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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램 을 읽는 시간

장재연 저 | 도화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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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26159 / 250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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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푸른 하늘 은하수」의 키 170센티에 몸무게 64킬로그램의 코밑수염이 거뭇거뭇한 스물세 살의 아이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놓자마자 그냥 먹어버린다. 그녀는 그런 아이에게 라면 불을 시간을 기다리게 하려고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부르게 한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제대로 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 그녀이지만, 화장실 바닥에서 똥을 누고 있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고 호되게 다그친다. 겁을 먹은 아이가 그녀를 피해 베란다를 넘어가는 것을 본 그녀는 아이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언어를 무시한 채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의 자율적인 세계의 한계지점을 견디는 어미의 모습을 존재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인 「‘찰스 램’을 읽는 시간」은 서른여섯 살 자폐아들을 키우는 칠순 어미의 내면을 <백일몽> <마녀와 그 밖의 공포들> <제야>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신과 인간, 병원과 환자, 환자와 어미의 공간을 조밀하게 엮어 내면을 흔드는 큰 파장으로 다가온다. 형상들의 유사성을 통해 간절하고 안타까운 모성의 목소리를 강렬하게 끌어내고 있다. 「‘보뚜’를 조심하세요」는 낚싯배를 운영하는 강 선장은 일행이나 낚시 도구도 없이 빈 몸으로 배에 오른 여자의 몸에서 익숙한 묵향을 맡는다. 그래서 어떤 여자일까 궁금하지만 이 나이에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좋다고 애써 무시한다. 그때 조타실로 불쑥 들어온 여자는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강 선장 뒤로 바싹 다가와 속삭이듯이 ‘오라버니’하고는 이것저것 묻고 떠들다가 제풀에 취해 널브러진다. 뒷날 찻집에서 다시 만난 여자는 돌고래 모양 분홍색 열쇠고리를 강 선장 앞에 내밀며 브라질에서는 ‘보뚜’라고 불린다는 분홍색 돌고래의 전설을 들려주면서 자신이 강 선장의 배다른 동생이라고 한다. 핏줄의 메타포를 형상화는 서사를 유장하게 길어 올린 작품이다. 「길 위에 눕다」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드는 기면병에 걸린 수의 내면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수의 남편은 자신의 몸 위에서 잠이 든 그녀의 증상을 자신에 대한 모멸로 받아들여 해외발령을 따낸 다음 서둘러 이혼 절차를 밟고 아이들만 데리고 예테보리행 비행기를 탔다. 수에게 갖가지 오명만 씌어 놓은 채. 그 오명 속을 견디며 살아가던 수가 길 위에 누운 결말의 모습은, 잠을 죽음으로 암시하는 것 같아 다의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곧 죽을 남자」의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는 남자는 한때 운동권의 꼬리였지만 코앞의 삶에 매인 시간이 무의미하게 축적될 뿐인 삶을 견딘다. 가난이 그의 목표를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자살을 계획하는 그는 자살한 사람들이 살던 아파트에 몰래 숨어 들어가 그들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그때의 심리는 어떠했는지를 보고 느끼려고 안간힘을 다하면서도 자신에게 담뱃불을 빌리는 여자아이를 유인한다. 남자의 무의식 깊이 침잠해있는 세계를 무리 없이 독자들에게 소환해 읽는 재미가 각별하다. 「목요일의 병病」은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남자는 형이 소개한 베트남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는 예전에 사귀던 여자가 자꾸 걸린다. 지난 삼 년 동안 여자를 보살펴 온 남자는 그런 사실을 여자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다. 결혼할 사이도 아니고 책임질 사이도 아니고, 더더구나 나이도 많고, 예쁘지도 않은 여자인데 말이다. 남자는 그 고민을 혈혈단신의 몸으로 평생 노동을 해서 마련한 집에 창녀촌에서 데려온 연상의 여인과 살고 있는 김 씨에게 털어놓는다. 김 씨는 남자에게 외로움은 고독보다 힘들다며, 고독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외로움은 선택하지 않아도 연기처럼 스며들어 몸을 휘감고 뼛속을 파고들어 영혼을 잠식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자신의 목요 병病의 증상을 확연히 깨달으며, 그 병을 짊어져야 하는 운명을 감지한다. 「외면」은 40년 동안 한집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운경과 인경 두 자매의 현실, 그리고 먼저 삶을 정리하는 운경이 약을 먹는 모습이 저릿한 통증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가진 과거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 대한 착시를 은경과 인경의 의미 있는 직관을 통해 사람이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후의 일상적인 삶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간」은 어머니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배신감과 분노, 공포와 외로움, 무참함 대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 절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가 사랑받았던 기억, 사랑했던 기억과 웃음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노랫소리, 그리고 쉴 새 없이 어머니를 부르며 뛰놀던 아이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지는 포트폴리오는 이 땅의 어머니에 대한 애도이자, 헌사이다. 소설집 『‘찰스 램’을 읽는 시간』은 소설이 바로 작가의 삶이고 생각이고 행동인 것을 독자들이 호흡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소설과 작가의 삶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어 매혹적이다. 소설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 일반적인 삶이지만, 소설 없이는 불가능한 작가의 삶을 증명하는 『‘찰스 램’을 읽는 시간』은 독자들에게 언어에 대한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작가의 종교적인 비장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어둡고 외로운 존재들에 대한 값진 성찰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 저자 : 장재연
저자 : 장재연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중퇴
1997년 <예술세계> 소설부문 신인상
2013년 <아시아대표문제소설> 우수상
2019년 제45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작품집]
<길고 튼튼한 팔>,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찰스 램’을 읽는 시간>, <한중대표작가소설선집>(공저, 중국어판) 등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인천문인협회 회원

머리말

가정을 이루는 가족들은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가? 부모, 자식, 형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관계이지만 애초 비 혈연인 부부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관계들은 의도치 않게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소위 사랑을 앞세워 문제 해결을 시도해보아도 대개는 굴레가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불행한 존재는 가치가 없을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나는 소설쓰기를 택했고 그나마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책 속에서


그녀는 누렇게 타들어 간 잡풀들과 돌덩이들 사이에 혼자 서 있다. 나는 왜 또 이곳에 와 있는가… 그녀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가슴속을 휘도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뾰족 산에 올라간 어린 왕자처럼 ‘나는 혼자다아~’, ‘나는 외롭다아~’ 하고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 대신 가슴속을 돌고 있는 바람이 우우, 하고 야유의 소리를 지른다. 발밑에는 어느 사이엔가 커다란 바위 하나가 놓여 있다. 눈사람의 한 부분처럼 둥글고 다듬지 않은 화강암의 표면처럼 거친, 낯익은 돌덩이. 그것은 예전보다 더 커져 있다. (「죽은 날벌레를 위하여」)

입안에 침이 다 마르도록 수없이 되뇌이던 칠십 어미는 어느 결에 자신도 모르게 모로 쓰러지며 혼미함에 빠져든다. 온몸이 커다란 바위에 짓눌려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서 편안한 기분도 든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뭔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아이가 부스스 일어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더니 아이는 천천히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고 점퍼를 걸치더니 기절한 것처럼 자고 있는 아비의 바지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는다. 얘야, 하지마라. 하지마! 몸을 일으키려는데 커다란 바위 밑에 깔려있는 몸은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나가면 얼어 죽을지도 몰라, 하는 말을 뱉으려도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잠시 후 찬바람이 들어와 방안을 한 바퀴 돌다 사라지는 것 같더니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눅진한 훈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눈도 못뜨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데 무엇을 봤다는 것인다. 그래 이건 꿈이지. 꿈속에 있는 거지 그런데다 아이는 평소 나갈 때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가는 버릇이 있거든. 그래, 그러니깐 이건 분명 꿈이야. 나는 지금 꿈속에 있는 거다.(「‘찰스 램’을 읽는 시간」)

“분홍돌고래를 브라질에서는 ‘보뚜’라고 부른다네요. 거기는 이 보뚜에 관한 아주 유명한 전설이 있답니다. 어느 날 아마존 강가에 너무나도 잘생긴 청년이 나타나지요. 그 청년은 6월의 축제날 밤에 인간으로 변신한 분홍돌고래래요. 구릿빛 피부에 힘도 세고, 옷도 잘 차려입고, 향기마저 은은한 멋진 남성으로 변하여, 여성들에게 춤을 신청한답니다. 그리고 여자를 유혹하여 그녀들과 잠자리를 갖습니다. 여인들은 잘 생긴 청년과 한바탕 사랑한 뒤 임신하게 되지요.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돌고래처럼 정수리에 숨구멍이 나있어 버려진다네요. 그래서 아마존에 가면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윙크를 하며 ‘보뚜를 조심하세요’하고 주의를 준답니다.”(「‘보뚜’를 조심하세요」)

여자는 어떻게 죽었을까? 목을 매지는 않은 것 같다. 매달만한 무엇도 없다. 요즘 인터넷에 백 만원짜리 자살세트가 판매된다고도 하던데 그런 것을 이용한 흔적은 없다. 질소 가스통, 타이머, 가스 호스, 신경안정제 따위를 백만 원에 파는 인간도 있고 사는 인간도 있다니 그런 걸 살 돈 있으면 그걸로, 그걸로… 글쎄…무얼 할까? 백만 원어치의 삶을 더 연장한다고 삶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것보다도 여자는 대체 왜 죽었을까? 늙고 추한 몰골로 끝까지 삶을 붙들고 있는 인간들이 수두룩한데…(「곧 죽을 남자」)

운경 씨는 이부자리 위에 앉아 조금씩 약을 삼키기 시작한다. 뭔가를 생각해야 될 것 같은데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뱃속이 출렁거릴 때까지 물과 약을 삼키다가 문득 안방을 보니 언니는 무릎에 원적외선 치료기를 대놓은 채 티브이만 보고 있다. 치료기에서 나온 붉은 빛이 얼굴까지 물들이고 있다. 아마 내일 아침엔 저 얼굴빛이 흙빛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두고 가는 것이 왠지 일부러 유기하는 것처럼 미안한 마음도 든다. 미우나 고우나 서로 부대끼며 산 것을 합해보면 사십 년도 넘는 세월 아닌가. 언니야, 미안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 이상 무슨 영화가 남아있다고 맨살에 가시철망으로 채찍질 당하는 듯한 고통을 참고 살아야만 한단 말인가? 운경 씨는 다시 몇 개의 알약을 삼킨다. 왠지 눈물이 나올 것처럼 처량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문득 언니가 시집을 안 간 것이 정말 나 때문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한번 물어나 보지… 운경 씨는 안방을 향해 소리 지른다.(「외면」)

목차

작가의 말

죽은 날벌레를 위하여
푸른 하늘 은하수
‘찰스 램’을 읽는 시간
‘보뚜’를 조심 하세요
길 위에 눕다
곧 죽을 남자
목요일의 병(病)
외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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