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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딘가 블랙홀

이지유 저 | 한겨레출판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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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3893 / 256쪽 138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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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이지유
저자 : 이지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천문학과에서 천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모두가 발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과학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전4권), 《빅뱅 쫌 아는 십대!》, 《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최고의 뼈를 만져 봐》, 《구멍 :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다》, 《믿을 수 없겠지만 빅뱅》 등이 있습니다.

책 속에서

오후 3시가 지나자 해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검은 망사가 내려앉은 듯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1초가 다르게 색이 사라졌다. 3시 20분 무렵 초승달 같은 태양이 마지막 빛을 비명처럼 번쩍 내지르고 사라지자 사방이 완전히 깜깜해지고, 검은 해 주변에 파랗게 빛나는 코로나(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에 있는 엷은 가스층. 개기일식 때만 볼 수 있다)가 보였다. (......) 가리거나 멀어져야 볼 수 있는 관계는 우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어떤 일이 몹시 버거우면 잠시 멀리 밀어 둘 때가 있지 않은가. 비겁하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어 버거움의 정도를 줄이는 것이다. 모두 감당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가끔은 멀리 밀어두는 편이 이롭다.
시간이 흐르면 멀리 밀어두었던 일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이 보이기도 한다. 멀리 두기와 가리기, 개기일식은 우리의 삶 속에도 있는 셈이다.(15쪽, 17쪽)

블랙홀은 무척 매력적인 존재다. 무엇이든 삼켜버린다니 정말 인상적이지 않은가! 밀도와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빛조차 삼켜버리는 이 신비로운 천체는 근처에 있는 물질을 무조건 끌어들여 삼켜버린다. 삼킨다, 흡수한다는 표현이 좋은 느낌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빛도 삼키는 블랙홀의 속성 때문에 공포스러운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블랙홀을 무섭거나 두렵거나 탐욕스러운 존재로 생각하기보다 신비롭게 여긴다.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블랙홀을 이렇게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지녔지만 빛마저 삼켜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낼 수가 없다.’(20쪽)

난초는 한 곤충만 공략하기 위해 몸의 구조까지 바꾸며 결핍을 극복했다. 수많은 시도 끝에 난초는 기이한 아름다움을 완성했고 곤충의 이목을 끄는 일에 성공했음은 물론, 인간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이제 싱가포르에선 곤충 대신 인간이 면봉을 들고 꽃가루를 날라준다. 난초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아름다움이 빚어낸 결과다. 생명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고, 이와 같은 의지는 자원이 부족하든 넘치든 상관없이 모든 생명이 지니는 속성이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지금 이 순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지 숨만 쉬고 있다 할지라도.(63쪽)

검은꼬리누가 물과 풀을 찾아 북쪽으로 떠나도 세렝게티 남부에 사는 사자들은 가지 못한다. 사자에게는 새끼들이 있고 사자 새끼들은 검은꼬리누처럼 먼 길을 여행할 수없기 때문이다. 케냐에 있는 또 다른 사자 무리가 검은꼬리 누를 잡아먹을 테지만 상관없다. 검은꼬리누는 풀만 많으면 저절로 번성이 가능하다. 반면 사자는? 검은꼬리누가 없으면 굶어죽는다. 자, 이쯤 되면 세렝게티의 진정한 왕이 누군지 다시 생각 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 역시 세렝게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에 가든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권력자나 부자는 사람이 많은 곳을 기웃거린다. 그들의 운명이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자의 수가 검은꼬리누의 수에 따라 좌우되듯 말이다.(88쪽)

사람들은 그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것도 새들이 수천 년에 걸쳐 산호섬에 싼 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지극히 간단한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 친차 섬에는 국가가 공인한 관리인만 발을 디딜 수 있고,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그 덕분에 지금은 새의 개체 수가 늘고 새들은 예전처럼 평화롭게 똥을 쌀 수 있게 되었다. 구아노 표면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홀씨들이 자리를 잡았다. 바다로 흘러든 구아노는 물고기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자연이 살아났다. 자연은 내버려두면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인간도 그렇지 않은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므로.(153쪽)

화산을 떠나보낸 열점은 다시 어린 화산을 만든다. 이 화산 역시 다 자라면 북쪽으로 가겠지만 열점은 묵묵히 새 화산을 만든다. 하와이를 이루는 100개의 섬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생겨났다.
화산의 삶은 인간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누군가를 보살피던 사람은 그들이 독립해 제 갈 길을 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던 사람은 때가 되면 독립해 제 갈 길을 가야 한다. 화산이 그러하듯이 말이다.(167쪽)

탄소는 고독하고 깊은 땅속에서 무섭게 죄어 오는 압력을 견디며 아주 단단한 광물이 되어 간다. (...) 이와 같은 일은 아주 느리게 이루어지지만 다행히 시간은 충분하다. (...) 느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아무리 느려도 끝을 볼 수 있으니까.(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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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시작하며

1부 우주에서 기록된 것들/ UNIVERSE
- 라세레나의 개기일식
- 저기 어딘가 블랙홀
- 어디에나 무지개
- 마우나케아의 석양
- 라스 캄파나스의 GMT
- 치첸이트사의 그림자

2부 초록빛이 주는 위로/ PLANT
- 내가 식물원에 가는 이유
- 싱가포르의 난초
- 사바나의 풀 냄새
- ‘카페 데 오야’

3부 내가 사랑한 동물들/ ANIMAL
- 코나의 고래
- 세렝게티의 왕은 사자가 아니더라
- 힐로의 개구리
- Big 5
- 비쿠냐, 라마, 알파카, 과나코
- 누가 설치류를 얕보나
- 헨티의 말
- 거대한 여인, 마망

4부 가장 빛나는 행성에서의 시간/ EARTH
- 호모 하빌리스와 그의 후예들
- 애리조나의 식물원
- 나이아가라 폭포와 가뭄
- 페루의 구아노
- 홍콩의 아파트

5부 흔들림과 떨림, 기다림 사이에서/ GEOLOGY
- 킬라우에아와 열점
- 캘리포니아의 지진
-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 포스토이나 동굴의 종유석
- 스코틀랜드의 돌
- 시간이 멈춘 곳, 마추픽추
- SF 도시, 라파스
- 우유니의 고요

6부 과학, 그 너머의 것들/ SCIENCE
- 따따따 따아따아따아 따따따
- 피렌체의 갈릴레오
- 일본 자오의 침엽수
- 프리다 칼로가 고른 코발트블루
- 발리의 발 마사지
- 카파도키아와 화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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