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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박현준 저 | M31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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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282691 / 248쪽 13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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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스물에서 서른 사이 지극히 보편적인 그 시절을 우리는 어떻게 채워가고 있을까? 이십 대에서 삼십 대로 넘어가는 사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난히 신경과 시선을 잡아끄는 순간순간을 기록한 에세이. 그 시절 천착하거나 외면하거나 사랑하거나 냉소하던 대상에 대한 개인적 심상을 재치와 위트 넘치는 글 속에 재미나게 담아냈다. 술에 취한 새벽 귀갓길 택시 안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손석희 씨의 정갈하고 냉철한 음성에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고, 생선의 살코기만 쏙쏙 가져가는 상대방의 생선 먹는 태도에 순간 발끈한다. 안면은 익혔으나 결코 알은 체는 해본 적 없는 카페 직원의 느닷없는 알은 체에 낯 뜨거움인지 가슴 뜨거움인지 아무튼 뜨거운 무언가가 속에서 몽글거린다. ‘도를 아시냐’고 물어오는 여자에게 1초간 어림없는 기대를 품었다가 이내 정체를 확인하고는 세상에서 제일 냉소적인 표정으로 다시금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다. 책, 영화, 음악, 술, 유흥, 사랑과 사람 등 저자의 이십 대를 장식한 무수한 장면들이 위트와 반전 속에서 줄줄이 이어진다. 아무리 뜨겁고 아프고 좋았던 것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강도와 색채가 약해지는 법. 이렇게 자신의 지나온 이십 대를 휘리릭 넘겨보고는 조금은 단단해진 어투로 한마디 슬쩍 던진다. “이제는 아름다울 차례”라고. 읽을수록 묘하게 중독(中毒)되는, 그리고 동시에 중독(重讀, 거듭 읽음)의 욕구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에세이다.

저자 소개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삶의 기쁨을 가장 간단하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상자로서 예술을 향유하는 일이라고 믿으며, 그것을 기꺼이 권리이자 사명으로 여긴다. 장르를 구분하여 예술적 수준의 고하를 논하며 반목하는 것을 배척한다. 좋은 것은 편견 없이 좋은 것으로 여기며 닥치는 대로 잡식하는 습성을 지녔다. 예술을 즐기는 만큼이나 술을 좋아한다. 특히 만좌에 뒤엉켜 마시는 것보다는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 삶과 사랑을 회억할 수 있는 혼술을 더 좋아한다. 얽히고설키는 인간관계 속으로 항해하기보다는 외로움과 고독을 자처하여 온전히 나 자신으로 부유하다 홀로 침잠하기를 선호한다. 음악을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는 바람에 전문적인 음악인으로 분하여 몇 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다음 앨범은 늘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고 있다. 현재는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며, 28년째 여의도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aye_zer0 


 

책 속에서

아, 이 뜨거움. 낯 뜨거움 혹은 가슴 뜨거움.
박용우가 먼저 몇 달째 암묵적이었던 우리의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 대사 역시 내가 짐작한 성격대로 표정 변화 없이
소심하고 무덤덤한 얼굴로 내뱉는다. 그래서 더 뜨거움.
이 대사 하나로 우리는 지금까지 서로의 존재를 몰래
인지하고 있었음이 들통나버렸다. 아 역시 뜨거움.
나 역시 반색하지는 않았고 건조하게 “네에… 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거세게 뜨거움.
나는 “하아, 저 기억하시네요! 하하, 네 맞아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아직 몸의 반은
물속에 들어 있는 것이 나와 박용우의 관계에 어울렸다.
우린 서로 넉살 좋게 허허 웃으며 종업원과 단골손님의
우정을 과시하기보다는 조금 애매한 게 어울렸다.
- p. 18-19 ‘아.메.리.카.노.맞.으.시.죠’

그리고 지하철의 경우보다 한층 더 심한 자괴감이 들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택시를 이용했을 경우다.
예전에도, 그때도, 거의 매번, 심지어 오늘도!
그 시각 택시를 타면 왜 항상 기사님들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애청하고 있는 것인가!
아, 손석희 씨의 그 정갈하고 냉철한 음성은
술에 찌들어 뒷자리에 너부러져 있는 내 모습과
어찌나 그리도 상반되는지….
- p. 41-42 ‘술에 취한 귀갓길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윤석.
아직도 그가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한 대사가 아른거린다.
싼티 나는 다방 레지가 온갖 교태를 부리며 콧소리로
오빠~오빠~거리며 회를 사달라고 조른다.
그때 김윤석이 세계에서 제일 시크하고 찰진 어조로 한 대사가
정말이지 일품이다.
“오빠여? 아빠여?”
- p. 45 ‘아저씨론’

“어디에 사는 누구께서 신청하셨습니다. 윤상의 이별의 그늘.”
앗, 고된 녹음이 끝나고 귀가하는 길 반가운 선곡이었다.
아직 음악이 시작되기 전 기사님께서 미리 불륨을 조금
올리시는 1차 행동 발견.
이윽고 그 유명한 인트로가 시작되고 있었고,
기사님께서 클랙슨 부분을 손가락으로 베이스 드럼에 따라
꽤나 정확하게 두드리시는 2차 행동 발견.
그러는 동시에 다시금 볼륨을 더 올리시는 3차 행동 발견.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나는 입을 열었다.
“기사님, 윤상 좋아하시는가 봐요?
손가락으로 리듬도 타시는 거 보니까요!”
기사님은 반색하시며 “네! 저 이 노래 정말 좋아해요!”라고
말하신다. 이에 나도 한껏 격앙된 음성으로 대답했다.
“하하, 그러시구나. 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윤상이거든요!”
기사님은 마음 놓고 볼륨을 화끈하게 더 높이신다.
늦은 새벽 라디오 소리를 소음으로 여길 수도 있는 낯선 승객이
같은 취향으로 합치되어 편안한 친구로 허물어지는 순간.
친구가 된 순간부터 기사님은 과감히 4차 행동을 개시하신다.
따라 부르신다. 큭큭.
그것도 감정 이입하여 열창하신다.
- p. 66-67 ‘이별의 그늘’

 

 

 

 

목차

1장 스물에서
차라투스트라가 뭐라고 말했더라?
아.메.리.카.노.맞.으.시.죠
세상에서 가장 남자다운 뒷모습
착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티스트 콤플렉스
윤상바라기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
동안,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손빨래의 미학
토이 스토리
행복이란
술에 취한 귀갓길에서
가장 철저한 퇴고
청춘의 바래다주는 길
아저씨론(論)
입법 청원
분노의 질주
감내는 셀프다
하늘 말고 땅 바라보기
밥값
요플레 껍질
행언일치
죽을 것 같았던 시절
타타타
부질없지 않은 빈대떡
이별의 그늘
죽음BGM
술은 좋다 그래서 나쁘다

2장 서른으로
아기 우산
싫은 소리 듣기
27살의 고민
결국 흔해 빠진 사랑 얘기
생선을 먹는 태도
나의 이십 대
어림없는 기대
영화 같은 만남
허구적 자서전
12월의 풍경
내 눈에 낀 먼지
순진의 상실
생의 엔딩 신
가을 아침
흔적 남기기
기억을 쫓는 냄새
죽여주는 여자
예술가의 길
부장품
꽃을 보았다
인텔리의 옷차림
자신감의 근원
씻지 않고 나간 날
반성
사랑 그리고 털
변질
다시 아멘
담배꽁초
시를 읽지 않는다
흔적이 담긴 책
생존과 절멸에서
뜨겁게 사랑하기
이제는 아름다울 차례

3장 時의 詩
담배 연기
秋波
별
大地
너와의 관계
자화상 스물셋
그대는 영원하다
아기 1986
태양
재회
5월의 해
바그다드 카페
어머니와 매실주
花樣年華
춤(앙리 마티스의 ‘춤’을 보고)
밤
삶
비극1
멈춰버린 시간
기도
낙엽
끝
껌
성당
겨울나무는 외롭지 않다
술과 나의 역학관계
3월에서 3월까지
사랑한다는 것
기다림
여름밤의 꿈
잊는다는 것
외롭다
구름
초승달
2월의 눈
바보
나쁜 기도
손빨래
나는 나무, 그대는 바람
눈이불
그대를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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