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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255687 / 49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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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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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 15,120
- 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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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실제로 미군기의 폭격을 받고 침몰한 배에 금괴 28톤이 실려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든 오류든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2차 대전 때의 금괴나 보물을 찾는 이야기는 흔한 편이어서 소설의 소재로는 식상해 보였다. 그런데 다량의 금괴를 싣고 가다가 침몰한 ‘초잔마루’라는 배가 인간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의 위장 병원선일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흥미진진한 소설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낯설고 괴기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소설 말이다.”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이도형은 초잔마루 찾기에 더욱 매진할 생각으로 거금을 들여 새로운 보물 탐사선 마린보이호를 사들였다. 마린보이호는 국가연구소에서 해양지질탐사용으로 사용하던 특수한 형태의 배였는데 이도형이 사들인 뒤 곳곳을 개조했다.
마린보이호로도 초잔마루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 이도형은 보물을 싣고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알려진 다른 두 척의 침몰선 탐사에 나섰다. 비슷한 크기의 침몰선 두 척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한 척은 1970년대에 침몰한 한국 배로 밝혀졌고 다른 한 척은 1940년대에 침몰한 일본 배가 맞긴 했지만 금괴를 실은 보물선이 아니었다.
이도형이 오랜 시간 가족들을 외면한 채 재산만 탕진하자 보물찾기에 대한 가족들의 반발이 점점 거세졌다. 부인은 ‘허황된 꿈’이라며 노골적으로 말렸고 딸은 아버지가 금괴 귀신에 씌었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이도형은 731부대 병원선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태평양전쟁 때 중국 화폐를 몇 톤 싣고 가다 침몰한 일본 화물선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초잔마루는 흔적도 없었다.
어느 날 아내가 더는 못 참겠다며 등을 돌렸다. 아내에게 미친놈 취급당하며 이혼한 그날 그는 혼자 술에 취해 이렇게 울부짖었다고 한다. “이제 초잔마루에 실려 있는 금괴의 금전적 값어치는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어. 이제 초잔마루의 금괴는 내 명예이자 내 자존심이 되어버렸어. 반드시 그 금괴를 건져 올려서 나를 비웃은 사람들에게 내가 평생 허황된 꿈을 좇은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야 말겠어. 반드시!”
하지만 그 뒤에도 몇 번이나 보물선 인양에 실패한 이도형은 결국 빚 때문에 마린보이호를 매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린보이호를 팔고 난 그는 초잔마루 찾기를 완전히 포기한 사람처럼 다시 착실히 어패류 수출사업을 했다. 착실히 빚을 갚고 돈을 모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이도형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가진 재산을 모두 팔아치울 때도 매장물 발굴사업 종료 보고서를 단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았다. 매장물 발굴사업 종료 보고서를 제출해 매장물 발굴사업을 취소했더라면 매장물 발굴허가 신청 시 보증금으로 맡겨놓은 목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도형은 초잔마루가 발견되자마자 제일 먼저 마린보이호부터 다시 사들였다._<주황>
아침밥을 먹은 순석이 갑판으로 불려 나가 잠수 준비를 하는데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어떤 고약한 악취가 풍겨왔다.
“이게 무슨 냄새쥬?”
순석의 질문에 박판돌이 해적들을 쳐다보며 더욱 인상을 썼다.
“무슨 냄새겠어? 개새끼들!”
생각났다. 언젠가 맡아본 냄새였다. 틀림없이 시체가 썩는 냄새였다. 기관실 어딘가에 숨겨놓은, 살해된 항해사의 시체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틀림없었다. 누군가가 시체를 건드린 것 같았다. 순석과 박판돌이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깊은 어둠을 향해 뻗어 있는 인도줄을 잡고 침몰선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머리 위쪽에서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하지만 물이 흐려 물 밖에서 비쳐드는 허연 하늘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머리 위쪽에 허연 것이 나타나더니 두 사람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 허연 것은 마대 자루였고 마대 자루 밑에 커다란 쇳덩이가 매달려 있었다. 시체가 든 불룩한 마대 자루가 무거운 쇳덩이에 이끌려 두 사람의 옆을 빠르게 지나쳐갔다. 마대 자루는 거센 조류에 떠밀리며 깊고 어두운 물속으로 사라졌다. 분노가 일었다.
‘개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말겠어!’_<노랑>
(항아리가 깨질 때 종이와 글자가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부분)
…고장 났던 배의 엔진이 수리되었다. 밤이 되자 배가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는 다시 얼마 가지 못하고 엔진이 멈췄다. 누군가가 또 고의로 엔진을 망가뜨린 것이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으나 용의자는 지난번보다 크게 줄어 있었다. 창고에 갇혀 있는 누군가가 밖으로 나와 엔진을 고장 냈을 리는 없었다. 범인은 몸이 자유로운 사람 중에 있었다.
선장은 이곳이 배를 정박하기에 위험한 지점이라고 판단했는지 배가 조류를 타고 흘러가도록 놔뒀다. 배는 밤새 조류를 타고 북쪽으로 흘러가 어느 무인도 인근에 도달했다. 우리는 그 섬 인근에 닻을 내렸다.
엔진을 고장 낸 범인을 잡기 위한 심문이 시작되었다. 선원들이 한 명씩 장교들 앞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단체로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집단 간의 의심과 갈등만 증폭될 뿐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5월 16일 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참수를 당한 다나까의 배를 가르고 장기 일부를 가져갔다. 배 안에 인육을 먹는 괴물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항아리가 깨질 때 종이와 글자가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부분)
…사람들이 모두 미쳐가고 있다. 아니 세상이 미쳤다. 마루타의 저주가 아니고는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 우리가 죽인 자들이 괴물이 되어 우리를 지옥으로 잡아가고 있다…._<초록>
“아침 식사하셔야죠!”
박미경이 오랜만에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순석 씨. 저 고기 자루 건져서 이 고무통에 좀 놔줘.”
순석은 다이빙덱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겨서 무거운 자루를 물 위로 끌어 올렸다.
“잠깐, 잠깐! 다큐멘터리 찍어야죠. 얼굴 이쪽으로 돌려요!”
김성실이 달려와서 순석을 향해 캠코더를 들이댔다. 오랜만의 촬영이었다.
순석과 박판돌이 돌고래 고기가 든 자루를 갑판으로 끌어올려 고무통 속에 내려놓았다.
박미경이 자루 입구를 묶고 있는 밧줄을 풀었다.
“고기 냄새가 신선하네요…. 어? 아악!”
“아아악!”
자루를 벌리던 박미경과 자루 입구로 캠코더를 들이밀던 김성실이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래유?”
순석은 고래 고기를 먹기 위해 자루 속에 뱀장어라도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급히 자루 안을 들여다봤다.
“어헉!”
순석 역시 기겁을 하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자루 속에 상괭이가 아닌 사람의 토막시체가 들어 있었다.
비명을 듣고 다가온 사람들이 번갈아 자루 속을 들여다봤다.
“헉! 도, 도대체 이게 뭐여? 누, 누구여?”
남자의 토막시체는 얼굴이 자루 안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씨팔!”
안길식이 자루로 다가가 자루 밑을 잡고 위로 확 들어 올렸다. 자루 속의 토막시체가 고무통 속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칼자국이었다. 시체는 팔과 다리가 잘려져 있었고 알몸이었는데 몸통 일부의 살이 잘려나가고 없었다._<파랑>
“헉! 뭐, 뭐야?”
이불 속에서 허연 괴물이 꿈틀대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주물러놓은 커다란 밀가루 반죽같이 생긴 괴물이 이윤정의 몸을 통째로 삼키려는 듯이 감싸고 있었다. 괴물의 몸 밖으로 삐져나온 이윤정의 발이 바동거렸다.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꿈이라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맨손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순석은 선실 구석에 쌓여 있는 20킬로그램짜리 금괴 하나를 집어 들고 달려가 금괴로 괴물의 몸통을 내리찍었다.
꽤액! 괴물이 이불과 함께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이불 속에서 커다란 촉수가 튀어나와 순석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숨이 턱 막혔다. 다시 촉수 하나가 순석을 향해 날아왔다. 순석은 두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소용없었다. 자동차에 받히기라도 한 것처럼 팔과 가슴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지며 몸 전체가 뒤로 밀려났다. 손전등이 순석의 손에서 튕겨 나가 선실 구석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몸을 누르고 있던 괴물이 떨어져 나가자 급히 몸을 일으킨 이윤정이 기침을 해가며 선실 밖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커컥! 도, 도와줘요!”_<남색>
“언젠가 실제로 그런 사건도 있었잖여. 비행기가 안데스산맥의 설산에 추락하고 생존자들이 칠십여 일을 버티는 동안 생존을 위해 죽은 사람들의 사체를 먹었던 사건…. 그들이 생존해 돌아왔을 때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잖여. 우리도 지금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거잖여.”
이하민은 정말 시체를 뜯어먹기라도 할 기세로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김성실의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그건 동물이 아니라 사람요, 사람! 김성실!”
순석이 어둠 속에 대고 소리쳤다.
“시체를 먹고라도 살고 싶은 사람은 시체를 먹는 거고, 시체를 먹느니 그냥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죽으면 되는 거여. 이건 생존과 직결된 일이니, 그 누구도 타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는 겨. 아니, 살 수도 있는 사람을 시체를 못 먹게 해서 굶어 죽게 했다면 그거야말로 살인행위지…. 아닌감? 나는 우리가 살려면 저 시체를 먹어야 할 것 같은디, 윤정이 생각은 어때?”
“그, 글쎄요.”
이윤정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순석은 이하민의 말보다 이윤정의 대답이 더 큰 충격이었다. ‘안 돼요.’가 아니라 ‘글쎄요.’라니?
순석은 빈혈 같은 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뒤로 비틀비틀 물러나 벽에 기대고 앉았다. 무슨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체력에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이하민과 이윤정은 왜 나보다 더 멀쩡한 것일까?’_<검정>
프롤로그
빨강 / 주황 / 노랑 / 초록 / 파랑 / 남색 / 검정 / 황금 기생충
에필로그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