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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974344 / 204쪽 14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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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블랙홀 청소년 문고 시리즈 14권. 『앙상블』은 다섯 명의 작가가 ‘청소년 연대’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청소년에게 연대란 어떤 의미일까, 라는 고민에서 구상을 시작한 단편들은 같은 속도로 함께 발맞춰 걷는 청소년들에 주목하고 있다. 연대함으로써 그들의 일상이 수정되는 과정을 각각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지만 그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 시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앙상블』은 일상에서 연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서로 손을 맞잡고 무엇인가를 해 보려는 소녀들과 소년들이라면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마주한 몹시 뒤숭숭한 시절을 함께 겪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은모든의 『201호의 적』에서는 화제의 웹툰 작가 가믈란을 만나 직업 인터뷰를 하기로 한 두 친구가 작가의 꿈을, 이제 제대로 꾸려고 한다. ‣ 정명섭의 『벙커의 아이』에서는 지구 종말과 재난을 대비해 벙커를 구축하고 있던 프레퍼 족 소년 앞에 정체 모를 전학생 한 명이 나타난다. ‣ 정은의 『급식왕』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말을 못 하게 된 소년과 학생회장을 노리는 소년이 학교의 급식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 탁경은의 『러블리 오혁』에서는 학교 최고의 스타 심오혁을 추종하는 소녀 팬들이 우연히 알게 된 오혁의 거짓과 위선을 고발하기로 한다. ‣ 하유지의 『진짜든 가짜든』에서는 엄마와 역할을 바꿔 살아 보게 된 딸이 사회 생활하는 워킹맘의 고충을 체감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연대의 힘을 믿는 소녀와 소년,
그들을 들여다보다.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은 ‘연대’의 뜻이다. 함께함으로써 목표한 바에 이르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진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연대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로에게 뻗은 손을 맞잡을 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던 마음이 비로소 함께 맘먹은 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금 먼저 청소년을 겪은 누군가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연대는 이런 거야.”라고 가르치는 건 좀 후져 보인다. 반대로 “인생은 결국 혼자야.”라고 너스레떠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혼자’는 두렵고 ‘함께’는 아직 익숙지 않은 그들의 번잡한 마음을 잘 옮겨 담은 이야기들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앙상블』의 단편들은 지금의 아이들에게 꽤 흥미로운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비록 엉성할지라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맺은 관계들을 용케 들여다본다면, 연대하는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무언가에 함께 맞서는 마음이 이토록 소중하다는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으로 기능할 것이다. 기성세대는 모두 청소년을 경험했지만, 청소년을 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때, 그곳, 그들만의 고민은 늘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각각의 연대기를 이참에 모아볼 필요가 있었다.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 앙상블을 이루듯 말이다.
다섯 개의 시선, 다섯 번의 연대
청소년의 진짜 고민에 대해 조금 덜 친절하더라도 적당히 소용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다섯 작가가 모였다. 모두가 함께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혼자일 필요도 없다는 생각으로 쓰인 다섯 단편은 유쾌하면서도 신랄하고, 서글프면서도 통쾌하다. 때론 살을 에듯 현실적이거나, 혹은 낯선 꿈처럼 환상적이기도 있다. 하나로 마음을 모아 조화를 이룬 관계가 근육마냥 단단해지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체험이다. 작품 속 아이들이 그렇게 스스로 연대하여 함께 빛나는 모습은 가벼이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은모든 소설 『201호의 적』은 웹툰 작가를 꿈꾸는 두 소녀가 인기 웹툰 작가를 인터뷰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대해 골몰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정명섭 소설 『벙커의 아이』는 가정과 학교에서는 결코 자신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한 소년이 어느 전학생을 만나 지구 종말을 대비하고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은 소설 『급식왕』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못 하게 된 소년과 학생회장을 노리는 소년이 함께 학교의 급식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함께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탁경은 작품 『러블리 오혁』은 학교 최고의 스타 심오혁을 추종해 팬 카페까지 개설한 소녀들이 우연히 오혁의 일탈을 목격하고 거짓과 위선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다. 하유지 작품 『진짜든 가짜든』은 집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엄마와 딸이 서로 역할을 바꿔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풍자한다.
연대는 조화로이 연결된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의 곁을 채우는 것이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다. 이 시대를 함께 겪기로 한 소녀들과 소년들의 앙상블을 응원하자. 직접 손을 맞잡아 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의 서사에 공감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새로운 연대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심오혁.
그 애는 완벽하다. 일단 외모적으로 흠 잡을 데가 없다. 아직 한창 성장 중인데 키가 벌써 180센티미터이고 얼굴도 말끔하다. 체육 시간마다 돋보이는 근육은 날 숨 막히게 한다. 낮게 깔리는 저음 보이스는 또 어떻고. 무엇보다도 심오혁의 완벽 외모를 완성하는 것은 눈빛이다. 상대방을 오롯이 담아내는 검은 눈동자와 일렁이는 영롱한 눈빛.
아・름・답・다.
_ 탁경은, 『러블리 오혁』 中
당신? 당시이인? 피가 솟구쳤다. 당신이 무슨 권리로 우리 엄마한테 당신이래? 아빠도 엄마에게 쓰지 않는 다정한 말이거든?
까 부장 따위 입이랑 손가락이랑 꿰매 버리고 엄마랑 나랑 알바라도 하잘까 싶은데, 엄마는 잠들었다.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아기 옹알이처럼 끙끙거리며 잔다. 다친 데가 아픈가. 입술의 상처는 쉽사리 딱지가 앉지 않고, 움직일 때마다 피가 배어나온다. 다른 데도 아픈 것일까. 입술보다 깊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곳, 이를테면 마음이나 심장 같은.
_ 하유지, 『진짜든 가짜든』 中
오늘 학교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종말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나 말고 또 있었던 거다. 그 애는 프레퍼 족도 알고 있었고 유튜브로 관련 자료까지 척척 찾아냈다. 서바이벌 용품점에 가서는 십만 원이 넘는 멀티 툴을 진짜 사려고 했다. 그 애는 단순히 호기심이 많은 걸까? 아니면 나처럼 진짜 종말에 관심이 있는 걸까? 앞으로 계속 지켜볼 것.
_ 정명섭, 『벙커의 아이』 中
고등학교 시절 가장 소중한 추억은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 반 전체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만화를 그려서 인기를 끌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친구가 스토리를 맡고 가믈란은 작화만 담당했지만 점점 스토리도 함께 짜게 되었다. “재미있다”는 한마디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음은 어떻게 되느냐는 궁금증 어린 눈빛을 대할 때의 짜릿한 기분을 가믈란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_ 은모든, 『201호의 적』 中
인섭이랑 말하지 않은 지는 한 달쯤 되었다. 아니 인섭이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말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가 숙제 해 왔냐며 말을 걸면 그래 했어, 아니 못 했어, 대답하면 되는데 그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뇌에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로딩 중인 상태로 멈춘 것 같다. 내가 마땅한 대답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사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다들 그냥 가 버린다. 절대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_ 정은, 『급식왕』 中
러블리 오혁 _ 탁경은 / p.007
진짜든 가짜든 _ 하유지 / p.047
벙커의 아이 _ 정명섭 / p.085
201호의 적 _ 은모든 / p.127
급식왕 _ 정은 / p.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