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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저 | 아작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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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2019 SF어워드 중단편 부분 대상수상작가 심너울의 본격 소설집! 이미 퇴근했어도 퇴근학고 싶은 이 시대 청춘들에게 바치는 웃픈 이야기 보따리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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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507992 / 344쪽 137 x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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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2019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 심너울의 진면목!
우리 사회의 숱한 부조리에 대해 뼈를 때리는 풍자와 해학,
전통 SF 작가로서의 풍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풍성한 소설집!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생업을 잇던 심너울 작가는 2018년 여름 단편 <정적>으로 데뷔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수준 높은 중단편과 장편 소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데뷔 1년 6개월 만에 단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 SF 어워드에서 기라성 같은 후보작들을 제치고 중단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어 같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마켓 토리코믹스워드까지 받으며 한국 SF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2019 SF 어워드에서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은 “SF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작품”, “미시적인 동시대성과 규모 큰 SF 테마를 한데 버무린 ‘판교 소설’로서 특유의 풍미가 일품”,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 과학이 손안의 도구인 동시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심너울 작가를 평가했고,


현재 장르를 넘어 한국 최고의 블랙 코미디 작가라 할 곽재식은, “예리한 포착, 생생한 묘사, 흥이 넘치는 서술, 유려한 풍자와 즐거움, 무난한 마무리. 과연 소설은 이렇게 써야돼 라는 생각이 드는 훌륭한 소설”이라며 심너울 작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 심너울 작가는 한 권의 장편 소설과 미니 단편집을 단독으로 냈고, 두 권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수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데뷔 2년 만에 작가 심너울의 진면목을 보여줄 작품들을 모두 모은 본격 중단편소설집이 나왔다.


이미 퇴근을 했어도 퇴근이 하고 싶은 대학원생의 ‘웃픈’ 연구를 다룬 <초광속 통신의 발명>을 시작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10년 가까이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기업 산하 연구원들이 벌이는 블랙 코미디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욕실에 물때가 끼는 이유조차 모르는 무능한 이혼남에게 생긴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등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동시대 청년의 눈으로 본, 지금 우리 사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몇 퍼센트가 기계로 대체되면 안드로이드로 대체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는 <감정을 감정하기>, 서구 황금기 고전 SF를 방불케 하는 우주 탐험기 <거인의 노래>, 타임 패러독스의 대명사라 할 쌍둥이 역설을 새롭고도 감성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등 전통 SF 작가로서의 풍모 역시 손색이 없다. 가히,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풍성한 소설집이라 할 만하다.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P.10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출근한 미래에서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과거로 거슬러 온 것 아닐까? <초광속 통신의 발명> P.41 나 같은 경우에는 심너울이란 작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작가는 2년 전에 작품 몇 개를 발표하고 나름대로 상도 받아서 뭔가 되나 싶더니, 그 후 내는 작품마다 혹평을 면치 목하고 이제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P.80 “남자한테 그런 근본적인 외로움이 있다는 거 말입니다. 돌봄 문제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그런 거에 대한 지원을 좀 해야 하지 않나, 남자가 여자들을 떳떳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행사라든지, 아니면 그런 욕망을 해결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해요.” 다른 모든 남자들이 “맞아,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P.102 “우리 학교에 학생이 너무 적어서 친구 봇을 설치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P.145 애플에서 내놓은 최신 무선 이어폰을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가격이 어마어마했지만, 옛날에 쓰던 보청기에 이어폰 기능까지 더했다 하면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P.161 “모든 꼰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지.”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P.182 “걱정하지 마세요. 요새 전자뇌 기술이 발달해서, 운동 기능 쪽은 전자뇌로 완벽하게 대체가 가능합니다.…예, 인공 간이나 안구 이식하듯이요. 뇌 쪽도 이제 이식이 잘 되는 부분이 꽤 많거든요.” <감정을 감정하기> P.188 “그러니까 신체의 반응이 먼저라는 거죠. 뇌가 무섭고 설렌다고 생각해서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놓이면 먼저 심장이 뛰고, 그걸 사람의 뇌가 해석하는 거예요.” <감정을 감정하기> P.223 “이거 사람고기네요.” “입맛이 정확하시네요. 네, 사람 등심입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인간 유래 배양육 제품이라고 부르는 편을 선호합니다만.” <한 터럭만이라도> P.271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에서 심우주 유인 탐사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장엄했으나 그만큼 저열했던 한반도 통일 이후 새로운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거인의 노래> P.271 “겨울아, 우리 중에 너만 죽지 않을 거야.…그때 겨울이 DNA를 조절해서, 겨울인 안 늙을 거야. 20대에 멈춰서, 영원히… 살 거라고.”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저자 소개

1994년 마산에서 태어났고, 심리학을 전공했다. 2018년 여름 <정적>으로 데뷔하였다.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 토리코믹스워드를 수상했다. 단편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장편 《소멸사회》를 출간했다. 심너울이란 이름은 본명이다.
 

머리말

내가 써놓고도 뻔뻔할 정도로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들

이 단편집의 소설들은 내가 2018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쓴 것들 중에 출판할 만큼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 다시 다듬어 낸 것들이다. <정적>으로 데뷔하고 나서 1년 6개월 동안 내가 봐도 꽤 빠른 속도로 썼다. 25년 동안 살면서 모아놓은 생각들이 빵 터진 거라, 앞으로 이 정도의 생산성은 내지 못할 성 싶다. 와중에는 내가 써놓고도 뻔뻔할 정도로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도 몇 편 있는데, 사람들이 읽고 나와 같은 기쁨을 공유할 수 있다면 참 기쁘겠다.

<초광속 통신의 발명>은 가벼운 소품이다. 여름에 모기 잡다가 모기가 자꾸 시선에서 벗어나는 걸 경험한 어떤 대학원생이 모기가 차원을 도약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초공간 도약 이론을 개발하게 되는 소설과 또 한 편을 더 써서 ‘위대한 발명 3부작’을 쓰려고도 했는데, 남은 하나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은 곽재식 작가님의 <다람쥐전자 SF팀의 대리와 팀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초임계 참기름 비리 사건은 어떤 국책연구소에서 진짜로 일어났던 일을 각색했다. 초임계 참기름과 초임계 콜드브루는 실제로 상품화가 되어 있다. 초임계 참기름은 정말로 그 품질이 좋다고 한다. 나도 책을 많이많이 팔아서 그냥 참기름 말고 초임계 참기름을 사 먹으면서 살고 싶다.
헛된 꿈을 꾸지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초임계 추출법으로 라면에서 기름 짜서 파는 것도 실제로 내 모교에서 한 일이다. 라면에서 기름을 쭉 빼면 칼로리가 줄어드니까 다이어터들이 즐겨 찾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었다. 이 아름다운 발상은 필연적인 파멸을 맞았다. 이 ‘기름 없는 라면’은 최근에 여러 회사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 굳이 라면을 튀기고 나서 첨단 기술로 기름을 빼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용됐던 ‘건조’라는 놀랍고 획기적인 기술로 건면을 만든다.
초임계 소동과는 달리, 오스쿠스는 순수한 창작의 산물로, 딱히 존재하는 기업을 본뜬 것이 아니다. 오스쿠스는 한국의 어느 회사와도 관련이 없으며, 만약 실제와 비슷한 점이 있으면 그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의 견지로 쓴 한 편의 농담 같은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억압의 기반에는, 특히 젠더 문제에 있어서는 사회문화적 원인이 생화학적 원인보다 훨씬 커다란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남자가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일반적으로 더 많겠지만, 모든 남자의 고환을 긁어낸다고 해도 사회가 갑자기 유토피아로 변하지는 않겠지, 당연히. 가끔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을 때가 있다.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를 말하려면 내 친구의 놀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것들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의 ‘얼굴첩’에 올린다. 예를 들면, 건물의 창문 두 개와 문이 각각 두 개의 눈과 입처럼 보인다든지, 콘센트의 구멍들이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든지. 하하, 사람들은 세 개의 구멍이 있으면 그걸 두 눈과 입 같다고 느낀다.
나는 사람의 그 특성이 좋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서 사람을 연상해내는 작용이. 물론 그것은 사람이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기 위해 나타난 진화적 적응이겠지만… 나는 거기서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에서 사람의 속성을 본다는 것은 사람의 정신이 그만큼 다른 것도 포용할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평범한 착즙 가지고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 물을 수도 있다. 맞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이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다. 내가 쓴 다른 소설에서 묘사된 미래의 모습이 실현될 것 같으냐고 어떤 사람이 물어본다면, 나는 당혹한 표정을 지으면서 “글… 글쎄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늙어서 다음 세대에게 경멸받는 것은 필연이다. 조카를 볼 때마다, 조카와 그 세대의 사람들이 훗날 나를 너무 경멸하지만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파탄 나고 있는 세상 꼴을 보고 있자면 너무 큰 바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감정을 감정하기>는 내가 언젠가 생물심리학을 공부할 때에 잠금 증후군 환자들의 사례에 대한 연구를 보고 생각한 것이다. 잠금 증후군 환자들은 의식은 있지만 전신 마비로 인해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일반적으로 척수로 이어지는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그런 상태에 놓이게 된다. 환자들은 의식이 있지만, 오직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만 외부와 소통이 가능하다.
사실 상당히 고통스러운 질병일 것 같은데, 놀랍게도 일부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의 정서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Bruno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표본 집단의 환자들 중 72퍼센트가 행복하다고 대답했고, Kübler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 대부분 차분한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는 정서를 느끼는 데 있어 신체의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무서운 상황에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내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공포감이 없다는 말이다.
그 내용에서 흥미를 느낀 나는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발달시켜 소설로 완성했다. 우리의 감정과 정서가 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협응하여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매력적이다. 우리의 몸뚱이는 단순히 우리의 영혼이 입은 옷가지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의 생물심리학이나 신경과학에서 정서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꼭 개인적으로라도 더 공부해보고 싶다.

<한 터럭만이라도>는 영화 <옥자>와 에세이 <천재 앵무새 알렉스와 나>를 보면서 생각했던 이야기다. 이야기에서 제시했던 약간은 비관적인 전망과는 다르게, 나는 배양육 기술에 대해 대단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분명히 나보다 훨씬 훌륭한 결론을 제시할 테니까. 나는 이런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해당 소설의 초고는 트위터에서 박종관 님, 신가인 님, 이서 님, 미네나인 님이 먼저 읽어주시고 의견을 주셨다.

<거인의 노래>는 나름대로 고전적인 느낌으로 써본 SF다. 나는 혹독한 우주 공간 속에서 조용하고 외롭게 떠 있는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 취향 탓에, 언젠가 소설로 쓰고 싶은 소재 중 하나로 ‘Rogue planet’이란 별이 있다. 일반적으로 행성은 항성의 중력에 붙잡혀 그 궤도를 빙빙 돌며 항성의 끝없는 여행을 함께하는 식구가 된다. 그런데 어떤 행성은 중력 섭동 등의 이유로 항성의 중력권에서 튕겨 나가 홀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라, 그 무한한 고독 속에 놓인,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을. 그 이미지를 마음속에 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저릿거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천문학적인 객체들 중에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저릿거리지 않는 게 있을까? 모든 행성과 위성과 혜성과 항성과 은하와 기타 등등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는 쌍둥이 역설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주다. 나는 일반적으로 인물의 성별을 글을 쓰다가 필요할 때마다 마음 가는 대로 정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쓸 때는 시작부터 자매의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을 확고히 먹었다.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위로 형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이야기를 형제의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었다.
형이 나랑 같이 영원히 살려고 굳이 우주선을 만들 것 같지도 않고, 설령 그러더라도 내가 거기에 보답하려고 굳이 의학을 배울 것 같지도 않아서.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 정도로는 사랑하지 않는다.
물론, 소설에 쓰인 것 같은 자매나 남매 관계도 거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적이 없는 관계니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두고 쓸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소설은 불멸 시술의 도입을 제하고는 놀라울 정도로 사회의 모습이 현대와 비슷하다. 미래 사회에서 사람의 DNA를 뒤틀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할 정도로 분자생물학이 발달했다면 다른 과학기술도 무시무시하게 발달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혼자 발전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기술이 존재하는 사회는 우리가 아는 사회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겠지. 전통적인 가족이 존재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당장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고, 따라서 이 세계를 그릴 때 나는 다른 과학의 발달을 통제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0년 3월 29일로,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 재난이 된 때다. 올해는 세계 전체가 코로나로 신음하리라는 예측이 가득하다. 비교적 사태를 일찍 맞은
우리 동아시아 사람들도 세컨드 웨이브의 불길한 전조에 덜덜 떤다. 유럽 연합을 하나로 묶던 셍겐 조약은 심너울이 떠벌리고 다니는 로또 당첨 공약같이 무의미한 것이 된다. 각 국가는 전시 체제로 전환하여 공장을 징발해 의료기기를 생산한다.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던 물리적 연결은 꽁꽁 얼어붙고 온갖 항공사의 주가가 폭락한다. 민족주의, 제노포비아가 산불처럼 세상에 퍼져나간다.
나는 세계가 하나가 된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이다. 코로나는 세계화와 그 공고한 질서에 영원히 남을 깊은 상처를 실시간으로 새기고 있고, 이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세상은 우리 밀레니얼 세대가 알던 세상과 크게 다를 것이다. 이런 커다란 전환점에 미래를 상상하는 SF를 쓰는 것은 나름대로 큰 모험이다. 어쩌면 벌써 우습게 되어버린 이야기들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참 고맙겠다.
그리고 작가 후기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지만 관련된 몇몇 사람들 빼고는 크게 흥미가 없는 말을 하겠다. 책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힘들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나의 첫 번째 독자인 육아리 누나와 내 가족에게, 항상 지지해준 데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책 속에서

첫문장 “진짜 퇴근하고 싶다.”
P.10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출근한 미래에서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과거로 거슬러 온 것 아닐까?
<초광속 통신의 발명>
P.41 나 같은 경우에는 심너울이란 작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작가는 2년 전에 작품 몇 개를 발표하고 나름대로 상도 받아서 뭔가 되나 싶더니, 그 후 내는 작품마다 혹평을 면치 목하고 이제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P.80 “남자한테 그런 근본적인 외로움이 있다는 거 말입니다. 돌봄 문제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그런 거에 대한 지원을 좀 해야 하지 않나, 남자가 여자들을 떳떳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행사라든지, 아니면 그런 욕망을 해결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해요.”
다른 모든 남자들이 “맞아,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P.102 “우리 학교에 학생이 너무 적어서 친구 봇을 설치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
P.145 애플에서 내놓은 최신 무선 이어폰을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가격이 어마어마했지만, 옛날에 쓰던 보청기에 이어폰 기능까지 더했다 하면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P.161 “모든 꼰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지.”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P.182 “걱정하지 마세요. 요새 전자뇌 기술이 발달해서, 운동 기능 쪽은 전자뇌로 완벽하게 대체가 가능합니다.…예, 인공 간이나 안구 이식하듯이요. 뇌 쪽도 이제 이식이 잘 되는 부분이 꽤 많거든요.”
<감정을 감정하기>
P.188 “그러니까 신체의 반응이 먼저라는 거죠. 뇌가 무섭고 설렌다고 생각해서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놓이면 먼저 심장이 뛰고, 그걸 사람의 뇌가 해석하는 거예요.”
<감정을 감정하기>
P.223 “이거 사람고기네요.”
“입맛이 정확하시네요. 네, 사람 등심입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인간 유래 배양육 제품이라고 부르는 편을 선호합니다만.”
<한 터럭만이라도>
P.271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에서 심우주 유인 탐사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장엄했으나 그만큼 저열했던 한반도 통일 이후 새로운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거인의 노래>
P.271 “겨울아, 우리 중에 너만 죽지 않을 거야.…그때 겨울이 DNA를 조절해서, 겨울인 안 늙을 거야. 20대에 멈춰서, 영원히… 살 거라고.”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

 

 

목차

01_초광속 통신의 발명_7
02_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_13
03_저 길고양이들과 함께_65
04_컴퓨터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_95
05_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_143
06_감정을 감정하기_171
07_한 터럭만이라도_221
08_거인의 노래_267
09_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_287

작가의 말_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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