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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황규관 저 | 삶창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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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217 / 152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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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그의 시에서는 어떤 면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을 말할 때도 그렇고 가족과 노동을 말할 때도 그렇다. “느리게 걸을” 때도 그렇다. 흐르는 강에도 면적은 있는데 그는 한사코 거부하는 듯하다. 사실, 고도화된 자본의 시대에 모든 지배적 가치는 면적에서 나온다. 면적은 영토이고 부동산이고 권력이며 배제의 힘이다. 비물질적 면적도 작동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모든 면적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쉼을 허락하고, 위안을 주고, 생명의 부화를 위한 “눈부신 정적”이 있는 곳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으로 강을 들어내고 산과 나무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도륙해버리는 시대에 자본주의 생산노동 역시 안식을 위한 수단들이 결코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간적 삶의 가치와 그 뿌리를 뽑아내어 버리는 힘으로 그는 인식한다. 그러기에 머물 곳은 어디에도 없게 된 것이다.(백무산, 시인)

출판사 리뷰

강물 앞에 서면 물결이 되고 숲에 들면 나무가 되는 순간이 있다 어깨를 들썩이며 모든 시간이 울먹이고 꽃잎이 바람이 되는 어찌할 수 없는 노래가 있다 멍든 가슴이 깨질 때 목마른 짐승이 밖으로 뛰쳐나와 들판을 달릴 때 언어가 조각나는 여리디여린 몸뚱이가 있다 절정은 사막인데 사막이 피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 싸움과 변명과 누적된 신음이 켜질 때 사랑과 믿음과 고독에 모두를 맡길 때 미지의 심연이 반짝이는 찰나가 있다 어두운 물질에 웃음이 번지는 기적이 있다 ―「탄생」 전문

저자 소개

1968/ 전주 출생
1993/ <지리산에서> 외 9편으로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
1998/≪철산동 우체국≫(내일을여는책) 출간
2000/ ≪물은 제 길을 간다≫(갈무리) 출간
2007/ ≪패배는 나의 힘≫(창비) 출간 
2011/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실천문학사) 출간


2013/ ≪삼례 배차장≫(지식을만드는지식) 출간


2014/ ≪패배는 나의 힘≫(창비) 출간






 

머리말


시인의 말


시가 단순한 현실의 반영이 아니듯이
삶도 현실의 노예가 아니어야 할 텐데
감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몸이 아프다.

현재가 과거에 속박되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는 현재의 심층에서
언제나 운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게 시간의 속성이라면
미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참담한 시절에
부끄러운 내면을 내보이며
요설이 삶을 더럽힐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

다만 엄청나게 두꺼운 시간 속에서
내가 한 올 한 올 풀어지고 있는 지점에 와 있음을
부정하기는 이제 어려울 듯싶다.

퇴락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서 말이다.

책 속에서


강물 앞에 서면 물결이 되고
숲에 들면 나무가 되는 순간이 있다

어깨를 들썩이며
모든 시간이 울먹이고 꽃잎이
바람이 되는
어찌할 수 없는 노래가 있다

멍든 가슴이 깨질 때 목마른
짐승이 밖으로 뛰쳐나와 들판을 달릴 때
언어가 조각나는 여리디여린 몸뚱이가 있다

절정은 사막인데
사막이 피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

싸움과 변명과
누적된 신음이 켜질 때
사랑과 믿음과 고독에
모두를 맡길 때
미지의 심연이 반짝이는
찰나가 있다

어두운 물질에
웃음이 번지는 기적이 있다

―「탄생」 전문



바람에 흔들리는 8월의 숲은
처음 보는 여자의 머릿단 같다
이건 물론 내 느낌일 뿐이지만
언젠가 모르게 내면이 되어버린
사건 없이, 뜨거운 태양이 있겠는가
사소한 몸살도 당신과 마주친 흔적이었다
쓰나미 이후에 남은 문명의 쓰레기가
우리를 어지럽게 할 때
그건 우리가 거품을 마시고 셈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왔기 때문
어젯밤 얼굴을 붉히며 웃던
매끄러운 허벅지의 틈새에서
더더욱 믿음이 단단해졌다
그러니까 사랑은, 8월의 숲처럼
바람에 빠짐없이 소스라칠 것!
이렇게 나는 나이를 먹고
눈물을 다시 배운다
왜냐면 오늘은 처서 전날이고
후회는 현재를 더럽히므로―

―「8월」 전문


꽃은 내가 모르는
어두운 세계에서 오고
나라는 의미는 꽃이 피운 것

그러나 동시에 무지이므로
나는 첩첩산중의 불빛 한 점,
위태로운 숨결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꽃의 침묵,
그게 나를 떠나게 한다

나를 머물게 한다

그리고 저물게 한다

―「꽃」 전문


흘러가는 냇물을 보아라
얼굴이 없는 시간을 보아라
바람 따라 흐느끼는
버드나무 그림자를 보아라

흘러오는 냇물을 보아라
물잠자리가 떠나지 않는 생명의 수프를 보아라
물새의 눈빛만으로도 허물어졌다
다시 태어나는 모래섬을 보아라

소용돌이치는 냇물을 보아라
물결을 제 몸에 새기는 돌멩이를 보아라
허리가 부러진 꽃송이가
제 씨를 허공에 내보내는 안간힘을 보아라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는 냇물을 보아라
머물렀다 떠나는 햇빛을 보아라
떠났다 다시 오는 어둠을 보아라
단지 출렁이고 출렁이는

뜨거운 번뇌를 보아라

―「냇물」 전문

목차

시인의 말_4

제1부

경계ㆍ13
탄생ㆍ14
낙화ㆍ16
어떻게든ㆍ18
밥ㆍ20
눈 온 아침에ㆍ22
붉은 꽃ㆍ24
아침이 되는 길ㆍ26
무논ㆍ28
겨울 강ㆍ30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ㆍ32
냇물이 흐르는 쪽ㆍ34


제2부

길ㆍ39
풀ㆍ40
아름다운 꽃밭ㆍ42
강가에서ㆍ44
바닥에 대하여ㆍ46
무너지는 시간ㆍ47
인간의 길ㆍ48
희뿌연 벌레ㆍ50
고속도로ㆍ52
거리에 갇히다ㆍ54
8월ㆍ56
강ㆍ58


제3부

잠들지 않는 생활ㆍ61
만국의 노동자여, 분열하자ㆍ62
공장 밖이 위험하다ㆍ64
우리는 이렇게 왔다ㆍ66
잃어버린 다이너마이트ㆍ68
마지막 남겨진 말ㆍ70
2008년 6월에 쓴 시ㆍ72
싸움의 끝ㆍ74
죽음에게는 먼저ㆍ76
심장의 빛깔ㆍ78


제4부

우리의 희망ㆍ83
전라도ㆍ86
더러운 시ㆍ88
집구석ㆍ90
악몽ㆍ92
육 년 동안ㆍ94
새해 아침에ㆍ96
죽음들ㆍ98
묘비명ㆍ100
노래에 대하여ㆍ102


제5부

꽃ㆍ107
詩ㆍ108
냇물ㆍ110
무화과나무로부터ㆍ112
소음의 정체ㆍ114
먼지ㆍ116
자화상ㆍ118
입동ㆍ120
더부살이하는 책ㆍ122
오어사ㆍ124
아프지도 않고ㆍ126
살을 앓다ㆍ128
벽ㆍ130

해설 침묵과 심연 | 고봉준ㆍ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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