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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351176 / 78쪽 154 x 216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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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본문 발췌>
나는 색색깔 물감으로 보호대에 꽃을 그렸어. 그랬더니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면 꽃이 춤을 추는 것 같아. 한 송이만 말고 더 많이 그려야겠어. 상처투성이 무릎이 춤추는 꽃밭이 되게 말이야. -p.13
바로 그 똥 영웅이 우리 속에 숨어 있다는 생각만으로 어쩐지 기분이 막 들뜨는 거 있지. 굵은 똥, 멋지다. 똥 눈 녀석은 똥이 쑥 나와 속이 시원했을
테고, 우리는 범인을 찾는다고 왁자지껄 한바탕 재미있는 소란을 피웠으니. -p.22
나도 사촌언니를 따라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맨발을 양탄자 속으로 밀어 넣어 보았어. 아, 정말이네! 벚꽃 꽃잎이 선뜩하면서도 촉촉해서 기분이 좋았어. 넋 놓고 있는 나에게 사촌언니가 말했어.
“봄이면 이렇게 벚꽃이랑 놀아. 벚꽃은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맨발로 노는 게 최고라고 그랬어. 이건 우리 언니가 가르쳐 준 놀이야.” -p.33-34
할아버지는 나랑 같은 위치의 이가 빠져 있었는데, 거기다 꽃을 꽂은 거야.
할아버지……. 이 빠진 자리에 꽃을 꽂은 할아버지가 주름투성이 얼굴로 날 보고 웃고 있었어. 그러더니 하나 더 갖고 있던 작은 줄기의 동백꽃을 나에게 건넸어. 나는 빨간 동백꽃을 받아들고는 내 이 빠진 곳에 꽂아 보았어. 그러고 나서 나와 할아버지는 서로 꽃이 피어 있는 이를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어. -p.43
네 명이 나란히 서서 양배추를 겨냥해서 오줌을 갈길 때 이상하게 우리
는 남자끼리의 연대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어.
마침 텃밭 근처를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는 바람에 우리는 그 고양이를 맞히려고 기를 써 보았지만, 고양이는 재빨리 사라져 버렸지.
다시 타나기만 해라, 꼭 맞히고 말 테니까. -p.58-59
만날 수 없는 일 쓸쓸하긴 해도, 그래도…… 너무 보고 싶고, 꼭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슴이 꽉 차 있는 게 좋아.
그러니 만나지 못하는 것, 그것도 참 멋지다! -p.75
<작가의 말>
어릴 적 나는 ‘멋지다’라고 생각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말라깽이인 데다가 늘 아팠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걸로 1등 아니면 2등이었다. 그게 싫어 신체검사 전에는 수돗물을 배가 터질 만큼 마셨지만 소용없었다.
자주 열이 나서 식욕이 떨어져 축 늘어진 채 누워 있곤 했다. 그럴 때 엄마는 사과를 갈아 천으로 짜서 맛난 사과 주스를 만들어 주었다. 열 때문에 축 늘어져 있는 건 싫었지만 갓 갈아 짜 주는 사과 주스는 ‘멋지다!’였다.
말라 비실비실한 다리라 운동회는 정말 싫었다. 달리기는 언제나 꼴찌여서 다음 차례로 달리는 아이들이 나를 제치고 나간 적도 있었다. 무척 창피했지만, 그때부터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날그날의 식단을 생각하거나 엄마가 요리하는 걸 돕기도 했다. 비 오는 일요일에 엄마와 함께 만드는 도넛이나 푸딩은 ‘멋지다!’였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외동인 나는 엄마와 큰집에서 살았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배우여서 집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 영화나 연극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모두 대단히 개성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좀 이상한 사람들 속에서 홀로 조용히 있는 엄마를 보며 ‘내가 엄마를 오래오래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이었다.
말라깽이 나는 이상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축 늘어져 있었지만,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를 싫어하지 않았다. 미워하지 않았다. 상처 입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고, 슬픈 일도 많이 있었지만, 아직 어린아이였던 조그만 마음은 기묘한 사람들이긴 해도 왠지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금도 잘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어떤 일이든 ‘멋지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쓰쓰이 도모미
<옮기고 나서>
이 책을 읽고 세상은 ‘멋진’ 일로 가득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까진 무릎도, 블랙홀 같은 콧구멍도, 넘어지는 일도, 굵은 똥도, 빡빡머리도, 앞니 빠진 갈가지도, 쓸쓸함도, 잠 못 드는 일도, 게다가 못 만나는 일까지도 멋지다니, 정말이지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꽃밭이 될 수도 황무지가 될 수도 있는 거지요.
우리말로 옮기는 동안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 스무 명이 모두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럽던지 살며시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싶었고, 그러고는 등을 툭툭 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멋지고 든든하던지 읽는 내내 즐거웠고, 또 어른인 나에게도 커다란 위로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아이인 그림 덕분에 초등학교 교실에서 실제로 그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고 온 것만 같았습니다.
나만큼이나 이 책과 만난 친구들도 행운입니다. 쓸쓸할 때나 외로울 때나 속상할 때면 이 책 속 아이들을 만나러 가면 되니까요.
김숙
나는 색색깔 물감으로 보호대에 꽃을 그렸어. 그랬더니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면 꽃이 춤을 추는 것 같아. 한 송이만 말고 더 많이 그려야겠어. 상처투성이 무릎이 춤추는 꽃밭이 되게 말이야. -p.13
바로 그 똥 영웅이 우리 속에 숨어 있다는 생각만으로 어쩐지 기분이 막 들뜨는 거 있지. 굵은 똥, 멋지다. 똥 눈 녀석은 똥이 쑥 나와 속이 시원했을
테고, 우리는 범인을 찾는다고 왁자지껄 한바탕 재미있는 소란을 피웠으니. -p.22
나도 사촌언니를 따라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맨발을 양탄자 속으로 밀어 넣어 보았어. 아, 정말이네! 벚꽃 꽃잎이 선뜩하면서도 촉촉해서 기분이 좋았어. 넋 놓고 있는 나에게 사촌언니가 말했어.
“봄이면 이렇게 벚꽃이랑 놀아. 벚꽃은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맨발로 노는 게 최고라고 그랬어. 이건 우리 언니가 가르쳐 준 놀이야.” -p.33-34
할아버지는 나랑 같은 위치의 이가 빠져 있었는데, 거기다 꽃을 꽂은 거야.
할아버지……. 이 빠진 자리에 꽃을 꽂은 할아버지가 주름투성이 얼굴로 날 보고 웃고 있었어. 그러더니 하나 더 갖고 있던 작은 줄기의 동백꽃을 나에게 건넸어. 나는 빨간 동백꽃을 받아들고는 내 이 빠진 곳에 꽂아 보았어. 그러고 나서 나와 할아버지는 서로 꽃이 피어 있는 이를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어. -p.43
네 명이 나란히 서서 양배추를 겨냥해서 오줌을 갈길 때 이상하게 우리
는 남자끼리의 연대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어.
마침 텃밭 근처를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는 바람에 우리는 그 고양이를 맞히려고 기를 써 보았지만, 고양이는 재빨리 사라져 버렸지.
다시 타나기만 해라, 꼭 맞히고 말 테니까. -p.58-59
만날 수 없는 일 쓸쓸하긴 해도, 그래도…… 너무 보고 싶고, 꼭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슴이 꽉 차 있는 게 좋아.
그러니 만나지 못하는 것, 그것도 참 멋지다! -p.75

[영웅], 멋지다
[무릎], 멋지다
[콧구멍], 멋지다
[잠 못 드는 일], 멋지다
[굵은 똥], 멋지다
[넘어지는 일], 멋지다
[인사], 멋지다
[냄새], 멋지다
[맨발], 멋지다
[빡빡머리], 멋지다
[주먹밥], 멋지다
[앞니 빠진 갈가지], 멋지다
[타월], 멋지다
[보조개], 멋지다
[고추], 멋지다
[도넛 만들기], 멋지다
[남자끼리], 멋지다
[쓸쓸함], 멋지다
[고양이 신문], 멋지다
[못 만나는 일], 멋지다
작가의 말
옮기고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