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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450580 / 218쪽 190 x 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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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첫 문장
그들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출발할 때는 그녀가, 휴게소를 두어 번 지나서는 그가 운전대를 잡았다.
책속으로 /밑줄긋기
P.14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어디서부턴가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어떻게 되짚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갱년기와 함께 느닷없이 찾아온 그 느낌은 흰옷에 남은 묵은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도무지 문장이 되지 않는 지옥 같은 날들. 숨길 수 없는 것이 어디 감기와 사랑뿐일까. 소설가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도 금방 탄로 나고 마는 일 중 하나였다. 그녀는 초조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에 책상에 앉는다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에도 호소할 길 없는 피로감이 쌓여갔다.
P.16 나무에 결이 있듯이 돌에도 결이 있다구. 어떤 물질이든 결을 거스르지 않고 깨나가야 스스로 제 몸의 긴장을 풀지. 몸을 열고 긴장이 풀린 돌을 깨는 거야 두부 자르기보다 쉬운 일이야. 남들은 그 큰 돌을 어떻게 깨냐고 놀라지만 알고 보면 다 요령이 있는 거라구.
P.176 물이 끓기 시작해서 4분 후면 계란이 알맞게 익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끓고 나서 4분 후면 끝이라는 거. 그다음은 잡지의 부록처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과 같은 그런 반복이거나 연명에 지나지 않는 삶이잖아.
P.181 엄마는 해 질 녘이면, 누군가 내다 버린 의자를 기운 누더기 같은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 갖다 놓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곤 했다. 어딘가 이승 저 너머에 가 있는 것 같던 그 공허하고 외로운 눈빛. 살짝 취해서 비칠대며 골목을 걸어 들어오던 노인의 입가에 걸려있던 어딘지 민망해하는 듯 권태가 묻어나던 희미한 웃음.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면 울컥 울음이 치밀었다. 가난과 죽음이 잠복해있는 도시의 뒷골목으로 흘러들어 온 노인에게서 문득문득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P.184~185 그러고 보면 요즈음 들어 엄마는 말끝마다 ‘생전 처음’이란 말이 입에 붙었다. 독감이 나아서 퇴원한 뒤부터는 유독 더 그랬다. 늘 먹던 음식인데도 생전 처음 먹어본다고 감탄하거나, 약 먹을 시간을 놓쳐서 통증이 느껴지면, 세상에 이렇게 아프기는 생전 처음이라고 쩔쩔맸다. 이리 땐땐하고 맛있는 감은 생전 처음 먹어본다거나, 봄도 아닌데 딸기를 먹어보기도 생전 처음이라든가, 자주 꾸는 연탄불 피우는 꿈을 꾸고 나면 그리 불이 안 붙기도 생전 처음이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통증
까마귀 길들이기
우리들
말례 언니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처음이라는 매혹
만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