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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겨울나무

김애라 저 | 행복우물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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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3525779 / 270쪽 155 x 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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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김애라
저자 : 김애라
1938년, 강계에서 부유한 집안의 의사의 딸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일제시대와 6.25 사변을 겪었다. 월남하여 수도 여자고등학교를 최우등 졸업, 한때 한국고전 무용의 기대 주로 시공관과 부민관등에서 공연했으나, 이화여자대학 졸업과 함께 문교부주관 유학시험에 합격하여 유학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1960년대 서울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사진결혼의 풍류에 따라 생면부지의 샌프란시스코 주재 부산일보 특파원과 약혼하고, 현대판 사진신부로 1962년 미국으로 도미했다. 그러나 상상할 수 없었던 남편의 과거 사, 예상과 달랐던 결혼 생활, 미국의 냉혹한 현실로 사진 관 등을 전전하며 일을 하게 된다. 2020년 현재 미국 UMC 재단의 목사로 정년퇴임하고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책 속에서

노루나 사슴을 잡아오는 날에는 큰 잔치가 벌어지곤 했다. 그러면 노루포를 떠서 양념하고 말리는 등 엄마는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방 하나는 사냥총들과 장기들로 가득했으며 한가한 날에는 아버지는 열심히 총을 닦고 우리들에게 사냥 도구들, 특히 총에 대한 상식이나 주의사항들을 가르쳐 주었다. 직업은 의사였으나 다양한 취미와 오락과 멋을 즐기는 아버지였다. ... (중략)... 뒷동산에서는 남정네들이 돼지 잡기에 분주했다. 돼지 목 따는 소리가 온 집안에 메아리쳤다. 그 소리를 막기 위해 쉬쉬 하며 돼지 입을 틀어막는 어른들의 법석도 어린 나에겐 재미있었다. 물론 오늘날의 동물 보호의 개념은 없었으나 비밀 도살은 금지였다. 비밀리에 도살한 것이 발각되면 투옥되었고 벌금을 물어야 했다. 돼지를 잡을 때 돼지의 비명을 주민들이나 순사들이 못 들었을 리 없다. 어른들은 못 들은 척하고 묵인해 준 것 같다고 한다.
...「마음의 고향」 중에서


남북한이 38선을 경계로 분단되었다. 경찰서장이던 아버지는 미국에 협조했다는 죄명으로 파직과 함께 투옥되었다. 엄마는 매일같이 깨끗한 한복과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나를 데리고 면회를 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는 값진 선물을 장만해 강계지 방을 통찰하던 한국계 소련군 장교의 집을 찾아가 아버지의 출옥을 간청했다. 나도 엄마와 함께 무릎을 꿇고 소련군 아저씨에게 아버지를 집에 오게 해 달라며 애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 (중략)... 사실 치밀한 월남 계획은 엄마의 작품이었다. 강계라면 진절머리를 치던 엄마는 아버지가 감옥에 있는 동안 짐을 싸놓고 할머니 집의 광에 넣어 두었다. 남한으로 가서 안정을 찾은 후 짐을 다시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남과 북이 차단되어 왕래가 두절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빈틈없는 일처리로 우리 가족이 무사히 월남한 사건은 내가 엄마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다.

... 「피난민」 중에서


엄마는 보리 물을 한 숟가락씩 우리에게 나누어주고 굶었다. 뚱뚱하던 엄마는 살이 다 빠지고 뼈만 앙상해졌다. 아버지는 부황이 나기 시작했다. 얼굴이 누렇게 부었고 해골 같이 보였다. 부기와 빠짐이 반복되면서 빈 배에 가스가 차서 애기가진 임신부처럼 배가 불렀다. 하루는 홍역에서 회복된 욱이가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갔다가 나무 꼬챙이에 죽은 뱀을 끼어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먹게 해 달라며 엄마에게 주었다. 엄마는 죽은 뱀을 받아 들고는 한참을 울었다.
... 「피난민」 중에서


송 씨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이었고 투철한 공산주의 신봉자였다. 지하 조직망을 통해 남조선의 붕괴와 공산화를 시도했다. 남편의 가족들은 송 씨의 행방을 찾던 남한의 수사기관에게 모질게 시달렸다고 한다. 경찰들은 수시로 집에 쳐들어와 송 씨의 아내인 큰누나와 가족들에게 비인도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큰누나를 질질 마당으로 끌어내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기고 때려눕히고 발길로 차는 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중략)... 총알이 쓰고 있던 헬멧을 스치고 빗나가 떨어졌다. 그 순간 그는 죽을 운명이 아님을 느꼈다고 한다. 아직 살아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손을 들어다가 오는 아군에게 항복했다. 감옥을 몇 번 옮긴 끝에 마지막 단계에서 울산 경찰서에 수감되었다가 풀려 나왔다고 했다.  울산 경찰서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를 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 「깨어진 꿈」 중에서


이제 배는 태평양 한복판에 들어섰다. 물색은 푸르다 못해 짙은 녹색, 먹물 같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두꺼운 장막에 덮여있듯, 물속을 내려다볼 수 없었다. 헤아릴 수 없이 깊고 깜깜한 물속은 세상과는 완전히 차단된 미지의 암흑을 연상케 했다. 물에 빠지면 나의 존재는 작은 먼지에도 비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공포심이 느껴졌다. 자연 속의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완전히 압도되었다. 태평양은 나의 부풀었던 낭만적 송두리째 삼켜버렸다.... 「깨어진 꿈」 중에서


의아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던 형선이는 나와 남편이 다가오자 할아버지 품에 더욱 찰싹 붙어 얼굴을 파묻고 우리를 피했다. “낯설어서 그래. 차츰 나아질 거야.” 엄마가 미안해했다. 엄마와 아버지는 우리를 운전사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자가용에 운전수라니...... 4년 반 전 한국을 떠날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차내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흥분한 탓이었을까, 믿기 힘든 현실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이었을까. 한 가지 분명 기억나는 것은 수줍은 감정이다.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얼굴을 들고 엄마와 아버지를 쳐다 볼 수 없었다.... 「깨어진 꿈」 중에서


의사가 되어도 신통치 않을 판에 대학 출신 수재가 전문학교로 다시 가다니...... 자존심은 울면서 거부하고 있었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뜻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아버지는 쾌히 승낙하시며 나를 격려했다. 그리고 추천장과 필요한 수속 절차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아픈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처럼 명석하고 장래가 촉망되던 애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결혼을 잘못했구나. 가여운 것......' 이렇게 생각하시며 아버지는 꽤나 우셨을 것이다. 물론 나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 「그리던 귀국」 중에서


변호사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이혼 보상금의 청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신은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남편과 25년 이상 살았기 때문에  이혼  보상금을 받을 권한이 있어요.  보상금을  청구하세요."라며 나를 종용했으나 나는 강경히 말했다. "아니요, 나는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아요. 남편은 돈이 없어요. 나에게 보상금을 지불할 수 없어요." 하지만 변호사는 계속 나를 설득시키려 했다. "법적으로 당신은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으니 요구하세요. 남편은 당신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나는 그 변호사가 너무도 답답했고 울화통이 터져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니요, 나는 보상금청구를 안 합니다. 나는 그 사람의 경제적 상황을 잘 알아요. 그 사람은 돈이 없어요. 나에게 보상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요! 그 사람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 왜 과중한 부담을 주어야 하나요? 왜 필요 이상으로 괴롭혀야 하지요? .... 「재기의 미국이민」 중에서


물론 형선이의 그룹도 인파에 묻혀 기다리던 중에 한 젊은 백인 여자가 형선이와 친구들을 쳐다보며 "참, 중국 애들 보기도 싫어. 왜 차이나타운으로 가지 않고 여기에 있지?"라며 옆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경멸 조로 말했다. 그 백인 여자는 분명 형선이와 친구들이 영어를 못 알아듣는 중국인들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형선이는 화를 꾹 참으며 친구들의 반응을 살폈다. 남자 친구들도 못 들은척하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참다못한 형선이가 나섰다. "헤이, 이 친구야!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거든. 그런데 너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여기는 미국이야.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지. 미국에서는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다. 그것도 모르니?" 뜻밖의 반응에 백인 여자는 부들부들 떨었다.
.... 「재기의 미국이민」 중에서


살아보니 늙는다는 자체가 결코 비관적이 것만은 아니다. 어려서 나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보았던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병들고 초라한 노인들이었다. 세상에서 밀려나 외롭게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 불쌍한 노인들을 보며 나는 늘 생각했다. 이 노인들은 무슨 맛에 세상을 사는 걸까. 이렇게 나는 부정적인 노인관을 가지고 자랐지만, 살아보니 경험은 늙는 것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고 말해준다. 물론 과학이 노인들의 삶을 향상시켰다는 것도 인정한다. 늙는 다는 것은 삶의 과정이다. 노화에 순응하며 사니 우선 내가 편안하다. 살기에 바빴던 젊은 시절과는 이제 몸도 마음도, 시간의 여유도 있기에 지난날 못 다한 삶과 사랑을 가족들과 주위사람들과 함께 나눠 줄 수 있어 감사하다. .... 「은퇴」 중에서


 

목차

제 1 장 마음의 고향
제 2 장 피난민
제 3 장 깨어진 꿈
제 4 장 그리던 귀국
제 5 장 재기의 미국이민
제 6 장 은퇴
제 7 장 벌거벗은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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