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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7357665 / 312쪽 140 x 200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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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논픽션의 역사를 다시 쓴 전설의 저술가 존 맥피
기술에서 감각까지―글쓰기에 바친 삶을 녹여낸 작법의 마스터클래스
존 맥피의 이름은 논픽션의 전설이 되었다. 아직 논픽션이란 장르의 정의와 입지가 모호하던 1960년대부터 『타임』과 『뉴요커』에 글을 싣기 시작하며 독자적인 논픽션 미학세계를 구축한 맥피는, ‘픽션 아닌 것nonfiction’이라는 의미 없는 이름으로 불리며 한낱 보도문쯤으로 취급되던 사실적 글쓰기를 ‘창의적 논픽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승화시킨다. 이후 수십 년간 창의적 논픽션의 선구자로 인물, 역사, 자연, 과학, 스포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30권이 넘는 책을 펴낸 그는, 미 대륙을 지질학적으로 탐사한『이전 세계의 연대기Annals of the Former World』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논픽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가장 이름 높은 글쓰기 세미나 중 하나인 맥피의 프린스턴대 강의는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존경받는 작가들의 산실 역할을 해왔고, 어느덧 그의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네 번째 원고Draft No. 4』는 존 맥피가 평생을 헌신한 유일한 작업인 ‘글쓰기’를 자기 삶 속에서 세밀하게 되돌아보고,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책에는 오랜 세월 글을 써오며 그와 하나가 되다시피 한 글쓰기(혹은 삶)의 방식과 태도, 전설적 편집자들과의 열정과 우정, 자연의 구조와 시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기 얘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맥피가 이 책을 펴냈을 때, 맥피노McPhino(맥피의 글을 흠모하고 추종하는 사람)를 자처하는 수많은 작가와 독자가 이 책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선물처럼 반가워했다. 맥피는 이 책에서 발상과 구조, 집필과 퇴고, 교정·교열까지 한 편의 글을 이루는 전 과정을 ―자신의 글에서 직접 발췌한 예문들로―상세히 다루며 세계 안에 존재하는 방식이기도 한 ‘글쓰기 감각’을 일깨우고, 자극하고, 다독이며, 지지한다. 당연하게도 이 이야기들은 지금 어딘가에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기억하며 곱씹을 만한 잠언이 되어준다.
글 쓰는 사람에게 가장 외롭고 무력한 장소는 ‘빈 문서’ 앞일 것이다. 그럴 때 난 글쓰기 책을 뒤적인다.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비법이 소용없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원래 글이란 거친 초고를 고치고 고치며 나아지는 것이지 단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꾀부리던 마음을 다잡고 첫 문장을 쓰게 된다. 연륜 있는 논픽션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 『네 번째 원고』인 이유다. 이 책은 “없는 걸 지어내는 게 아니라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하는 창의적 논픽션의 꼼꼼한 안내서다. 어떻게 모으고 무엇을 버리고 어디서 끝낼까? 초고의 불행에 주저앉지 않고 ‘네 번째 원고’를 고집스럽게 써내며, 우리는 작가가 되고 마침내 이야기의 핵에 가닿는다. _은유, 작가
기술이나 기교를 홀랑 훔쳐다 내 글에 주렁주렁 장식하고 싶은 욕심으로 이 책을 펼친다면 당신은 얼마 안 가 엄마야, 하고 주저앉아버릴 것이다. 글쓰기의 지름길을 요약하여 홍보하는 전단지가 아니라 글쓰기의 에움길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설계도 같은 책인 까닭이다. 구조와 정신이라는 글쓰기의 가장 깊숙한 뇌관을 건드리고 있으니 가벼울 리 만무하고 조심스러울 리 당연한데, 그럼에도 어느 순간 밑줄을 그어가며 흥미진진 그의 말들을 새기게 되는 것은 그가 ‘쓰는 사람’ 이전에 ‘사는 사람’으로도 본을 삼을 만한 참다운 태도를 자주 내보여서다. “무엇을 하든 간에 기억에 의존하지 마라.” 비단 쓰기를 욕심내는 자만이 뜨끔할 말이겠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쓺과 만듦의 근육이 조여졌다 풀어지기를 쉴 새 없이 반복하였는데 이는 작가로서의 고집과 함께 편집자와의 연대 또한 중히 여기는 그만의 유연성이 책의 폐활량을 참도 건강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였다. 누구나 쓸 수는 있겠으나 모두가 ‘잘’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이 책은 그 ‘잘’의 갈림길에 선 모든 ‘쓺’의 주인공들에게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고 분명 남으리니! _김민정, 시인·편집자
출판사 리뷰
존 맥피의 정신, 존 맥피의 글쓰기 『네 번째 원고』에서 존 맥피는 그 모든 글을 써낸 과정을 또다시 특유의 창의적 논픽션으로 풀어놓는다. 「연쇄」는 아이디어를 실제 글감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두 명의 테니스 선수를 입체적으로 배치해 한 경기에 그들의 삶과 성취, 야망과 존경을 녹여낸 「게임의 레벨Levels of the Game」(이 글은 스포츠 글쓰기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탁월하고 인간적인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우어를 세 명의 천적과 맞붙인 「대사제와의 조우Encounters with the Archdruid」 등을 쓰며 아이디어가 한 편의 글이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음 장 「구조」에서 맥피는 이 책의 5분의 1이 넘는 분량을 할애해 구조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스스로 밝히듯이 그는 구조에 집착한다. “독자들이 구조를 눈치채게끔 해선 안 된다. 구조는 사람의 외양을 보고 그의 골격을 짐작할 수 있는 만큼만 눈에 보여야 한다. (…) 한 편의 글은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가서, 도달한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떻게 이 일을 할까? 반박의 여지가 없기를 바라는 구조를 세움으로써 이 일을 한다.” 많은 독자가, 맥피 글의 묘미를 구조에서 발견한다. ‘왜 이렇게 썼을까.’ 구조가 딱 필요한 만큼 밝혀지는 순간 반박의 여지는 사라진다. 일단 구조를 파악하면 문단과 문장은, 그리고 그 사이의 여백들은 전혀 새로운 무게로 다시 읽힌다. 맥피는 구조를 세우는 이 과정을 (프린스턴에서 강의하던 대로) 여러 도표를 활용해가며 낱낱이 공개한다. 「편집자들과 발행인」 그리고 「체크포인트」에는 전설적인 출판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뉴요커』의 편집장을 지내고 잡지를 지금의 위상에 올려놓은 윌리엄 숀, ‘굴드 교정지’라는 대명사를 탄생시켜 작가와 편집자 지망생들에게까지 이름을 떨친 엘리너 굴드, 『뉴욕은 교열 중』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교열자 메리 노리스, “티끌만 한 사실이라도 묻은 단어는 모조리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고, 여기서 통과하면 연필로 조그맣게 체크 표시를 해서 팩트체커의 공식 확인증을 발부”한다는 팩트체커 세라 리핀콧,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한 굴지의 출판사 패러, 스트로스 앤드 지루의 대표 로저 스트로스(수전 손택을 스타 작가로 만든 바로 그 로저 스트로스) 등과의 지독하고도 사랑스런 기억들이 웃지 않을 수 없는 맥피의 익살로 그려진다.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은 말 그대로 논픽션(은 물론 픽션), 저널리즘 글쓰기 등의 필수 과정인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차라리 카프카와 함께 천장에 붙어 있기를 간절히 소원할 것”이라는 맥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터뷰이들에게서 쓸 만한 이야기를 뽑아내는가를 말한다. 메모하는 척하며 인터뷰이에게 무언의 압박을 건네는 ‘물리적’인 차원의 조언은 물론, 코미디언, 영화감독, 배우, 정치인, FBI 요원 등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물렁물렁한 인터뷰와 가까스로 한 번 만날 때에도 감시원을 대동해야 하는 삼엄한 인터뷰까지 실전에서 터득한 온갖 노하우가 쏟아진다. 「참조 틀」과 「생략」은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그러나 쓰는 사람은 자각하기 어려운 지점들을 짚어낸다. 바로 비유와 은유, 장황함과 불필요함―다시 말해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에 관한 감각이다. 되도 않는 말장난을 적었다가 담당 편집자로부터 “이건 들어내야 할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들은 맥피는, 거둘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고집을 부리다 막판에 그를 찾아가 말한다. “그 농담 말인데요. 그냥 지우죠. 아무래도 빼야 될 것 같아요.” 쓴 글의 85퍼센트가 지워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비유를 유머랍시고 썼다가 발행인에게 그것을 주절주절 설명해야 하는 곤란함도 겪는다. 군더더기 없고, 부적절하지 않으며, 동시대적이면서도, 세계를 의식하는 글은 이런 과정 없이는 탄생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는 몸소 체험한 일화들을 통해 보여준다. 표제작 「네 번째 원고」는 이 모든 과정이 담긴, 혹은 그 과정에 바친 인생이 담긴 글쓰기 생활에 관한 에세이다. 글쓰기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맥피 역시 두려움과 자기의심, 후회와 고뇌로 점철된 자승자박의 고역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방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 경지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그 지점을 향해 단어 하나하나를 딛고 뚜벅두벅 나아가는 나날 속에서 발견하는 흥미로움, 유익함, 즐거움에 있다. 맥피는 그래서 이 글과 책에 『네 번째 원고』라는 제목을 붙였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조리 자신이 없고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에 갇혔다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로 써내지 못할 것 같고 작가로서 소질이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실패작이 될 게 빤히 보이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면, 당신은 작가임이 틀림없다.” 당연한 고통을 딛고 ‘네 번째 원고’까지 나아가기만 한다면.
그럼에도 맥피의 글은 우울하지도 으스스하지도 슬프지도 패배주의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배움이란 세계가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것을 사랑하고 음미하는 방식이다. 존 맥피의 장대한 우주론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사실이—그 모든 지역, 생물, 시대가—서로 맞닿아 있다. 그것의 없음과 있음이. 물고기, 트럭, 원자, 곰, 위스키, 풀, 암석, 라크로스, 선사시대의 기묘한 석화, 손주들, 그리고 판게아가. _「존 맥피의 정신」
『뉴요커』에서 16년간 내 편집자였던 로버트 빙엄은 아주 선명한, 말할 것도 없이 빼어난 콧수염을 자랑했다. 초기에 쓴 어떤 글에서 나는 누군가를 묘사하며 그가 ‘진실한sincere’ 콧수염을 가졌다고 쓴 적이 있다. 과연 내 바람대로, 이 표현은 빙엄이 원고를 들고 자기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서 내 사무실까지 행차하게 만들었다. 진실한 콧수염이라, 미스터 맥피, 진실한 콧수염? 이게 무슨 뜻이죠? 그럼 내가 진실되지 못한 콧수염도 있다는 암시라도 주고 있었던 건가요? 나는 이보다 더 명확한 표현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콧수염은 성공적으로 지면에 안착했고 이로써 나는 『뉴요커』의 논픽션 콧수염 전문가로 자리 잡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후로 ‘허튼수작이 먹히지 않는 콧수염’을 가진 사람, ‘자이로스코프 콧수염’을 가진 오대호의 선장, ‘산림조사관의 정직한 콧수염’을 가진 북부의 산사람 등이 출현했다. 메인주의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진통 효과가 있는 콧수염’을, 또 다른 의사는 ‘환자를 진정시키는 콧수염’을, 또 다른 의사는 ‘입꼬리 너머로 반듯이 펼쳐져 있으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어떤 예후도 암시하지 않는, 의학적으로 생긴’ 콧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글쓰기도 최소한 100만 년에 한 번은 재미있어야 하는 법이다. _「참조 틀」
모든 오류는 영원하다. 세라가 저널리즘 스쿨의 학생들에게 말한 대로, 일단 지면에 실린 오류는 “도서관에서 계속 살아가며 정성스레 목록화되고, 꼼꼼하게 색인화되고 (…) 실리콘칩으로 변환되어 대대로 연구자들을 현혹할 것이다. 이 모든 연구자가 최초의 오류에 의지하여 새로운 오류를 거듭거듭 생산함으로써 오류의 기하급수적 폭발이 빚어질 것이다”. 팩트체커는 이 건널목의 초입에 칼을 빼 들고 서 있다. _「체크포인트」
작가의 말
존 맥피의 정신: 은둔의 작가가 밝히는 강박적 집필의 과정
연쇄
구조
편집자들과 발행인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
참조 틀
체크포인트
네 번째 원고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