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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542528 / 144쪽 13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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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남긴 사랑 시집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고향으로의 회귀 욕구를 다룬 시들로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어온 누이·어머니·고향땅 등 혈육과 고향땅에서 느낀 다양한 정서’를, 2부와 3부에서는 연인의 비참한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이 비교적 소상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4부에서는 죽은 연인과의 재회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최규목 시인의『통증연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상기할 때 주목할 수 있다. 삶에서 체득한 경험들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형상화되어 있지만, 특히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비극적 절명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랑하는 연인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이 연인의 죽음이 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점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 첫 선을 본 적이 있던 사내로부터 무참히 살해당한 젊은 연인의 죽음과 그에 따른 각골통한刻骨痛恨은 시인으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을 보내게 했다. ■ 우리 시대의 비극적 자화상 여름 성경학교를 마친 후 교회 앞 다방을 나오던 어느 날, 시인의 연인은 오래 전 맞선을 본 적이 있던 성도착증 사내에게 칼자국을 전신에 맞고 무참히 난자당한다. 그녀는 언덕 위의 작은 교회에서 어린 새싹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던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 인간의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얼마나 가혹하고 원통한 참상인가. 그녀의 이 비참한 최후는 시인으로 하여금 극한적인 비통함에 사로잡히게 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은 이렇게 성적 사디스트에 의해 무참히 꺾여 영원의 세계로 떠나간 것이다. 이 사회에서 저질러지는 충동적 살인 행위는 그 원인이 생물학적 결정론이든 환경결정론이든 심각한 죄악에 해당한다. 특히 사회가 황량한 물질문명에 경도되어 갈수록 아노미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사회구성원들의 정신 작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상황 속에서 온갖 흉악한 범죄들이 일어나게 되고 반사회적 인물 군상들이 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연인의 비통한 죽음은 한 개인, 한 가족의 슬픔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시대의 비극적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규목 시인의 이번 시집 『통증연가』는 자신의 실존적 처지에서 체득한 다양한 경험들을 발효시켜 여러 갈래의 주제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고향 회귀 의식과 혈육의 죽음에 대한 정서, 자아성찰과 인간 심리의 심층에 자리 잡은 보편적 그리움, 설화적 배경을 통한 사랑의 고결함 등 다채로운 문양文樣으로 자신의 시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은 무어라 해도 ??통증 연가??라는 시집 제목이 암시하듯 비극적 사랑의 통점痛點에 깊게 새겨진 정한이다. 영혼의 깊은 곳을 찌르는 연인의 참혹한 절명에 대한 기억과 그 고통스러운 예각銳角은 시인의 가슴을 아프게 파놓았지만, 이 통한 속에서도 그는 천상과 지상의 영적 교류를 갈망하며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승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담쟁이 속살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잠을 깨웠다. 창 너머 높이 뜬 보름달이 휘영청 밝다. 달 위로 무리지어 발광하는 별들도 본다. 미리내 너머 어느 별에서 그녀도 나를 비추고 있겠지. 처음 그녀를 보았던 순간이 기억난다. 내 전신은 마비되었고 말문도 막혀 버렸다. 젊은 괴테가 샤를롯데를 보았던 충격이었다. 그녀는 나와 일 년을 사귀었고, 싸늘한 시신으로 내 곁에 돌아왔다. 여름 성경학교를 마치고 인근 다방을 나오다 오래전에 맞선을 본 성도착증 환자에게 무참히 난도질당했고, 교회 청년들이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으나 워낙 피를 많이 흘린 탓에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이승을 떠나가야만 했다.
이 시집은 그녀를 만나 사랑하고, 그녀를 떠나보내기까지 내 삶의 한때를 드러낸 시들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자문도 했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회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접어두고라도 어쩌면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했고, 슬프게 떠나간 한 여인을 위하여 시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그녀를 위무慰撫하는 시집 한 권도 남기지 않는다면 이 땅에 사랑하며 살아가는 많은 청춘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시집을 내게 되었다.
이 시집을 읽는 아내는 많은 인내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주변의 많은 시인들이 늦은 나이에 이혼당한다고 시집 출간을 만류하였다. 하지만 ‘인간이 홀연히 세상에 와서 삶의 밭을 일구고, 그 속에 어떤 작물이 경작되는가’는 각자의 사유의 영역이다. 언젠가는 아내를 위한 시집을 내는 그런 날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아내에게 헌신을 다짐한다.
그리우면 길을 나서라
그리움에 삶이 허망하고
그리움이 애절하여 밤새 잠 못 들 때
첫새벽에 행장 꾸려 길을 나서라
등짐 가득히 그리운 사람들을 꼬옥꼬옥 챙겨 넣고
먼 길을 나서라
인절미같이 늘어진 길을 지나
낯익은 시골 토담집을 지나
햇살가지에 임을 걸어 두고
달빛가지에 벗을 걸어 두어라
비탈진 산길
솔가지 아래서는
꿈속 같은 어머니
아련한 아버님을 내려놓아라
짐들을 하나둘 내려놓으면
몸은 차츰 가벼워지고
그리움은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깨닫노라
옛 풍경이 새 풍경 앞에서 지워지며
먼 미지가 다시 추억이 되어 그리움이 되듯
먼 길 지나서 되돌아보면
옛 그리움은 새 그리움 앞에서
그냥 지고 마는 아득한 추억이 되는 것을
-「그리움 지우기」 전문 (22~23쪽)
젊은 날에 한 여인을 지키지 못한 나는
전생에서는 무슨 죄를 지었을까
세상에 가난하고 병든 자들아
이 땅에서 고단함을 한탄하지 마라
한 막이 지나가면 다음 막이 나오듯
한 생도 가고 나면 다음 생이 오려니
- 「전생」 부분 (32쪽)
생머리 고운 아가씨가 철문을 열고 나왔다
그 순간,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전류가 흐르고
심장이 빨라지며 얼굴이 온통 붉어졌다
- 「만남」 부분 (62쪽)
이 땅에 너를 아는 모든 자
네가 아파, 너무 아파 불멸의 밤을 지새울 때
삶보다 죽음의 유혹이 더 강해 올 때
너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준 적이 있더냐
그래도 죽지 마라, 제발 죽지 마라, Q여
지난 삶이 고달파도
그 삶에 안개 걷히고 또다시 태양이 떠오르듯
그대는 아직 젊고, 희망도 있으리
제발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와라, Q여
「그대 영혼 어디에」 부분 (70쪽)
바람이 멈춰 버린 칠월 스무날 더위
검은 예복을 입고 교회 청년들과
상여를 메고 산을 오른다
밤안개를 헤치며 흘러온 강물이
꾸역꾸역 모래성을 허무는 강나루를 건너 산을 오른다
산등성이에 핀 천국(패랭이꽃)이 너의 흔적인 것 같아 눈물
이 난다
선홍색의 빛깔이 너의 잔영인 것 같아 자꾸자꾸 눈물이 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잎이 작별의 손짓 같아 따라 흔들어
주었다
검은 옷을 입은 조객들이
너를 천국으로 보내는 기도를 한다
잘 가거라,
그리고 이 땅의 모두를 저주하여라!
- 「잘 가거라」 전문 (75쪽)
제1부
당신의 나라/ 연/ 비학준령 묘지들/ 야누스/ 세오녀/ 적자생존/ 상엿집/
그리움 지우기/ 포항/ 순이는 무얼 할까/ 누이야, 청산 가자/ 봄은 버리라 한다/
아침/ 윤태사/ 전생/ 나비/
제2부
불효자/ 서른 즈음에/ 그분 얼굴/ 가난/ 홍매화/ 봄/ 풍계리 고요/ 하루/
북성로에서/ 다문화/ 초춘/ 누이를 보내며/ 감정 낙서/ 동백, 부활하다/
산속에서/ 뻐꾸기 소리/
제3부
이 땅에 흔적 하나/ 목련꽃 눈물/ 만남/ 이별/ 죽음/ 그대 영혼은 어디에/
죽음이란/ 청라언덕에 올라/ 잘 가거라/ 강을 건너오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소쩍새/ 갈 수 있을까/ 홀로 가는 길/ 접동 그대/
제4부
지상연가/ 천상연가/ 신곡/ 별의 제국/ 안개/ 임 오시면/ 만날 수 있겠지/
고백/ 장가가던 날/ 가출/ 26세, 결혼하다/ 혼강에서 우는 새/ 선화공주/
공주를 기다리며/ 문명왕후/ 치마바위, 무명치마/ 절망하는 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