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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를 그리다

시리즈 : 연Series Essay [4]

유림 저 | 행복우물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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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525793 / 232쪽 135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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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세계 곳곳에 조심스레 한발씩 내딛다 보니 무겁고 귀찮게 느껴지던 카메라와의 동행이 행복해지기 시작하였다. 계원예술제 사진부문 최우수상과 사진비평상(2006)을 수상하였고 동아국제사진공모전(2009)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 작품으로는 사진집 <동화>, 여행에세이 <멀어질 때 빛나는 인도에서>가 있다.

책 속에서

몇 십 분마다 판을 갈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도 LP 음악을 즐겨 듣는 이유는 아날로그 음원만의 매력 때문이다. 지글거리는 먼지 소리도 이따금 같은 자리를 맴돌며 투닥거리는 바늘 소리도 음악이 된다.

어떤 이의 기억은 찌든 얼룩처럼 지우려 할수록 자꾸만 번져버린다. 어떤 이의 기억은 숨처럼 평생을 함께 드나든다. 누군가를 떠나며 남긴 나의 기억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90년대 후반, 동인천역 부근에는 ‘심지’라는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좁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 4층에 들어서면 쿵쾅거리는 사운드와 함께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둑한 공간에 들어서면 정면에 대형 스크린이 놓여있었고 극장형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우측 코너에는 VJ 부스가 있었는데 그 앞에 하얀색 메모지와 연필을 비치해두고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할 수 있게끔 했다.

흑백사진은 인생과도 닮았다. 늘 노력 한만큼의 대가가 따라온다는 것, 우연한 순간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맞닥뜨리는 것, 그리고 문명의 이기에 기대어 잃어버리는 것 또한 그러하다.

봉숭아물은 마르고 거친 손을 예쁘게 보일 수 있는 천연의 미용 재료였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에도 여름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봉숭아 꽃잎을 따러 다녔다. 사랑의 열병에 빠진 사람들의 손은 모두 붉었다.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풍경이고 사람이고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도 종종 우물 안을 들여다보듯 내 안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나 역시 그 시절 우물처럼 빠져 있는 것들에 따라 매번 다른 냄새 다른 모습이다.

소설가 박상륭 선생의 표기를 따르면 ‘아름다움’이란 ‘앓음다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즉, ‘앓은 사람답다’라는 뜻으로 고통을 앓거나 아픔을 겪은 사람, 번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한 사람다운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라 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가 그리운 것은 첫사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유 없이 볼이 발그레해지던 그 시절 나를 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가난, 잃어버린 꿈. 깊숙이 묻어뒀던 말들을 건져 손 위에 올려놓았다. 죽은 듯 늘어져 있던 말들이 살아나 달리기 시작했다.

 

목차

#1 온기
#2 화평동
#3 우물 있는 집
#4 첫눈이 내리면
#5 진실한 한 문장
#6 잃어버린 이름
#7 편지
#8 달동네
#9 어른들의 맛
#10 별이 빛나는 밤에
#11 흑백사진
#12 심지
#13 안부
#14 단발머리
#15 삼킬 수 없는 것들
#16 뒷모습
#17 기억해줄래
#18 포장마차
#19 가장 따뜻한 한끼
#20 영정사진
#21 상처와 흉터
#22 타임머신
#23 충무로
#24 둥근 밥상
#25 동치미
#26 능내역
#27 약주
#28 그들이 사는 세상
#29 노잣돈
#30 아름다움에 대하여
#31 공든 탑
#32 아픈 손가락
#33 검은 색
#34 마법의 성
#35 고독에 대처하는 자세
#36 낭만에 대하여
#37 애물愛物
#38 연緣
#39 아버지와 단팥빵
#40 물거품
#41 클로버
#42 빚쟁이
#43 맛있는 기름
#44 마포대교
#45 목마
#46 변명
#47 황금 레시피
#48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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