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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등대

이월성 저 | 도화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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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526104 / 28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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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표제작인 「인간 등대」는 7년 만에 만난 군대 선후배 이야기이다.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진호와 희찬이 인간 등대의 자리에 서 있는 형상은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원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한없이 두렵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바위처럼 단단한 현실적 장애물을 돌파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유대감으로 승화된다. 진호와 희찬의 어깨동무는 인간들의 공감과 연대가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는 힘으로 다가온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은 강북의 학원가를 배경으로 하는 수험생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현 세태를 통렬하게 꼬집는다. 교육과 돈이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 세태는, 돈이 곧 입시의 성과를 좌우하고 다시 입시가 사회적 성공을 좌우하는 끝없는 경쟁 사회이다. 이런 현실을 속도감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성찰한다. “둥지로 새들이 돌아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자 씨와 영미 씨」는 온전한 삶의 가치가 존중받는 보금자리로서의 집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결혼 적령기를 한참 넘긴 채 혼자 사는 영미 씨의 최후 보금자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둥지 공부방이다. 영미 씨는 부모님과 자신들의 추억이 어려 있는 그 집을 유지하고자 하고, 동생들에게 집이란 가격이 매겨지는 건축물이고 입지가 중요한 부동산 거래의 대상이다. 동생들에게는 집이 돈이지만 영미 씨에게는 집은 둥지이고 살아온 흔적이 새겨진 공간이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해피 하우스」는 시골의 고향을 떠나 상경한 기찬의 삶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가방 속에 항상 이력서와 넥타이를 가지고 다니지만 그것들이 제 역할을 발휘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기찬의 상황은 곧 허물어질 모래인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기찬에게 돈은 최소한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지만 그 돈으로 말미암아 큰 불쾌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돈으로 더 나은 생활을 꾸리게 되지만 역시 돈 때문에 자존감에 금이 가고, 도시 생활이 힘겨워지는 기찬의 공허와 불안이 피부에 착착 감길 정도로 현장감 있게 읽힌다. ‘해피 하우스’ 라는 역설적인 명칭이 현대인이 처한 고향 상실의 존재적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렌즈」는 중산층에 편입되기를 욕망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자화상인 동시에 본래적인 의미의 가치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오늘날의 인간 세태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아늑하고 안락하게 여겨졌던 중산층의 일상적 삶이 미세하게 흔들리다 결국 뿌리까지 뒤집히는 극적인 전개와, 렌즈를 통한 은밀한 관음증에 익숙하게 길들여지는 심리 묘사가 주는 밀도와 긴장감이 대단하다. 그래서 허물어진 둥지 앞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렌즈에 눈을 대고 서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충격이 사뭇 크게 다가온다. 「해밭골 사람들」은 햇살 때문인지, 마음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두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황 노인과 영주의 작은 공감의 힘이 타인에 대한 소박한 믿음으로 승화된 작품이다. 「등을 보이고 앉은 여자」는 의혹과 비밀로 가득한 사망 사건을 둘러싼 미스테리적 이야기 전개가 어둡고 칙칙한 색채의 독특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스카이파크에서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공포를 ‘등을 보이고 앉은 여자’의 그림이라는 인상적인 소품을 통해 한층 고조시킨다. 「기이한 나무 아래서」는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뀐 셀러리맨의 상황을 현장감 있는 대화와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로 긴밀하게 조응하도록 매만지는 작가의 솜씨가 특별하다. 소설집 『인간 등대』에서 이월성 작가는 개성 넘치는 솜씨로 인물과 인물 사이에 만들어지는 유대와 공감의 힘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들은 인간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경쟁을 부추기는 삭막한 도시의 유리창에 반사된 쓸쓸한 자화상을 마주보면서도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작은 미소를 결코 잊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 신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타인의 얼굴에서 과거의 상처를 읽어내고, 그 상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역경을 버티는 힘을 얻게 된다. 작가는 그런 작은 미소가 가져오는 공감의 힘으로 우리가 스스로 인간 등대가 되어 어둠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설 『인간 등대』를 통해 확고하게 보여준다.

저자 소개

  • 저자 : 이월성
저자 : 이월성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예천 흰돌에서 태어나 남산 아래 이태원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동덕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월간 ?생활법률?에서 취재^편집기자로 20대를 보내고 1993년 ?예술세계?로 수필 등단을 했다.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다 제자들을 보면서 ‘내 꿈 찾기’에 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5년 ?한국소설?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로 소설 등단을 했다.
공저 ?글길을 따라 걷다?와 ?2017신예작가?, ?2018신예작가?가 있다. 단편소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과 「엄마의 집」은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드라마로 방송되었다. 지금은 한국소설가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책 속에서

“온아, 나는 네가 옻나무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옻?”
내 눈에 비친 화면에는 나무 기둥에 가로로 숫자 표시를 하듯 쭉쭉 그어져 껍질이 떨어져 나가 속살을 내보인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살아있는 옻나무에 일부러 상처를 내면, 그 나무는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진액을 내보낸다. 그럼 사람들은 그것을 채취해 한약 재료로도 쓰고 도기에도 칠해 천 년을 가는 예술품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엄마의 집」)

지금 생각해보니 인간등대는 오롯이 혼자였을 때 강한 빛을 냅니다. 여기저기서 빛을 쏘아대면 사물을 정확히 볼 수 없습니다. 한곳을 집중적으로 비췄을 때, 그곳이 가장 빛나고 실체를 볼 수 있습니다. 수병님의 ‘부러진 낚싯바늘’을 보는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 몸이 떨렸습니다. 엄청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인간등대가 되어 느꼈던 희열을 다시 맛보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젠 등을 돌리고 엉거주춤 남 탓을 하며 살지는 않겠습니다.(「인간 등대」)

창밖의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에 두 마리의 까치가 마른 나뭇가지를 연신 물어다 얼기설기 둥지를 틀고 있었다. 작은 부리로 제 몸보다 긴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모습이 신기해 그녀는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물어오면 다른 한 마리가 설계하듯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며 나뭇가지를 쌓고 엮어 둥지를 만들어갔다. 그녀의 공간이 완성되어가는 것처럼 까치들의 둥지도 점점 모양새를 갖춰갔다. 어느 날부터는 솜털처럼 부드러운 털들을 물고 왔다. 아마 내부를 꾸미는 중인 것 같았다. 그녀는 두말없이 현관에 문패를 내걸었다. ‘둥지공부방’.(「영자 씨와 영미 씨」)

그는 취해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그 노래에 열광하는 여자들까지. 무엇보다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불쾌감과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그 최면으로 이곳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신나게 웃고 즐거워하는 그녀들의 모습으로 진실을 덮으려 했었다. 외롭고 상처받은 여자들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역겨운 인간이 바로 자신이었지만 그 사실을 확인할수록 기찬은 자신을 옹호했다. 아무것도 해 준 것 없이 입으로만 치켜세우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산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느냐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의 틀을 깨부술 수 없다면 어디라도 발을 디밀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해피 하우스」)

그림은 한 처녀가 등을 보이고 앉아 평화로운 마을을 바라보는 따뜻한 채색의 그림이었다. 마을에는 여자의 안락한 집이 있고 그녀는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보였다.
아들은 왜 이런 그림을 걸어놓았는지 알 수 없다며 머리를 저었다. 연숙은
“그냥, 재미있잖아.”
라고 말했지만 그림 속 여자의 등이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등을 보이고 앉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여자가 연숙의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표정을 알 수 없기에 여자는 연숙 안에서 미소 지었다가 울었다가 분노했다. 그림 속 여자는 연숙의 얼굴을 했고 타인은 절대 볼 수 없는 얼굴을 가지게 된 연숙은 자유를 느꼈다.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봐야 하는 연숙에게는 그림 속 여자가 유일한 위로였다.(「등을 보이고 앉은 여자」)


 

목차

작가의 말

엄마의 집
인간등대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
영자 씨와 영미 씨
해피 하우스
렌즈
해밭골 사람들
등을 보이고 앉은 여자
기이한 나무 아래서

해설 _ 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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