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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에게

류성훈 저 | 파란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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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675 / 119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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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시집 속의 시 세 편 글로뷸 등줄기에 겨울 금성이 외롭게 고인다 저게 행성이라니, 너의 엎드린 피오르드 사이에서 한 방울도 자유롭기 싫고 아무리 짙푸른 밤도 방뇨의 혐의를 따라 흐르는 얄팍한 대기권 아래서 나는 네 위에 쏟아진 산광성운이었다 조금 비리면 어때 저 높은 항로의 하늘은 누가 보아도 정지해 있고 우리는 그럴 리 없는 쪽에 누워 있는데, 우주풍이 네 허리를 구긴다 빛도 빨아들이는 천체가 있대 질식한 별들을 고향에 보내는 날 다시 만나러 가는 길과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길이 같은 종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내 과학은 너의 종교였지만 내 병든 종교에 상응할 너의 과학은 없었다 그럴 리 없기를, 꺼진 제례에 서로의 몸을 떨고 차라리 널 위해 몸을 녹일 수 있는 대기권에 참 오래도 누워 있었으니 빛도 물도 없는 곳까지 식별되지 않는 너를 더듬어 보면서 방전된 배터리를 심우주에 버린다 종점이 없는 역에서 나는 오래 서 있고 싶었다 *** 보이저 1호에게 물통 속에 밤이 퍼진다 내 붓은 차갑게 씻기고 안부라는 건 대개 꿈풍선일 뿐, 눈부신 우주 방사선 속에서 버릴 꿈이 없어서, 널 닮은 연체동물을 그렸다 저 외행성 출신의 물기 없는 입을, 활짝 핀 중력 없는 팔들의 짙푸른 기별을 축하한다 악수하는 법도 몰랐으면서 우리는 늘 몽상이라는 교신 위에서 지구에서의 너를 그렸으니 한때 색색 풍선보다 더 필요했던 날숨을, 더운 붓을 휘갈겨 본다 화장실 창밖이 밝아 오고 벌어진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그 금빛 껄끄러움 또한 교신,이라 생각했던 물음을 안고 나는 지금 태양권의 어디쯤을 쫓아가고 있을까 *** 오월 혼이 베개에 묻을 만큼 오래 잠들고 싶던 날 나는 귓구멍에서 내 가려운 잠을 파낸다 모두 뭉근한 불 위에 누웠던 때가 언제였을까 한 이불에서 발을 뻗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혼자 왔다가, 혼자가 아니었다가, 혼자가 아닌 줄 알았다가, 혼자가 아니고 싶다가, 결국 혼자가 되는 삶들을 건조대에 널던 오늘은 달과 지구의 공전 거리가 가장 멀었다 행성과 위성이 멀어도지고 가까워도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가족이 살고 있었고 나는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았다 가족의 달에는 가족도, 가족 없는 희망도, 희망 없는 가족도 있으니 우리는 꼭 희망이 없이 살아도 나쁘진 않겠지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오타에 가까울 테니 가령 살아,라고 쓰다 사랑,이라고 쳤을 때 언제든 어떻게든 삶은 실수이고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듯이, 내가 글을 쓰는 게 다행인 때가 있었듯이 잠 속에서 잠 밖에서 또는 마지막 이승에서 더 많은 봄이 보고 싶었다 ***

저자 소개

  • 저자 : 류성훈
저자 : 류성훈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현재 숭의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시집 <보이저 1호에게>를 썼다.

머리말

■ 시인의 말

달리 뗄 입도 없이
약불처럼 거기 있었기를

호명할수록 지워져 가는
나의 마지막 이승들에게

책 속에서

글로뷸


등줄기에 겨울 금성이 외롭게 고인다 저게 행성이라니, 너의 엎드린 피오르드 사이에서 한 방울도 자유롭기 싫고 아무리 짙푸른 밤도 방뇨의 혐의를 따라 흐르는

얄팍한 대기권 아래서
나는 네 위에 쏟아진 산광성운이었다
조금 비리면 어때 저 높은 항로의 하늘은 누가 보아도 정지해 있고 우리는 그럴 리 없는 쪽에 누워 있는데, 우주풍이 네 허리를 구긴다

빛도 빨아들이는 천체가 있대
질식한 별들을 고향에 보내는 날

다시 만나러 가는 길과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길이 같은 종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내 과학은 너의 종교였지만 내 병든 종교에 상응할 너의 과학은 없었다

그럴 리 없기를, 꺼진 제례에 서로의 몸을 떨고 차라리 널 위해 몸을 녹일 수 있는 대기권에 참 오래도 누워 있었으니
빛도 물도 없는 곳까지
식별되지 않는 너를 더듬어 보면서

방전된 배터리를 심우주에 버린다
종점이 없는 역에서
나는 오래 서 있고 싶었다 ***


보이저 1호에게


물통 속에 밤이 퍼진다
내 붓은 차갑게 씻기고

안부라는 건
대개 꿈풍선일 뿐, 눈부신
우주 방사선 속에서

버릴 꿈이 없어서, 널 닮은
연체동물을 그렸다 저 외행성 출신의
물기 없는 입을, 활짝 핀
중력 없는 팔들의 짙푸른 기별을

축하한다
악수하는 법도 몰랐으면서
우리는 늘 몽상이라는 교신 위에서
지구에서의 너를 그렸으니
한때 색색 풍선보다 더 필요했던
날숨을, 더운 붓을 휘갈겨 본다

화장실 창밖이 밝아 오고
벌어진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그 금빛 껄끄러움 또한
교신,이라 생각했던 물음을 안고
나는 지금 태양권의 어디쯤을
쫓아가고 있을까 ***


오월


혼이 베개에 묻을 만큼 오래 잠들고 싶던 날
나는 귓구멍에서 내 가려운 잠을 파낸다

모두 뭉근한 불 위에 누웠던 때가 언제였을까
한 이불에서 발을 뻗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혼자 왔다가, 혼자가 아니었다가, 혼자가 아닌 줄 알았다가, 혼자가 아니고 싶다가, 결국 혼자가 되는 삶들을 건조대에 널던 오늘은 달과 지구의 공전 거리가 가장 멀었다
행성과 위성이 멀어도지고 가까워도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가족이 살고 있었고

나는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았다
가족의 달에는 가족도, 가족 없는 희망도, 희망 없는 가족도 있으니 우리는 꼭 희망이 없이 살아도 나쁘진 않겠지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오타에 가까울 테니
가령 살아,라고 쓰다 사랑,이라고 쳤을 때 언제든 어떻게든 삶은 실수이고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듯이, 내가 글을 쓰는 게 다행인 때가 있었듯이

잠 속에서
잠 밖에서
또는 마지막 이승에서
더 많은 봄이 보고 싶었다 ***

목차

제1부
골절 ? 11
굴드의 허밍 ? 12
소서 ? 14
언어의 기원 ? 16
목성공포증 ? 18
장복(臟卜) - 20
역언법 ? 22
봄밤 ? 23
밤의 도플러 ? 24
수색 ? 26
유리체 ? 28
나의 채광창 ? 30
가위 ? 32

제2부
행성운동 4법칙 ? 35
총상화서 ? 36
회 ? 38
산천어 ? 40
공벌레처럼 걷기 ? 41
절리 ? 42
잠복기 ? 44
강릉 ? 46
글로뷸 ? 48
검은 물 ? 50
설기(洩氣) - 52
카마이타치 ? 54
HAFE 현상 ? 56

제3부
도선사 ? 59
상 ? 60
오월 ? 62
배시스케이프 ? 64
등화관제 ? 65
애초 걸었던 길 ? 66
섬모충 ? 68
월면 채굴기(採掘記) - 70
틀니 ? 72
거룩한 노랑 ? 73
담낭암 ? 74
서른의 방학 ? 75
기일 ? 77
졸업 ? 79

제4부
공작왕 ? 83
최초의 교환 ? 84
푸주의 강 ? 85
신천옹 ? 86
까마귀 ? 88
화장 ? 90
사생대회 ? 92
비문증 ? 94
염 ? 95
늘, 특수청소부 ? 96
스페이스 할머니 ? 98
옥수수 ? 99
이장 ? 101
보이저 1호에게 ? 102
청참 ? 104

해설
조대한 보이저 1호가 우리에게 남긴 것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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