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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이소연 저 | 걷는사람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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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722 / 160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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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저자 : 이소연
저자 : 이소연 198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켬’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머리말

혼자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혼자를 잊지 않는 것

네가 나를 빠져나가도
나는 선명하고 온전하다.

그러나 증표처럼 내가 있을게.

2020년 2월
이소연

책 속에서



나는 여섯 살에
철조망에 걸려 찢어진 뺨을 가졌다

철을 왜 바다 가까이 두었을까?

눈을 감고 바다를 들으려고
바람을 따라갔다
피가 나는 뺨을 받아왔다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잠을 잤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지린내가 심장까지 따라왔다
-중략-
갈라지는 물
다시 아무는 물
꿰매지 못한 뺨

철을 바다 가까이 두는 게 더는 이상하지 않았다

—「철」부분


소녀가 혼자 낳은 아이들은 함대만 한 유람선 밑에서
장딴지의 핏줄이 파래지도록 물장구를 친다
마을과 이어진 골짜기에서 쏟아져 나온 엄청난 늘들
모자를 쓴 마을 전체가 주일마다 수군거린다
“과거는 끝났다 미래밖에 없다”

백사장엔 최후를 팔아서 삶을 연명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떠난 남자의 아이들이 몰려다닌다

—「철 5 」부분


망자들은 더 이상 망가질 게 없어서 천국에서 산다

이미 찢어진 것들은
다시 찢어지지 않는다
길고 긴 아침이 올 것이다

영웅의 눈 코 입은 썩지 않는다
이 세계의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콘크리트에 박혀 있을 것이다

고단한 몸을 처음 내린 자리에
미래의 폐허를 세워두려고

—「철 6」부분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품이 큰 잠옷을 입고 강가로 간다
쉽게 찢어지고 쉽게 갈라지고 쉽게
입을 다무는 물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중략-

죽기 직전의 소녀는
강물이 움켜쥔 그것이
자신의 속옷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없지도 있지도 않은 세상이, 밑에 있다
밑은 이토록 낮은 곳에 있어
물 위에서 일렁이는 검은 얼굴이
물 밑에 있다고 쓴다,
흘러가고, 흘러가고, 하나의 그림자가 번져간다


—「밑」부분


제발 살려만 주세요//제발 잠 좀 자게 해주세요//우리는 국가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아니 국기만 있고 국가 없는 사람이 맞아요//적에게 발이 묶여 본국에서 썩은 나무 취급을 받았어요//우리는 난파된 사람, 아니 묘지 없는 무덤이랍니다

—「문 없는 저녁-Angeles City 2」 부분


목차

1부 철 철 철 2 철 3 철 4 철 5 철 6 철 7 살얼음 한강 연필 공책 솔직한 돼지 퍼즐놀이 고장 난 사람과 의자 흰 집 나의 여름과 당신의 수염 사파의 여인 초록의 폭력 우유를 마시며 2부 밑 밑 알약들의 왈츠 기념일 전날 나를 기포의 방에 나의 아름다운 벽 속에서 나의 겨울 사과 안녕 물 위를 걷는 도마뱀; 빗방울 네가 잊히지 않는 말 동그란 힘 절제술 뇌태교의 기원 3부 키스 키스 사춘기 눈먼 치정 쿠마리의 역사 없는 줄 알았지 접시는 둥글고 저녁은 비리고 테이블 포개진 빈 화분 활과 무사 늑골이 빛나는 발레교습소 날씨 폐허라는 미래 문 없는 저녁 후기 4부 독점 수족관에 돌고래나 흰고래가 있다 그러면 코뿔소의 조용한 날들 1 코뿔소의 조용한 날들 2 수목장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무밖에 없는 세계 나의 아름다운 장대 손이 없다 독점 목 없는 마네킹 고척스카이돔과 낙관주의자 엄마 썸머 가든 해설 말한다, 듣는다, 들은 것을 다시 말하기로 한다 - 선우은실(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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