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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937 / 147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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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서시(序詩)
아름답고 상냥한
누군가 이국어로 쓴 시를
현관 앞에 두고 간다
읽을 수 없는 시는 아름답다
어느 계절의 여행처럼
시는 휴일도 없이 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드럽다
누군가 이국어로 쓴 시를
현관 앞에 두고 간다 매일,
매일 매일
문 너머 풍경은 여전히 일상인데
시는 읽을 수 없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눈과 입을 꿰맨
향기로운 시체를 안고
천 년을 살았다는 어느 왕처럼
나는 아침마다 시를 받고
계단을 내려가
마른 꽃나무 사이로 걸어간다
시인의 말을 대신하여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다족류 벌레가 있더라
(…)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유리그릇에 넣고
매일 피 한 방울을 먹이며 키웠다
피가 진득한 밤이면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벌레가 귀여워서
한두 방울 더 주기도 했다
벌레는 자라고 나는 마르는
어느 부모 자식 같은 신파가 한 계절,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삭은 피가 우수수 쏟아지더라
(…)
벌레는 자라고
스멀거리는 감각만 오래 남아
기면증을 앓았다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당신이라는 의외」부분
사람들은 알까 몰라 살면서도 몇 번씩
죽음을 건너는 걸
경계 없이 몸을 잃는 자발성
사람들은 알까 몰라 이토록 본격적인
자살을
무관의 임사 체험을
잠시 죽으러 갑니다 인사도 없이 깜빡,
어머 나 잠시 졸았나 봐 잠시 죽었나 봐 잠시
다른 생을 기웃거리고 왔나 봐
—「오수」부분
빛나는 것들은
모두 땅속에 있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인은
죽은 애인이라고
춤추는 일들은
모두 지문이 없지
속이 빈 새들이 날아가는
창문은 소경과 귀머거리의 시간
순결한 걸음으로
가요 정오는
살인의 시간
자정은 사랑의 시간
독이 든 우유를 들고
계단을 올라요
(…)
정오는 은닉의 시간
자정은 발각의 시간
장갑을 끼고
총알을 닦고
찬장을 열고
독약을 타고
산책은 언제나
우발적 엇갈림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걸음으로
가요
당신을 만나요
—「맨발」부분
슬픔도 차갑게 흔들어 마시면 좋을까
그늘 아래 누워 맨발을 흔들며
새벽에 내리는 비가 눈이 되어 쌓이듯
아침이면 혈관이 얼어 그대로 멈출까
눈을 가리고 우는 술래는 누굴까
누가 되겠니? 누가
그대로 멈춘 세계를
맨발로 뛰어갈래?
꽃을 열면 고이 접힌 고전적 슬픔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기도 하지
미지근한 향기는 비리기도 하잖아
옆에 앉은 너의 폐에서
상하기 직전의 계절이 흘러나와
그러니,
우리 그대로 멈추자
내가 네 눈을 가려 줄게
하나 둘 셋 노래를 불러 줄게
슬픔은 빙점이 없어 네 말을 가져갈 거야
눈동자 속에 고인 풍경을 지워 줄 거야
두근거리는 살을 멈춰 줄 거야
아무리 피를 마셔도
더 이상 뜨겁지 않을 거야
차가워지는 것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
고약한 선물상자를 베개 위에 올려놓는
나이 든 어미들을 바다 밖으로 보내는 것
손깍지를 끼고 나란히 앉자
피크닉 바구니엔 슬픔이 가득해
차갑게 더 차갑게 슬픔을 흔들자
저녁의 발톱이 나비로 날아와 누가
그대로 멈춘 세계에서
노래가 될래?
—「칠링」전문
1부 여자 혹은 자궁이 꾸는 꿈의 기록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시계의 집
물의 공방
스미듯 번지듯
서정적 심장
유리의 집
천국이라는 이정표
남이
비1
비2
언제든, 무덤
봄
휴식시간
사월
사천
눈
2부 연금술 혹은 사랑이라는 악마의 해부도
피아노
포옹
맨발 당신이라는 의외
달콤쌉싸름한 심장
연리지
당신, 이라는 말
자운영
노래의 뼈
등의 감정
3부 기억 그리고 나비의 푸른 혈관
척후
봄
친근한 사물들
고유명사
해파리
령
작약
오수
당신을 위한 기도
발가락의 여행
구름수집가
한없이 투명한
4부 창 아래 별이 지나가는 새벽
소년, 소녀
십이월의 눈 무의미의 창
여름
산책
유월
그대여 고독한 골목에
그대는 모르죠
적란운
안녕, 부다페스트
안구건조증
아름다움은 조용히
칠링
풍경수집가
우리는
다시,
해설
푸른 피를 알았다/앓았다 -정재훈(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