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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91115 / 14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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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화전놀이, 한국식 ‘여성의 날’ 일찍이 우리에게도 ‘여성의 날’이 있었다. 화전놀이는 1년에 한 번, 농번기가 오기 전 봄기운이 충만하고 꽃이 가장 예쁠 때 즐기던 꽃놀이로 여성들에게는 시집살이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만주를 떠돌던 시절에는 하지 못했던 화전놀이를 떠올린 김씨는 불길하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딸들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 주고 싶은 마음으로 화전놀이를 추진한다. 가장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날인 만큼 화전놀이를 준비하는 과정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서로 더 예쁜 옷을 입으려고 다투는 자매들의 신경전이나 결혼할 때 가져왔다 지금은 다 팔고 한두 개만 남은 장신구들에 얽힌 사연, ‘박실이’나 ‘영주댁’ 같은 택호들은 195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으로 표현한다. ■2020년의 언어로 다시 쓴 가사 문학 규방가사(內房歌辭)·규중가도(閨中歌道)·규방문학(閨房文學)·규중가사(閨中歌辭) 등으로 불리는 장르는 여성들이 주체적이 목소리를 냈던 형식으로 꼽힌다. 주로 영남지방 양반집 부녀자들 사이에서 유행했으며 6·25전쟁 이후에는 거의 소멸된 것으로 전한다. 그중에서도 ‘화전가’는 조선시대 ‘여류문학’의 한 전형으로 봄철을 맞은 여성들이 화전놀이를 하며 읊은 가사다. 배삼식의 『화전가』는 소멸 직전인 20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당시 ‘가사문학’으로 쓰였을 법한 이야기를 현대 희곡의 언어로 다시 쓴다. 전운이 감도는 공포의 시대를 살아가던 김씨댁 여성들의 애환과 슬픔, 의지와 연대는 문학사에서 소외되었던 ‘여류문학’의 자리가 변방의 그곳이 아님을 방증한다. ■사투리에 담긴 음악성 작품 속 표현을 빌리자면 화전놀이는 “집안 어른들, 액씨들, 동기간에 시집간 액씨들꺼정 다” 모여서 “이삐게 단장허고 꽃매이 채리입고” 나가 “바람도 시컨 쎄고 꽃도 보고 꽃지지미도 부치가 농가 먹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꼬 하며 1년에 딱 하루 놀다 오는” 것이다. 『화전가』에는 지금 안동에서도 듣기 힘든 안동 사투리가 완벽하게 재현됐다.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위해 작가는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베도 숱한 베 짜고 밭도 숱한 밭 매고』, 『경북대본 소백산대관록 화전가』 등의 구술 자료와 방언 자료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 지역성 짙은 사투리는 흔히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의미 전달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된다. 그러나 말은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적 도구만은 아니다. 사투리의 음악성과 아름다움은 장식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말과 생각, 그리고 행동의 여백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로 역할한다. 특히 안동은 우리나라 여성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규방가사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인바, 안동 사투리를 읽는다는 것은 주체적인 여성들이 남긴 문학의 유전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작은 것들의 예술 『화전가』는 국립극단 7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된 작품으로 의뢰 당시 작가에게 주어진 주제는 ‘예술’이었다. 따라서 『화전가』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배삼식 작가의 대답이기도 하다. 지금은 잊힌 정겨운 풍물들, 지난 시간에 대한 소소한 기억, 기억을 나누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그리움과 아쉬움의 감정들…… 이념을 기준으로 갈라져 너무도 쉽게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었던 시절을 배경으로 처음 먹어 보는 커피나 설탕 맛에 대한 이야기, 한복 노리개나 옷감의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한없이 사소하고 무용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소하고 무용한 즐거움을 잃지 않음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만이 참혹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것은 또한 예술의 의미이자 예술의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
“빌 것도 없는 인생이 와 이래 힘드노?”
“입안에 단맛은 퍼지는데, 독골할매는 왜인지 눈물이 난다.”
“봄에, 삼짇날 지내고 딱 요만 때시더. 음석도 장만하고 술도 장만하고, 그륵도 싸들고 해가, 경개 존 데로 나가니더. 집안 어른들, 액씨들, 동기간에 시집간 액씨들꺼정 다 모이가 이삐게 단장허고. 꽃매이 채리입고 나가니더. 나가가 바람도 시컨 쎄고 꽃도 보고 꽃지지미도 부치가 농가 먹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꼬, 그래 일 년에 딱 하루 놀다 오는 게래요…….”
“그래, 우리 봉알랑은 시집가지 마라. 시집 가가, 우리겉이 사지 마고, 공부도 마이 하고, 마 천지에 훠얼훨 돌아댕기매 귀경도 원대로 하고. 시집은 가가 머하겠나?”
“저녁 바람이 불어와 회화나무 새순을 흔든다. 두 여인, 저무는 빛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이윽고 하늘 저편에서 희미한 소리. 종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한다. 두 여인 위로 어둠이 밀려오고, 그 어둠처럼 고요하며 충만한 소리가 그들을 완전히 감싸 안을 때까지, 두 여인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
1장 종소리
2장 경신야 1
3장 경신야 2
4장 화전놀이
5장 종소리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