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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8940157 / 120쪽 150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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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메타포로서의 기계, 신에 대한 방백(傍白)
전진삼_ 와이드 AR 발행인
이 글을 쓰기 위해 가제본하여 보내온 이중용의 문집을 완독한 후 책장을 덮으면서 보니 이 책의 가제목(못생긴 생각들)이 눈에 거슬린다. 본문 내용과 너무 다르다. 이것은 필시 저자가 작명한 것이 아니다. 확인 결과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최종본이 다른 책 제목을 달고 나올지, 그냥 이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저자 이중용은 스스로가 고백하듯이 ‘기계가 되지 못한 인간’의 전형이다. 그런 그의 생각에 입히는 옷이라면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이중용은 20대 후반부터 기계가 되기를 소망하며 인생을 설계해왔다. 그는 ‘말 그대로 평범하고 지루한 시간을 잘 견디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가끔은 제가 마치 입력되는 정보들을 처리하는 기계 같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솔직 순수한 사람은 ‘기계가 되면 좋을 텐데, 기계가 되지 못 하는 인간의 상태’로 늘 ‘앓는 중’이라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의한다.
내가 이중용을 처음 만나게 되는 시점은 그가 건축잡지 《건축과환경》(현, C3) 편집부 기자로 재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인 청년 이중용은 당시 건축동네를 대표했던 웹진 《아키누드》에서 ‘지노(JINO)’라는 아이디로 활동할 때에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인물이었다. 온라인상의 명성과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순수무구 함은 그가 40대 중반에 접어든 오늘의 시점에도 여전한 걸 보니, 이 사람은 분명 나이를 먹지 않는 ‘기계 인간’에 근접해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중용은 지금 ‘생각하는 기계’다.
그가 본문을 통해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은 포스트모던하다. 사유의 파편화된 구성, 패러디적 전략, 상호텍스트성, 자유연상법 등에 기댄 글쓰기는 이중용 특유의 문장을 구성한다. 그가 ‘생각의 화살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은 중력을 느끼지만 텍스트의 장소는 무중력 상태’여서 ‘문득 저는 생각의 화살에 무게를 넣어보고 싶어졌’다는 고백과 함께 ‘조준해서 쏜 화살이 ··· 슉 날아가다가 중력을 못 이겨 낙하하고는 어딘가 툭 꽂히듯이 ··· 텍스트가 감성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긴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각각의 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지도와도 같다.
책의 각 장에는 고대와 현대에 걸쳐서 그가 주목하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 교묘하게 행간을 채우며 등장한다. 앨런 머스크(탈피)-절대자(피라미드)-브루노와 갈릴레이(연체)-장발장(왜곡)-신(이터링과 이미징)-인공지능 A.I.(독사와 불독)-탈레스(믿음과 알음)-슈퍼맨(우리)-스티브 잡스(필문요화)가 그들이다. 모두가 신 그 자체이거나 신에 근접한 세기의 존재들이다. 저자가 이들을 콕 찝어서 생각의 화살을 쏘는 배경을 따라잡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이중용이 말하는 기계는 신에 대한 메타포다. 저자가 은유적 삶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만하다

P. 5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어느 순간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전에 형성된 습관이나 삶의 방식이 아예 벗겨지는 시점에 이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금은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P. 21 새로운 혁신 환경과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몸(육신)으로 연동하기 시작한 인간 앞에서 과거만 답습하는 어떤 일들은 앞을 내다보는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저 인간이 다음 몸으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벗겨질 순서만 기다리는 기능 정지의 껍질 같은 상태를 유지할 뿐이다.
P. 22 포스트-트루스! 진실은 현실 안에 갇혀 버린다.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 하는 진실은 너무나도 왜소해서 수익과 연결되는 비대한 사실 뒤로 쉽게 가려진다.
P. 23 새로운 몸을 만드는데 기여한 산업은 새로운 시간을 얻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산업은 박물관 속 껍질로 남을 것이다.
P. 29 일단 게임에 참여하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것처럼, 세계 안에 던져진 이는 자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간에 이미 돌아가고 있는 피라미드 게임 안에서 결정하고 결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P. 33 인간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인간이 소비의 주체인 이상, 피라미드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유지시켜야만 하는 번거로운 시스템이다.
P. 46 기계(機械)의 독특한 점은 비정상 상태가 되는 순간, 유지 과정의 의미까지도 완전히 변한다는 것이다. 기계가 작동이 멈추거나 더 이상 목적을 추구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단순하게 변할 경우,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의 성패(成敗) 여부에 따라 지속과 폐기가 결정된다. 기계의 세계는 오직 정상 상태만을 수용하고 유지한다. 그곳은 일체의 어둠 ― 그것이 불필요한 것이든 잠재된 가능성이든 ― 을 허용하지 않는, 필요와 목적이 일치하는 존재들이 살아가는 빛의 세계다. 하지만 생명(生命)은 완전히 멈추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 한 어느 정도의 장애를 끌어안고도 이전과 변함 없는 생명의 과정을 이어간다.
P. 54 사례는 미래의 불안을 과거의 확신으로 응답한다. … 사례는 메말라가는 웅덩이에 모인 올챙이들의 몸부림처럼 한계가 정해진 상황일 때 더 많이 등장한다.
P. 59 사례는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 하는 방식이다. 사례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 하면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P. 66 고대 세계에서 문자의 체계가 취약할 때 그림을 쓰는(이터링, i-ttering, image lettering) 방식인 상형문자(象形文字)가 유용한 대안이었던 것처럼 현대 세계에서 이미지의 체계가 불비할 때 문자를 그리는(레미징, le-maging, letter imaging) 방식인 문형도상(文形圖象)이 증가하는 현상은 일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P. 71 읽기의 시간과 이해의 공간은 비례하며, 읽기의 시간이 없는 문화는 이해의 공간도 사라진다. 인간의 이성적 각성 과정 속에서 느리게 진화하고 쇠퇴해 온 로테크-종이문화에 비하면 하이테크-영상문화는 빠르게 절정에 도달하고 금방 현실로 되돌아오는 어떤 일들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P. 73 오늘의 우리는 읽기의 의미를 소비적인 것에서 생산적인 것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P. 76 몸이 점점 더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국 읽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진리 추구라는 미명 하에 억측(doxa)으로 타인과 세상을 규정하려 했던 과거의 인간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앎을 믿음처럼 다루었다면, 진리의 많은 부분을 과학으로 보완한 오늘날의 읽지 않는(不讀), 읽기 어려운 몸을 만드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다 믿지도 않으면서 믿음을 앎처럼 다룬다.
P. 82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질문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답이 아니라 이유만 필요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앎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방향을 달리한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능한지 묻지 않는다. 그가 묻는 것은 ‘왜’다. 그는 ‘무엇’과 ‘어떻게’를 ‘왜’와 함께 생각하지 못한다. 현실적인 감각이 배제된 이유 찾기는 코를 잡기 위해 구부린 팔 안으로 다른 팔을 넣어 바닥을 향해 늘어뜨린 뒤 제자리돌기를 하는 것처럼 어지럽고 몽롱한 일이다. 왜냐하면 명확한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왜’라는 질문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 97 인간은 믿음으로 알음을 보완해야만 하는 존재로서 믿음과 알음 양 극단을 추구하며 진보했다. 그 과정에서 더 강한 힘을 행사한 건 알음보다는 믿음의 다른 형태인 신앙과 신념들이었다.
P. 102 우리에게 ‘우리’라는 말은 언제나 울타리 안쪽만을 의미하고, 울타리는 경계를 의미하며, 경계는 구분을 통해서만 성립하므로, 분할의 논리에 따라 그것은 태생적으로 전체를 상상하게 하면서도 울타리의 규약(경계의 율법)에 대한 수용이라는 각서 없이는 전체를 포용할 수 없는 상시적 분열 상태를 형성한다.
P. 113 잡스는 소비자들과 전문가들 모두를 위한 필요를 창출해냈다. 그에 반해, 오늘날의 새로운 도전에 관한 생각들은 단지 시장 측면, 소비자들의 필요를 창출하거나 대응하는 것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 글 앞의 글
· 첫 번째 생각_ 탈피
· 두 번째 생각_ 피라미드
· 세 번째 생각_ 연체
· 네 번째 생각_ 왜곡
· 다섯 번째 생각_ 사례
· 여섯 번째 생각_ 이터링과 레미징
· 일곱 번째 생각_ 독사와 불독
· 여덟 번째 생각_ 질문과 답변
· 아홉 번째 생각_ 믿음과 알음
· 열 번째 생각_ 우리
· 열한 번째 생각_ 필문요화
· 추천의 글_ 메타포로서의 기계, 신에 대한 방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