와 눈보라와 짐승처럼 울부짖는 바람 소리에 온전히 자유롭게 내동댕이 처졌다. (「남편의 집」)
“어디 가시게요?”
“미꾸라지 한 사발 사서 방생 할란다.”
나는 고리 만들던 비닐 끈을 든 채 늙은 나무뿌리와 돌무더기와 낭창거리는 나뭇가지를 피해서 주춤주춤 기슭을 내려가는 시어머니를 우두망찰 바라보았다. 처마 끝에 매달린 연꽃등이 샛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그늘이 해를 따라 자리를 옮겼으므로 태호의 승용차는 햇살 속에 방개처럼 엎드려 있었다. 시어머니가 징검돌을 디디며 내를 건넜다. (「고리」)
우 여사네 일가에게는 보기 흉한 글귀에 지나지 않지만 나는 울분이 치솟아 며칠을 고민한 끝에 하루 품을 들인 작업이다. 그놈의 내비게이션이라는 ‘길도우미’ 단말기만 믿고 밀려든 차량들은 봄여름 내내 나를 괴롭혀 왔다. 여우같이 날렵한 자줏빛 소형 승용차에서부터 집채만 한 엄장을 이끌고 나타난 레미콘[양회반죽} 교반기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가슴이 철렁거리지 않았던가. 처음 몇 차례는 교통경찰처럼 마당에서 그들의 잘못된 진입을 지적하면서 돌려 나가는 길목을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지만 집을 비운 사이 마당의 화분들이 박살나 어수선한 몰골로 자빠져 있는 지경까지 도래했다. 붉은 페인트의 열띤 경고문도 별무효과였다. (「향기가 있는 집」)
어느 해 가을이었다. 을순 씨는 4십 대의 젊은 여자와 마주 앉아 송편을 빚었다. 딸이라고 했다. 아, 네. 나는 발길을 이내 돌렸다. 을순 씨를 닮은 희고 갸름한 얼굴이 한눈에 보아도 혈육이었다. 오순도순 깔깔~ 마당의 소나무에서 뽑았다는 솔잎을 깔면서 채반에 격식 있게 늘어놓는 송편은 추석을 쇠는 징표로 전혀 하자가 없었다. 정겹고 깔끔했다. 그들 모녀의 정담에 방해꾼이 된 괜한 걸음이 면구스러웠다. 을순 씨는 나의 등 뒤에 빈말 한마디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오랜만에 이뤄진 모녀간의 밀담이 방금 무르익는 판국이었으니. (「무허가 컨테이너 집」)
일상생활에 갇혀 찌든 모습도, 직장인의 세련된 모습도 아니면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이윤자 씨는 강의실을 찾아왔다. 3월의 쌀랑한 기온에 다소 긴장된 낯빛이었다. 교재와 부교재를 공지하고 앞으로 4개월간 진행될 강의는 주로 실기 위주가 될 것이라는 교수법을 끝으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학원 강사를 비롯해서 여가선용을 앞세운 가정주부, 틈을 내어 사무실을 비우고 참여한 자영업자, 미술 학원 원장 등 각양각색의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이들이었다. (「남편이 있는 집 & 없는 집」)
깊은 겨울을 보내고 봄 날씨가 주춤주춤 기웃거렸다.
제법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먹고 고객으로부터 입금 정산된 통장 잔액을 확인하면서 김준수 기사는 거실을 서성거렸다. 두 아들은 학년 초답게 차분히 책상 앞에 정좌, 새 학기 출발에 하자 없는 모습이니 애비어미가 잔걱정을 거두어도 좋다. 김준수 기사는 두 아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데리고 이발소를 다녀왔다. 유일한 기쁨은 목둘레가 새파랗게 손질된 두 아들의 뒷골을 바라보는 일이다. (「김준수 기사 그의 위대한 배반」)

목차

미리내, 그곳에 갔었다
남편의 집
고리
향기가 있는 집
무허가 컨테이너 집
남편이 있는 집&없는 집
김준수 기사, 그의 위대한 배반

해설
한상윤의 「무허가 컨테이너 집」과 문제적 개인 / 오양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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