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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저 | 현대문학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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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1618 / 116쪽 104 x 18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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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머리말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던 날에 서머와 윈터는 내게 종이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오징어먹물 빵 두 덩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 천천히 그 빵을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서머와 윈터와 함께, 네 번의 무지개를 볼 수 있었던 브레이크 타임에 대해 생각했다. 그중 한 번은 쌍무지개가 떠 있었다. 그걸 배경으로 서머는 내 사진을 찍어주었다. 바깥 무지개가 안쪽 무지개보다 흐릿해서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다. 사진 찍기를 반복하는 사이 무지개는 사라졌다. 나는 버튼을 눌러 사진을 확대해보았다. 흐릿하지만 분명, 바깥 무지개도 담겨 있었다. 사진 속의 나는 콧잔등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세이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얼굴」 중에서


 

책 속에서

하얀 모래 위에 누군가 잠들어 있었다 동그란 물방울들이 온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물방울에게 체온을 나눠주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하얀 타월로 그 사람을 덮어주었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을 나는 똑똑히 듣고 있다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 바라볼 때까지 눈동자가 눈꺼풀을 깨울 때까지
―「바캉스」 부분


한 시간 뒤에
태풍이 도착한다는데
비치 체어에 누워 있고 싶대요.

창문들이 터지고
전봇대가 부러지고
첨탑이 날아가고
저도 같이 날아가고 싶대요.

옆 동네까지 날아가고 싶대요.
자기 끝은 여기가 아니라 거기였으면 좋겠대요.

내가
화분들을 방에 데려오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옮겨놓고
창틀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동안에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재난문자가 도착하는데
보란 듯이 비치 체어에 누워 있겠다는데
―「조용해지기만을」 전문


이런 햇빛에는 적의가 있는 것 같아.
덥고 아무도 길에 없다.

그런 의도는 없었어. 믿지?

가게에서 한 아이가 딸기 탕후루를 들고 나온다.
새빨간 시럽이 아이의 하얀 티셔츠에
줄줄 흘러내린다.

그럴 줄 알았다.
믿는다니.

뒤따라 나온 여자가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낸다.
탕후루를 맛본 아이들은 탕후루에 미쳤고 탕후루 때문에 매를 맞았고 자살을 하면서 탕후루를 입안 가득 넣었다. 중국 영화에서 탕후루가 나올 때마다 나는
―「탕후루」 부분


다녀감. 그 말이 싫었다 다들 다녀갔다는데 솔아 다녀감.이라는 낙서는 찾았는데 나도 나를 다녀갔으면 좋겠는데 너는 내가 키운 유일한 식물 십 년이 지나 네가 내 방보다 커진대도 너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
―「다녀감」 부분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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