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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열시 반

원제 : Dix Heures Et Demie Du Soir En Ete (1960년)
시리즈 : 문지 스펙트럼 개정판 [3]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 | 김석희 역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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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7578 / 184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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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14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백인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졸업후 식민지 담당부서의 공무원으로 지내다가, 1941년에 퇴직을 하고, 그후부터 문학과 예술에 관심을 집중하고, 지식인, 작가들과 함께 본격적인 문화활동에 뛰어든다. 
1943년 유년기 아시아에서의 체험과 가족애를 소재로 첫 소설 <철면피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0년대에 쓴 그녀의 독특한 작품들로, '누보로망' 계열의 작가로 평가받기도 하였지만, 독립성과 자유로운 창작정신이 많은 그녀로서는 어떤 문학그룹에 묶이기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계속 독자적인 문학의 길을 모색해간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그린 <연인>으로 공쿠르 상을 받았으며, 50여 년에 걸쳐 70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2차대전 중에는 프랑수와 미테랑 등과 함께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 알콜중독에 빠져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들다가 35세 연하의 연인 얀 앙드레아와 더불어 말년을 보냈고, 1996년 생을 마쳤다. 
그녀의 글쓰기 주제는 참으로 다양하여, 삶, 자연, 사랑, 기쁨, 일상생활의 고통과 단조로움,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세속적 사건들, 인간의 고독, 운명 등이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부르주아 상류사회의 여인인 주인공 Anne Des baresdes를 통하여 계급적 가치관, 삶의 허위성, 진정한 욕망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가능한 사랑의 주제에 기반을 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들 속에서 심리 분석에 대하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인물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몸짓, 말, 침묵 등을 묘사한다. 또한 대화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그 대화들은 우리가 등장 인물들의 내면적인 삶을 꿰뚫을 수 있도록 해준다. 
주요 작품으로 <태평양의 방파제>, <연인>, <북중국의 여인>, <모데라토 칸타빌레>, <내사랑 히로시마>, <인디아 송> 등이 있다.


 

역자 소개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 ․ 프랑스어 ․ 일어를 넘나들면서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에 포함된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콘라드 죄르지의 《방문객》을 비롯하여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쥘 베른 걸작선집(15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15권)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 등을 펴냈으며,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밤 열 시 반. 그리고 여름.
그러고 나서 약간의 시간의 흐른다. 드디어 밤이 찾아온다. 그러나 오늘 밤 이 마을에는 사랑을 위한 장소는 없다. 마리아는 이 명백한 사실 앞에 눈을 내리깔고, 그들은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남겨질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위해 마련된 이 여름밤, 마을이 온통 가득 차 있는 것이다. (43쪽)

저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일까? 그럴 수도 있다. 저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그녀가 마리아인 이상, 그가 그녀, 특히 오늘 밤 마리아와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그 증거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절박하다. 마리아는 저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저게 그라는 사실은,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남자, 폭풍우 속의 살인자, 그 고통의 기념비로부터 11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여자를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 (61쪽)

그는 싫증도 내지 않고 언제까지나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멍한, 이제까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무관심한 시선이다. 마리아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녀의 존재를 발견한 뒤의 놀라움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걸까? 이제부터는 더 이상 마리아에게, 아니 마리아에게든 다른 누구에게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걸까? 밤이 숨겨주었던 명확한 새로운 사실이 새벽과 함께 폭로되어버린 걸 깨달은 걸까? (98쪽)

창문 너머의 풍경에는 엄격함이 누그러져 있다. 그는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태양은 약간 비스듬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올리브 나무들의 그림자가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길어지기 시작했다. 더위가 약간 누그러진 느낌이다. 마리아는 어디에 있을까? 마리아는 죽을 만큼 마셔버린 것은 아닐까? 술과 죽음에 대한 터무니없는 욕망이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덩달아 흉내 내게 만들어, 그녀를 밀밭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장난기 섞인 기분으로 데려갔던 것은 아닐까? 또 한 여자, 마리아는 어디에 있을까? (158쪽)

마리아는 밀밭에서 죽어버린 게 아닐까? 자신을 비웃다가 굳어버린 미소를 얼굴에 띤 채 누워 있는 것은 아닐까? 밀밭 속에서 혼자 흥겹게 웃는 마리아. 이 풍경은 그녀의 풍경이다. 올리브 나무들이 그림자에 살며시 다가오는 이 권태, 갑자기 더위가 누그러지고 석양으로 옮아가는 시간의 흐름, 도처에서 황급히 달려와 중천에 걸린 태양이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것을 알리는 여러 가지 조짐들-이 모두가 마리아에게 결부된 것들뿐이다. (159쪽)

“당신은 내 삶이야.” 그가 말한다. “한 여자의 단순한 새로움 같은 걸로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당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
“우리 이야기는 끝났어.” 마리아가 말한다. “피에르, 이젠 끝났어.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야.”
“아무 말 하지 마.”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피에르, 이젠 끝났어.”
피에르는 그녀 쪽으로 다가가서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겁을 내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언제부터?”
“방금 깨달았어.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랬는지도 몰라.” (170쪽)

 

목차

여름밤 열 시 반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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