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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김혜진 소설

시리즈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김혜진 저 | 현대문학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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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1656 / 196쪽 104 x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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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자기 응시를 통해 혐오를 비추는 불빛, 패배가 만들어내는 뜨거운 눈빛 공동체에 우연히 생긴 경계는 서로를 경쟁시켜 바람직한 시민/주체를 생산했다. 그 분할을 자신의 본질로 설명하려는 자기 서사로부터 혐오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자부심은 분할 저편에 대한 낙인과 배제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불안과 이편으로 떨어진다는 두려움이 가족의 사랑을 타고 대대로 전해져왔다. (……) 소설은 “안타까움과 미안함” 같은 공동체에 대한 낭만적 향수로도, “후회나 죄책감” 같은 윤리적 성찰로도 비약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 서 있는 동안 내가 느낀 건 그런 실감”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재개발이 만들어내는 마음들을, 그것에 휘둘리며 자라온 ‘나’의 내력까지 냉철하게 정면으로 보는 실감을 갖고자 한다. -김건형, 「작품해설」 중에서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스물네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이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송지혜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송지혜 198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섬유예술과와 동 대학원 졸업. 경기도미술관, 슈페리어갤러리, 롯데갤러리, 박영덕화랑, 에스플러스갤러리, 가나아트에디션 등 국내외에서 수차례 전시.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2014, 북라이프), 『시간의 방』(2015, 북라이프) 시리즈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6개국에 판권 수출. 국내 단행본 사상 최고 금액으로 북미 판권 수출. 한국, 미국, 영국, 대만 베스트셀러. 2015년 미국 아마존 <올해의 작가> 선정.

저자 소개

  • 저자 : 김혜진
저자 : 김혜진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2012년 『동아일보』로 등단했다. 소설집 『어비』, 장편소설 『중앙역』『딸에 대하여』『9번의 일』이 있다.

머리말

오래전 부모님이 처음 샀던 집의 주소를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집의 구조도, 그 동네의 풍경도, 사람들의 모습도 신기할 정도로 또렷하다. 당시 내 나이가 대여섯 살 정도였으니까. 그 후 여러 차례 이사를 했고, 이사한 후에는 이전 집 주소를 까맣게 잊어버리면서도 왜 그 집 주소만은 이토록 잊히지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한번쯤 그 동네에 들러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도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그곳이 여전히 그대로인 것도, 어떤 식으로든 바뀌고 변한 것도, 아직은 보고 싶지가 않은 탓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런 마음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나는 남일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우체국 옆 2층 주택.
대문을 열고 나오면 2차선 도로가 바로 보이는 집이었습니다. 우리 부모는 그 주택 2층에 세 들어 살던 신혼부부였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몇 년 뒤 우리 가족은 조금 더 안쪽으로 이사했습니다. 달산이 바로 올려다보이는 남일동의 가장 구석진 곳이었습니다.
-15-16쪽

시간이 지나고 왜 숨바꼭질하듯 숨어서 그 집을 볼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기 전까지 나는 경매로 집을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집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누군가의 슬픔과 불행을 목격하는 대가로 싼 집을 구입할 때 각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는 알 리가 없었습니다.
-81쪽

홍이 씨. 그렇게 해서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얻나요?
사람들 마음을 얻어야 해요?
주해는 내 팔을 잡고 소곤거렸습니다.
홍이 씨. 난 여기서 오래 살고 싶어요. 여기 아니면 갈 데도 없고요. 알잖아요. 내가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요. 난 정말 잘하고 싶어요.
-95쪽

3학년 8반 남토.
아이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게 남일동 토박이의 준말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
다. 누가 먼저 시작하고,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따져 물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내가 남일동에서 중앙동으로 온 것이 아니고, 중앙동에서 남일동으로 온 경우였다고 해도 그 애들이 그럴 수 있었을까요.
-100쪽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이나, 남으려는 사람이나. 어쨌든 여기 사는 동안엔 안고, 견디고, 마주
해야 하는 두려움의 감정을 새삼 상기하게 된 것입니다.
오래전 어머니로 하여금 집 앞에 서서 멍하니 집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던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기 사는 한 그런 마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것들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125-126쪽

이모, 있잖아. 이모 남민 뭔지 알아?
그리고 내가 햄버거를 거의 다 먹어갈 때 즈음 수아가 내 눈을 보며 물었습니다. 나는 접시 한쪽에 케첩을 조금 더 짜주며 말했습니다.
난민? 난민 알지. 오늘 학교에서 배운 거야?
아니, 난민 아니고 남민. 난 아니고 남. 남민 말이야.
남민? 몰라. 남민이 뭔데?
이모 몰라? 진짜 몰라? 남일도에 사는 난민이라는 말이잖아.
-136쪽

아니, 차라리 그 불이 여기 이 남일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고 더 커지고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져서 저 남일동을 모두 집어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무시무시한 남일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생각을 나는 했던 것입니다.
-167쪽

목차

불과 나의 자서전 009 작품해설 174 작가의 말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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