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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320786 / 636쪽 125 x 19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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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대를 앞서나간 사상가이자 현대 여성주의를 개척한 보부아르가 전후 사회와 지식인 내면을 그린 공쿠르상 수상작 “2차 대전 후 정치사, 지성사의 한 페이지” - 앙드레 빌리 1954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이 소설이 출간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보부아르가 묘사한 전후 사회와 지식인의 내면이 보여주는 복잡하고 불편한 진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은 1944년 8월 파리 해방을 맞이하고, 독일의 패배가 결정적이던 그해 12월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들이 모인 크리스마스 파티로 시작된다. 이후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며, 좌파 잡지 <레스푸아>의 흥망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전쟁의 참담함을 그대로 안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죄책감, 지식인의 사회 참여 문제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를 맞이한 것 같은 사회와 긴 투쟁 끝에 그 평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레지스탕스 지식인들의 모습은 겉으로는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저마다의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은 것 같은 프랑스가 주위 다른 전쟁의 이면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과 닮아 있다. “그들을 잊도록 하자. 우리끼리 남아 있자. 우리 인생만으로 할 일이 이미 충분히 많아.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이야.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잖아. (…)그러나 축제의 밤이 끝난 뒤, 살아 있는 우리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 본문 중에서 전쟁으로 치뤄진 많은 희생을 뒤로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끌어안고 가야 할 삶의 무게를 각자의 방식으로 견딘다. 전쟁의 끝은 새로운 혼란의 시작일 뿐, 이들은 전후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저마다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좌절한다. 보부아르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당시 여성의 목소리 이 책은 크게 두 명의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레스푸아>의 편집장인 앙리와 정신과의사인 안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소설은 전개된다. 그중 안은 소설 속에서 권위 있는 지식인인 뒤브뢰유의 아내이자 미국 작가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보부아르를 떠올리게 하며,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작가 스스로도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3인칭 시점으로 이어지는 앙리의 이야기가 객관적이며 공적인 느낌을 준다면,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안의 이야기는 훨씬 주관적이며 은밀한 느낌을 준다. 소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 역시 안의 관점을 통해 더 완전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보부아르는 1인칭으로 서술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남성 지식인들 사이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여성 인물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아버지로부터 “넌 남자의 두뇌를 가졌다.”라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듣고 자란 소녀, 그렇게 페미니스트가 될 운명을 가졌던 보부아르가 쓴 책 『제 2의 성』이 전 세계에 불러일으킨 변화를 생각해볼 때, 지금의 여성들이 갖는 권리와 누리는 지위는 보부아르에게 많은 부분 빚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그의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명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예전에 작품을 읽었던 독자는 물론, 지금 시대에 새롭게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었지. 왜 그들은 우리를 떠나버렸을까? 그들 역시 우리를 평화롭게 내버려둬야 해. 그들을 잊도록 하자. 우리끼리 남아 있자. 우리 인생만으로 할 일이 이미 충분히 많아.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이야.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잖아.
그러나 축제의 밤이 끝난 뒤, 살아 있는 우리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1권 53쪽
바로 나 자신의 경험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앙리는 초고 뭉치를 다시 밀어두었다. 작품의 소재를 무턱대고 모으는 것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늘 하는 식으로 일을 시작해야 했다. 포괄적인 형태, 명백한 의도로 시작 하는 거야. 그런데 명백한 의도란 건 뭘까? 난 어떤 진실을 쓰고 싶은 거지? 그 진실이란 정확하게 무슨 의미지? 그는 멍하니 빈 종이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공허함에 빠지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제 아무 할 말이 없는 건지도 몰라. 앙리는 생각했다. 반대로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 1권 249쪽
“도덕이란 반드시 정치적인 태도를 포함하기 마련이지.”
앙리가 말했다. “그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정치란 곧 살아가는 것이니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랑베르가 말했다.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만을 고민하죠. 미래니 공동체니 하는 것들요. 반면에 구체적인 것은 현재의 순간이고,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개인들은 집단의 역사와 관련이 있어.”
“불행한 건, 정치에 있어서는 결코 역사에서 개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랑베르가 말했다. “대다수에게 몰두하지만 개인적인 것들은 모두 무시하죠.”
- 1권 280쪽
오늘날의 이야기를 해야 해. 그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각자의 고민과 문제를 발견하겠지. 증명하거나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증언을 해야 해. 그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 1권 538쪽
비밀리에 인간을 억압하는 것과 공공연히 억압하는 것은 분명 다르니까. 침묵은 패배주의일 거야. 대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회피하는 짓, 변화를 부정하는 짓이겠지. 소련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소련에 돌이킬 수 없는 유죄판결을 내리는 셈이야. 소련이 이상적인 체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조금도 가질 수 없다면, 지상에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을 거야.
- 2권 157쪽
사람이 무관심에 빠지지 않으면, 지상은 다시 정착할 만한 곳이 되기 마련이야. 나는 무관심에 빠지지 않았어. 내 심장은 계속 뛰고 있으니까. 무언가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뛰어야 해.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니 다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될 거야. 누가 알겠어? 언젠가는 내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정말 누가 알겠어?
-2권 59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