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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320410 / 376쪽 128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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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가장 큰 고통과 가장 큰 환희가 교차하는 곳, 분만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흔히 출산은 가장 고통스러운 동시에 가장 경이로운 경험이라고들 말한다. 진부하지만 진실이다. 첨단 기기와 의학의 도움을 받음에도 임산부와 배 속의 아기는 쉽게 위험 상황에 빠지곤 한다. 그렇기에 임신과 출산은 일생일대의 도전이라 할 만하다. 약물 중독인 임부, 초고도비만인 임부, 48세의 고령 초산부 같은, 의료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임부에 대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임신을 한 여성을 만난 조산사는 이 여성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의학적 판단과 제도에 의해 제동 걸릴 때도 있다. 바로 크리스털의 예가 그렇다. 그녀는 이제 막 유년기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열다섯 살 미성년자다. 양수가 새는 바람에 그녀가 병원을 찾아온 날은 임신한 지 23주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날짜가 무슨 의미일까? 불과 가까운 과거까지만 해도 24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또는 몇 주 안 되어 사망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발달 지체와 장애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24주를 채운 아기들은 ‘생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이 24주라는 경계는 매일 도덕이라는 칼날 위에 서야 하는 의료인들에게 명확한 지침이 되어준다. 그렇다면 그 24주에 며칠 못 미치는 크리스털의 아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임신을 하고도 몰래 담배를 피우려던 철부지이지만 양수가 터지고 출산 병동으로 긴급히 이송되자 공포감을 느끼며 저자에게 간절하게 매달린다. “그 사람들이 제 아기를 구해줄까요?” 하지만 판단은 의사의 몫이며,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는 저자는 무력감을 느낀다.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은 산부들은 대개 조산사에게 의존하고 조산사를 신뢰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수중분만을 하려던 스타가 그랬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던 그녀는 처음엔 진통을 ‘파도’라 부르며 자신에게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방에서 편안하게 출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고 몸이 위험신호를 보내자 조산사를 향한 이유 모를 적대감을 드러내며, 자신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나와 자신의 파트너에게 욕을 하는 환자들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때로는 여성이 욕설을 내뱉는 것이 진통이 강하며 분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좋은 징후가 될 수도 있었다. 조산사들은 이런 정상적인 반응에 속 좁게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286쪽) 하지만 스타는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라며 내진을 거부하고 난동을 부린다. 다행히 위험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 아이가 무사히 나오고, 스타는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때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출산의 고통으로 인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지만, 저자는 스타의 기록에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다. 미스터리로 남곤 하는 다른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처럼. 아기를 낳은 뒤 시작되는 더 큰 전쟁 아기를 낳는다고 끝이 아니다. 저자는 환자 분류소, 분만 병동, 산후 병동에서 두루 일을 했는데, 분만 병동 못지않게 환자 분류소와 산후 병동 역시 치열한 현장이다. 어여쁜 딸을 낳은 올리비아가 처음 산후 병동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36시간에 걸친 고된 산고 끝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빈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보였다. 너무나 지친 그녀는 모유 수유를 포기하고 분유를 먹이기로 결정하고, 저자는 아무런 편견 없는 자세로(이것이 중요하다) 분유 수유를 도와준다. 그러나 다음 날 병실을 찾았을 때, 올리비아의 엄마가 와 있었고, 그녀는 미묘하게 강압적인 태도로 딸에게 모유 수유를 권한다. “그래, 뭐 배에 칼을 댔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리비는 이제부터라도 옳은 일을 할 거예요.” “아기에게 이미 분유를 잔뜩 먹인 초보 엄마가 다음 날, 또는 2-3일 뒤에 모유 수유로 선회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때로는 순수하게 자발적인 결정이지만, 그보다는 방문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좋은 의도로 하긴 해도 은연중에 비난의 뜻을 담은 말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129쪽) 저자는 사사건건 수동 공격적인 말을 하는 올리비아의 엄마에게 거부감을 느끼지만, 알고 보니 그녀 역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분유로 아이들을 키운 엄마였다. 출산이 계획했던 이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았던 여성. 자신 역시 진통 끝에 응급 제왕절개를 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지은이는 올리비아의 엄마에게 연민을 느낀다. 출산을 하고 나면 가족과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이때 아이와 배우자와의 관계도 힘들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유 모를 우울감과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다. 저자는 이렇게 만연한 출산 전후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소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현대 과학도 여전히 임신 전후 여성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만난 많은 평범해 보이는, 혹은 ‘완벽해 보이는’ 여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대표적 예가 재스다. 말끔한 외모에 단정한 미소를 짓고 나타난 그녀는 질투가 날 정도로 완벽하게 봉합된 제왕절개 흉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엄살이라고 생각하지만, 출산하던 날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청소를 하고 또 한다는 재스의 눈물 섞인 고백을 듣고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잠시의 휴식을 주기 위해 그녀의 상처를 소독해준다. “모든 상처에는 사연이 담겨 있고, 모든 치료는 이 사연을 인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곧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표시이며, 이런 행위는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을 준다. 매일 전투를 치르는 한 사람의 군대 매일 대도시의 병원과 지방의 작은 출산 센터에서 조산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일터를 떠난다. 저자 역시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병원을 나서고 만다. 물론 그날 몸이 안 좋았고, 출산 병동은 만원으로 환자 분류소에서 분만이 임박한 산모를 올려보낼 수조차 없었고, 모든 직원이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끝없이 말하는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것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대서양 건너 고향의 병원을 방문한다. 이곳에서 아버지가 따뜻하고 친절한 보살핌을 받는 모습에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다가 문득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낀다. 이런 감정을 자신이 보살폈던 환자들 역시 자신에게 느꼈을 것이라는, 너무나 명백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수년 전에 나는 자진해서 조산사 세계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체액을 씻어내는 작업과 고통이 일상이 되면서 혐오감은 곧 생소한 감정이 되어버렸다. 실습생 신분으로 너무 큰 유니폼을 걸치고 첫 근무를 어설프게 시작했던 날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이제 이런 것에 움찔하거나 코를 찡그리지 않았다. 나는 여성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깨끗한 여성, 냄새나는 여성, 아름다운 여성, 무례한 여성, 부자이거나 가난한 여성, 길을 잃거나 외로운 여성 모두를 좋아했다.” (345쪽) 결국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전쟁터로 돌아온다. 어느 환자의 보호자가 감탄하며 말했듯, 조산사는 ‘하나의 군대’다. 임산부를 돌보고, 아기를 받고, 상처를 봉합하고, 병실을 청소하며 하나의 군대가 할 일을 조산사 한 명이 해낸다. 그 일은 언제나 힘이 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조산사는 오늘도 피가 낭자하고 비명이 가득 찬 병동으로 용감하게 돌아간다.

“절개를 살짝 해야 할지도 몰라요.”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산모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나오는 데 도움이 되죠.” 조산사의 업무 중에는 ‘살짝’이란 단어를 쓸 일들이 아주 많다. 살짝 절개하기, 살짝 찢기, 출혈이 살짝 보임 등. 출혈과 관련해서는 몇 방울 떨어지는 정도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경우까지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회음절개는 우리가 베풀 수 있는 많은 작은 자비 중 하나다. 우리는 일찍부터 상황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거나 시치미 떼는 법을 배운다. (14-15쪽)
최근 발표된 많은 보고서들이 고령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학계에서 이들을 잔인하게 지칭하는 ‘고령 초산부’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마음에 칙칙하고 주름진 자궁으로부터 아기가 튀어나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평균 임신 연령이 천천히 높아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지만 연간 수천 명의 어린 소녀들이 아이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74쪽)
이 상황은 임신 24주 정도일 때 더 위태롭다. 상당히 최근까지 이 시기 이전에 태어난 아기의 다수가 태어나자마자 또는 몇 주 안에 심각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이런 이유로 병원은 이 임신 기간에 태어난 대부분의 아기들을 적극적으로 소생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출생신고 가능한 출산으로 보지 않고 후기유산으로 분류했다. 조산으로 아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냉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규정이었다. (82-83쪽)
‘아기는 준비가 되면 나온다’는 소박한 지혜는 거짓말이다. 아기는 준비가 되면 나오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괜찮을 때도 있지만 정말로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105쪽)
먼저 크리스털의 출산 예정일이 정확한가가 많은 것을 좌우했다. 정말로 임신 23주 3일이나 5일, 6일밖에 되지 않은 걸까? 또 그녀의 아기가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는가와 담당의가 23주 된 태아라는 위험 지대로 과감하게 걸어 들어가기로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명확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자로 작성된 법률을 따르기로 선택할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 (106쪽)
올리비아는 이제 침대 머리맡 쪽으로 밀려난 폴을 바라보았다. 용서해줄 수 있는지 물음과 동시에 이해를 구하는 시선. 내게는 익숙한 시선이었다. “우리는 모유 수유를 할 생각이었어요.” 나는 ‘우리’라는 단어에 이를 꽉 깨물었다. 육아가 공동 업무가 될 수는 있지만, 수유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122쪽)
“푸들이 있는데 이름이 마르코예요. 그리고 비비라는 이름의 스패니얼이 있어요. 그리고 또…… 검은색, 아니, 갈색 개, 이름이…….”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기억이 나질 않아요.”
티나의 몸이 붕괴 직전에서 살아 돌아오기는 했지만 이는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그녀의 정신은 아직도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자기 개 이름과 색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자녀의 신원을 잊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확실한 인지장애의 징후다. (198쪽)
과거에는 일반적인 규범에서 벗어났던 모든 불편한 종류의 여성 행동을 이제는 구식이 되어버린 애매한 표현인 히스테리라고 묘사했었다. 변을 보고 톱밥으로 닦던 정신병원과 돌팔이 정신과 의사가 존재했던 그리운 옛 시절에는 여성에게 히스테리(어원은 그리스어로 문자 그대로 옮기자면 ‘자궁의 상태’라는 뜻이다)라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가장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을 평생 악랄하고 치욕적인 학대 속에서 살게 했다. (238쪽)
나는 이런 식으로 상처를 소독할 때마다 이것이 애정을 확인시켜주는 행동임을 잊지 않는다. 모든 상처에는 사연이 담겨 있고, 모든 치료는 이 사연을 인정하는 행위다.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 조산사만의 방식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을 믿어요.’ (258쪽)
“혈색이 없어요.” 모스가 말했다. 겁에 질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 혈색이 없죠?”
갓 태어난 아기의 피부는 군데군데 얼룩이 있고 탁한 색을 띤다. 내게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텔레비전과 영화를 통해 신생아가 말도 안 되는 장밋빛 뺨을 가진 모습만을 보았던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걱정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수중 분만한 아기들은 혈색이 돌기까지 조금 더 오래 걸려요.” 내가 말했다. (294-295쪽)
이것이 전부였다. 위안의 말도, 어마어마하게 불안정한 순간을 치유해줄 연고도 없었다. 나는 ‘5번 방’에 누가 있었는지, 또는 그 산모가 이날 밤 왜 이렇게 작은 존재를 낳았는지, 내가 들고 있던 통에 결국 누군가가 라벨을 부착해서 병리학 부서에 보냈는지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와 왜는 모두 수수께끼로 남았지만 나는 이날 밤에 분만 병동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배웠다. 바로 죽음이 삶의 쌍둥이 형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산사는 이 둘을 모두 받아낸다. (304쪽)
아기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산모가 내는 소리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내거나 들을 필요가 전혀 없지만, 조산사들은 이를 아주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 소리는 인간의 소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입이 벌어지지만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이 소리만 있을 뿐이다. (311쪽)
“그냥 오늘 우리를 위해 해준 모든 일들이 믿기지 않아서 그랬어요. 환자 분류소에서 우리를 만났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오후 내내 미셸을 돌봐줬잖아요. 게다가 아기까지 받아줬지요. 그러고는 손을 씻고 미셸의 상처를 봉합하고 지금은 청소를 하고 있네요. 지원군은 어디에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네요. 저는 이 방에, 또는 당신이 움직이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밖에 없네요. 당신 혼자서 한 군대가 맡을 역할을 하고 있네요.” (359쪽)
작가의 말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볼링공, 그리고 출산 이야기
조산사 실습생 해저드: 그녀가 하고 있어요
임신하면 ‘안 되는’ 여성
엘리너: 불리한 조건을 이겨낸 여성
아이가 아이를 낳을 때
크리스털: 23주 3일
이상이 깨지는 산후 병동
올리비아: 엄마가 제일 잘 안다
환자 분류 시스템
하와: 언어 치료제와 오줌 아기
일처리를 잘못했을 때
티나: 독감의 계절에 온 환자
다른 어딘가에서 온 존재
페이 쉬안: 무거운 사연을 짊어진 소녀
임신 건망증
재스프릿: 하루가 너무 길어요
조산사의 유니폼
스타: 적과의 만남
죽음을 맞닥뜨릴 때
소리
난산에 대하여
내 자리를 떠나다
되돌아가는 길 찾기
분만실의 군대
감사의 말
용어 설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