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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원제 : Suicide Club
시리즈 : 스토리 콜렉터 [45]

레이첼 헹 저 | 김은영 역 | 북로드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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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791353 / 392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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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제1의 물결, 과거 세대는 150세 가까이 살았다.
제2의 물결, 현재 세대는 300세 이상 살 수 있다.
그리고 곧 제3의 물결, 영원한 삶이 시작되고 있는데…….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이를 과연 축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 아이리시 타임스 ★ 오스틴 크로니클 ★ 굿 하우스키핑 ★ 버스틀 ★ 비즈니스 타임스 ★ 스타일리스트 ★ 미디엄 ★ Tor.com ★ 에스콰이어 ★ 메일 온 선데이 ★ 스탠드포인드 매거진 ★ 비치 미디어 ★ 메트로 뉴스 ★ 페이스트 매거진 ★ 워싱턴 리뷰 ★ 블랙 워리어 리뷰 ★ F(r)iction ★ 차 저널★ 커커스 리뷰 ★ 북 라이어트 ★ 라이브러리 저널 ★ 넷 갤리 ★ 패뷸러스 매거진 ★ 룸퍼스 ★ 인디펜던트★ 그라치에 ★ NYLON 등 영미 문단과 언론의 호평 일색이었던 화제의 SF 서스펜스 신작!

출판사 리뷰

“스테이크와 와인, 라이브 공연으로 영원한 삶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수이사이드 클럽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구 감소와 의료기술 발달로 인간 수명 300세 시대를 맞은 미래, 완벽한 두뇌와 외모를 갖춘 유전자들의 위험한 도발이 시작된다 평균 수명 300세에 이른 근미래의 미국 뉴욕, 수명유지 시술과 금욕적인 삶에 지칠 대로 지쳐 삶의 환멸을 느끼게 된 사람들은 비밀리에 모임을 가져왔다. 그리고 금지된 음악을 듣고 금지된 음식을 먹고 마시며 삶을 마음껏 즐기는 그들만의 파티를 열어왔다. 그들은 이 모임을 조롱하듯 ‘수이사이드 클럽’이라 불렀다. 하지만 인구 감소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정부 당국은 사람들이 영생의 삶을 포기하도록 방관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곧 미국의 세계지배 종말, 재앙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중상모략이 시작됐는데……. 제목 ‘수이사이드 클럽’과 달리, 이 작품은 삶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 무엇이든 그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역설한다. 이야기 중심에는 두 인물이 놓여 있다. 먼저 금융계 회사에서 임원 승진을 앞둔 상류층의 프로페셔널한 여성 레아 기리노이다. 이제 막 100세가 되었으나 서른 중반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좋은 유전자를 타고났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했으며 제3의 물결 시대가 오면 우선순위로 영생의 삶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삶이 뒤바뀌는 건 찰나의 순간이다. 어느 날 출근길에 88년간 연락이 두절됐던 아버지를 우연히 보고 차도로 뛰어들었으나 정부 당국이 이를 자살 시도로 오해했던 것. 진실을 말하고 싶으나 ‘체제 위반자’가 되어 88년 전 가족을 떠난 아버지를 봤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그녀는 정부의 감시대상자 명단에 오르는 운명을 맞게 된다. 레아의 변칙적인 행위가 하나둘 생기면서 정부에서 두 감시요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은 88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의 귀환에 보다 강세를 둔다. 한때 젊고 활기찼던 그는 이제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죽음을 염원하는 중이다. 그리고 삶은 유한해야 하며 살아 있는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세계로 레아를 안내한다. 삶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이 작품의 주요 화두는 평행선상에 있는 또 다른 화자, 안야라는 스웨덴 출신의 젊은 여성으로 이어지며 확장된다.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를 따라 이곳 뉴욕으로 건너온 그녀의 삶은 결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어머니는 시술과 교체에 집착했고, 결국 부작용이 발생해 병상에 누운 채 말이나 거동도 못 하면서 죽을 수도 없는 상태로 삶은 연명하게 된 것이다. 이제 알았다. 이게 바로 끝이었다. 텅 빈 눅눅한 방에 그들의 이름이 붙은 악기 몇 점뿐, 두 사람에게 남은 건 없었다. 치료비는 어느 정도까지만 지원되었을 뿐 연장된 수명을 유지하려면 점점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 결국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기다리는 일밖에. -본문 중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그녀가 불멸의 황금 반지를 움켜쥔 사람들에게 영원한 삶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며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에 앞장서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레아가 정부의 감시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되기 위해 수이사이드 클럽을 고발할 계획을 세우면서 긴장감은 점차 고조된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스테이크를 먹는 아주 단순한 즐거움마저 금지시킨다면 불멸의 삶이 그리 가치 있는 것일까? 그런 상태로 수백 년 더 산다 해서 그 삶이 의미가 있을까? 다시 말해, 《수이사이드 클럽》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삶에 대한 찬가에 보다 가까운 작품이다. 라이퍼와 비라이퍼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미래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이유가 뭐든 간에 아버지와 딸을 88년간 떨어뜨려놓는 사회는 살 만하냐고.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뜨거운 목욕을 홀로 즐기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설사 건강에 해롭다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면 그 삶이 의미가 있냐고. 영미 문단과 언론에서 입을 모아 매우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라 호평을 쏟아낸 이 책 《수이사이드 클럽》은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삶의 이면을 들추어내어, 궁극적으로 가치 있는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책 속으로 엄마는 언제나 현실적이었다.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난 뒤까지도. 엄마는 죽는 날까지 등을 꼿꼿하게 유지했다.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들러 솜털같이 부드러운 검은 머리를 귀밑까지 단정하게 잘랐다. 피부는 수십 년에 시들어버리고 만 비슷한 연배 사람들보다 훨씬 더 탄력적이었다. 근육은 단단했으며 연보라색 입술은 도톰했다. 이 모두가 탤런트 글로벌사의 CEO로 있으며 티어4를 복용해온 덕이었다. 엄마 유주는 142살을 살았다. 지금의 레아보다 42살이 많았다. 제2의 물결이 시작될 때 60대였던 사람치고는 무척 장수한 편이다. 하지만 레아에게 142살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300살을 넘겨야 했다. (p.20) 두려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감시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녀 정도면 감시대상자 명단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없지만, 상습적으로 이혼하는 사람들이나 실직자들 또는 인지능력이 손상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영생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레아는 훌륭한 라이퍼였다. 그녀는 헬스핀에서 일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겨왔다. 정부 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그들은 레아가 일부러 차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28) 두 사람이 뉴욕에 온 것은 음악 때문이었다.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안야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검사를 받는 순간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천천히 타오르며 병이 되고 말았다. 엄마는 미국인들처럼 생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육류도, 나아가 생선도 입에 대지 않았다. 크고 육중한 몸은 점점 줄어들어 헬스클럽에서 다듬어진 날씬한 몸매가 되어갔다. 노래를 부르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완벽한 유전자 구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했다. 결국 엄마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엄마는 시술과 교체에 집착했다. 처음에는 피부였다. 15개월마다 피부를 이식했고 혈액에 집착했다. 초소형 스마트 입자인 나노봇을 투입하여 피를 맑게 재생시켰다. (p.41~42) 모든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수명을 알리는 숫자를 받았다. 정부 당국은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울부짖는 아이의 목구멍에 손쉽게 면봉을 집어넣었다. 부모들은 손을 꼭 잡고 초초하게 기다렸다. 아이의 평생을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이었다. 때로는 아이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 아직 인간의 눈이라고 할 수 없는 액체 상태의 아기 눈을 들여다보며 결과를 알기도 했다. (p.49) 제2의 물결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대가 엄마에게서 레아로 넘어갔고, 가족 문화도 무너졌다. 새뮤얼이 태어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근 수십 년간 수명연장 검사와 예방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시스템이 달라졌다. (중략)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정부 당국은 최대 투자 대상자인 라이퍼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키고자 새로운 지시 조항들을 만들었다. 제2의 물결 시대였다. 이제 제3의 물결이 시작되면 인간은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레아, 네 아이들은 가능하겠다. 어쩌면 너부터 가능할지도 몰라.” 엄마는 흥분과 부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끔찍하군.”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꾸했다. “누가 영원히 살고 싶겠어? 정부는 우리가 스테이크를 그만 먹기를 바랄걸?” (p.70~71) 여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이 클럽이 늘 인권 보호 운동가들의 모임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고 했다. 삶에 환멸을 느낀 라이퍼들이 오래전에 만든 모임이 바로 이 클럽이라고 했다. 수명유지 시술을 받을 만큼 받은 사람들이었다. 고밀도 리포단백질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금욕적인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라이브 음악 공연을 들으며 동맥경화에 가장 안 좋다는 전통 음식들을 진탕 먹고 마시는 파티를 비밀리에 열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스스로 조롱하듯 ‘수이사이드 클럽’이라 불렀다. (p.84)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찾던 어느 텐더의 태블릿 화면을 우연히 보기 전까지는. (중략) 하여튼 그때 봤어……. 화면 맨 밑에 쓰여 있는 작은 글씨……. 가이토 기리노, 그렇게 쓰여 있더구나. 그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 그동안 내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고 있었던 거지. 그동안 나는 멋지게 도망쳤다고 뿌듯해했는데, 사실은 그들이 나를 풀어준 거였어. 그때 깨달았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어. 나는 도망자도 무엇도 아니었던 거야. 내가 돌아오기를 조금도 바라지 않았던 거지. 분명 내게는 체제 위반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거야. 하지만 내가 그들의 도시, 그들의 삶과 장수를 지키는 거대한 요새 밖에만 있다면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던 거야. 내가 멀리 있으면, 이곳에 없기만 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소위 체제 위반 사고방식이 정부 당국의 중요한 사업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 (p.141~142)

저자 소개

싱가포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정부의 통제와 강압에 의해 개인 수명이 결정되는 미래 세계를 그린 SF 소설이자 대표작 《수이사이드 클럽》이 원고 상태로만 여러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아 치열한 경쟁 끝에 계약이 성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허핑턴 포스트』, 『밀리언스』, 『기즈모도』, 『버스틀』, 『뉴 사이언티스트』, 『엘르』, 『비치 미디어』, 『인디펜던트』, 『스타일리스트』, 『아이리시 타임스』, 『나일론』, Tor.com, 『룸퍼스』 등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됐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영미 문단 및 언론의 찬사가 뒤따랐다. 2020년 글래드스턴 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이 책 《수이사이드 클럽》으로 2018년 『인디펜던트』 선정 ‘가장 주목해야 할 신예 작가’에 이름이 올랐고, 『싱가포르 우먼스 위클리』 선정 예술·언론 부문 동시대 위대한 여성 상을 받았으며, 『태틀러』 선정 ‘아시아권 장래가 촉망되는 예술 부문 선두주자’로 제너레이션T 상을 수상했다. 

작가 레이철 헹은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 영국 런던의 금융계에서 일하다가 다시 미국 텍사스에 있는 텍사스-오스틴대학교의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치너 작가 센터에서 제임스 A. 미치너 장학생으로 소설과 시나리오 석사 과정을 마쳤다. 『오핑』, 『프레리 스쿠너』, 『어드로이트 저널』, 『미네소타 리뷰』 등 여러 문학잡지에 발표한 단편들이 푸시카트 문학상, 제인 게스케 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다크호스 작가로 주목받은 바 있다. 현재 미국 오스틴에 살며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에서 영어교육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은영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에서 영어교육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책 속에서


엄마는 언제나 현실적이었다.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난 뒤까지도. 엄마는 죽는 날까지 등을 꼿꼿하게 유지했다.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들러 솜털같이 부드러운 검은 머리를 귀밑까지 단정하게 잘랐다. 피부는 수십 년에 시들어버리고 만 비슷한 연배 사람들보다 훨씬 더 탄력적이었다. 근육은 단단했으며 연보라색 입술은 도톰했다. 이 모두가 탤런트 글로벌사의 CEO로 있으며 티어4를 복용해온 덕이었다.
엄마 유주는 142살을 살았다. 지금의 레아보다 42살이 많았다. 제2의 물결이 시작될 때 60대였던 사람치고는 무척 장수한 편이다. 하지만 레아에게 142살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300살을 넘겨야 했다. (p.20)

두려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감시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녀 정도면 감시대상자 명단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없지만, 상습적으로 이혼하는 사람들이나 실직자들 또는 인지능력이 손상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영생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레아는 훌륭한 라이퍼였다. 그녀는 헬스핀에서 일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겨왔다. 정부 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그들은 레아가 일부러 차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28)

두 사람이 뉴욕에 온 것은 음악 때문이었다.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안야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검사를 받는 순간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천천히 타오르며 병이 되고 말았다. 엄마는 미국인들처럼 생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육류도, 나아가 생선도 입에 대지 않았다. 크고 육중한 몸은 점점 줄어들어 헬스클럽에서 다듬어진 날씬한 몸매가 되어갔다. 노래를 부르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완벽한 유전자 구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했다. 결국 엄마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엄마는 시술과 교체에 집착했다. 처음에는 피부였다. 15개월마다 피부를 이식했고 혈액에 집착했다. 초소형 스마트 입자인 나노봇을 투입하여 피를 맑게 재생시켰다. (p.41~42)

모든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수명을 알리는 숫자를 받았다. 정부 당국은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울부짖는 아이의 목구멍에 손쉽게 면봉을 집어넣었다. 부모들은 손을 꼭 잡고 초초하게 기다렸다. 아이의 평생을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이었다. 때로는 아이를 처음 품에 안는 순간, 아직 인간의 눈이라고 할 수 없는 액체 상태의 아기 눈을 들여다보며 결과를 알기도 했다. (p.49)

제2의 물결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대가 엄마에게서 레아로 넘어갔고, 가족 문화도 무너졌다. 새뮤얼이 태어날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근 수십 년간 수명연장 검사와 예방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시스템이 달라졌다. (중략)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정부 당국은 최대 투자 대상자인 라이퍼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키고자 새로운 지시 조항들을 만들었다. 제2의 물결 시대였다. 이제 제3의 물결이 시작되면 인간은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레아, 네 아이들은 가능하겠다. 어쩌면 너부터 가능할지도 몰라.” 엄마는 흥분과 부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끔찍하군.”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꾸했다. “누가 영원히 살고 싶겠어? 정부는 우리가 스테이크를 그만 먹기를 바랄걸?” (p.70~71)

여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이 클럽이 늘 인권 보호 운동가들의 모임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고 했다. 삶에 환멸을 느낀 라이퍼들이 오래전에 만든 모임이 바로 이 클럽이라고 했다. 수명유지 시술을 받을 만큼 받은 사람들이었다. 고밀도 리포단백질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금욕적인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라이브 음악 공연을 들으며 동맥경화에 가장 안 좋다는 전통 음식들을 진탕 먹고 마시는 파티를 비밀리에 열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스스로 조롱하듯 ‘수이사이드 클럽’이라 불렀다. (p.84)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찾던 어느 텐더의 태블릿 화면을 우연히 보기 전까지는. (중략) 하여튼 그때 봤어……. 화면 맨 밑에 쓰여 있는 작은 글씨……. 가이토 기리노, 그렇게 쓰여 있더구나. 그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 그동안 내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고 있었던 거지. 그동안 나는 멋지게 도망쳤다고 뿌듯해했는데, 사실은 그들이 나를 풀어준 거였어. 그때 깨달았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어. 나는 도망자도 무엇도 아니었던 거야. 내가 돌아오기를 조금도 바라지 않았던 거지. 분명 내게는 체제 위반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거야. 하지만 내가 그들의 도시, 그들의 삶과 장수를 지키는 거대한 요새 밖에만 있다면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던 거야. 내가 멀리 있으면, 이곳에 없기만 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소위 체제 위반 사고방식이 정부 당국의 중요한 사업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 (p.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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