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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514480 / 224쪽 125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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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것은 나와 A에 관한 이야기다. A는 아로와나의 약자다. 그러므로 나와 아로와나 이야기다. 아로와나의 영문 표기는 arowana다. arowana에는 A가 세 번이나 들어간다.
arowana는 내 친구 현이의 아이디이기도 하다. 현이는 내게 아로와나를 맡기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나와 A에 관한 이야기일 수밖에.
A는 너새니얼 호손이 쓴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간통의 상징으로 가슴에 달고 다녔던 글자다. 그래서 A가 주홍글자를 뜻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A는 아로와나의 약자라고 좀 전에 밝혔을 텐데? -9쪽
내 이름은 나해수(羅海水)다. 한자로는 바닷물이란 뜻인데, 내가 부모님께 달려가서까지 던진 질문은(부모님은 강원도에 계시다. 엄마는 무덤에 계시고,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계시다) 왜 빼어날 수(秀)가 아니고 물 수(水)냐는 거였다. 아버지는 내게 물 흐르듯 살라고 그렇게 지으셨단다. 흐르는 바닷물처럼 살아가라고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들어봤어도 ‘흐르는 바닷물처럼’은 처음 듣는 소리라 바닷물도 흐르는 거냐고 되물었다간 더 막돼먹은 딸이 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어쨌거나 그 순간부터 흐르는 바닷물처럼 살고 싶어졌으니까. 꼭 부모님의 뜻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16쪽
나는 봄에 옥탑방으로 이사 온 데다 반지하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그곳에 대해서는 새내기라고 답했다. 나는 대화 도중 반지남이 서른이란 걸 알게 됐고 반지남은 내가 35 혹은 53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말 놓으세요, 누나”라는 반지남의 말에 “그러지, 뭐” 하면서 졸지에 말을 놓게 됐다.
우리는 각자 처한 환경, 그러니까 반지하와 옥탑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서로의 방에는 초대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상대방, 즉 상대의 방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반지남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옥탑방에 대해, 나 역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반지하에 대해.
-72쪽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두 개나 된다) ‘아직은’과 ‘아마도’이다. 목에 힘주지 않는 단어 같다고 해야 할까? 잘난 척하지 않는 소박하고 겸손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나는 이 단어들을 발음할 때마다 어떤 가능성이 느껴져서 좋다. 게다가 먼 후일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뜻하는 단어라 얼마나 좋은지.
아직은 버스를 타지 않았다. → 곧 타게 될 거라는 뜻.
아직은 미완성이다. → 곧 완성할 거라는 뜻.
아직은 좌절 중이다. → 곧 좌절을 딛고 일어설 거라는 뜻. 다른 말로 희망의 길이 열릴 거라는 뜻.
아마도 그가 좋아질 것 같다. → 곧 키스할 거라는 뜻.
유감스럽게도 반지남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아직은’ 없다고 답했다. 그 말은 곧 생길 거라는 뜻? -114쪽
나는 개인적인 질문도 괜찮으냐고 물으려다, 갑자기 ‘개인적인 것이 창의… 아니,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페미니즘의 제2의 모토가 떠올라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그냥 물었다. 첫 시간부터 궁금했던 의문 두 가지에 대해서.
“왜 코 수술만 하고 쌍꺼풀 수술은 안 하셨어요?”
“전남편한테 맞아서 코뼈가 부러졌죠. 그래서 할 수 없이 한 거예요. 수술비도 많이 나왔어요. 뼈가 많이 들었거든요.”
강사의 거침없는 답변에 여기저기서 탄성과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의문 두 가지가 동시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코 수술은 하는 수 없이 한 거고, 쌍꺼풀 수술은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한 거다. 결론은 성형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
“사실 저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페미니즘 강사라 그런지. 페미니즘이랑 성형수술은 잘 안 어울리는 조합이잖아요? 강의 전날에 남편한테 맞고 다음 날 선글라스 끼고 페미니즘 강의하러 간 적도 있어요.”
이 대목에서는 우리 모두가 잠시 먹먹해졌음을 고백해야겠다. -179~180쪽
삶이란 실패를 쌓으면서 태양을 향해 걷는 것. 발목을 삐고 발등을 찍히고 동상에 걸리더라도 계속 걸어가는 것.
걷다가 길 위에서 쓰러지더라도, 쓰러져 죽을지라도,
어제 실패했더라도, 오늘 실패하더라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221쪽
나와 아로와나
35 혹은 53
나와 현이
나와 도서관 1
나와 주인님
나와 도서관 2
나와 오만 원
나와 〈치마의 모험〉
나와 저작권
나와 삼천 원
나와 송곳
나와 반지남
나와 옛날 애인
나와 주인놈
나와 석이
나와 아버지
나와 옥수수
나와 나혜석
나와 주홍글자
나와 도서관 3
오스테오글로숨
seawater70과 arowana84
나와 A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