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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무덤

시리즈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김엄지 저 | 현대문학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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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1540 / 160쪽 104 x 182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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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스물세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이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송지혜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송지혜 198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섬유예술과와 동 대학원 졸업. 경기도미술관, 슈페리어갤러리, 롯데갤러리, 박영덕화랑, 에스플러스갤러리, 가나아트에디션 등 국내외에서 수차례 전시.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2014, 북라이프), 『시간의 방』(2015, 북라이프) 시리즈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6개국에 판권 수출. 국내 단행본 사상 최고 금액으로 북미 판권 수출. 한국, 미국, 영국, 대만 베스트셀러. 2015년 미국 아마존 <올해의 작가> 선정. 접기

저자 소개

1988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0년 『문학과사회』에 「돼지우리」로 등단했다. 동인 ‘무가치’ 활동 중이다.


우리는 수업을 하고 있고, 굉장히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고, 창밖에는 흰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벽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어. 줄에 매달려서. 
저서 《소울반띵》

책 속에서

벽대여. 그렇게 적힌 명함을 받았다.
나에게 명함을 준 남자는 내 앞을 걷고 있었다.
남자와 나는 호프집에서 나와 줄곧 한 방향으로만 걸었다. 골목과 골목, 육교와 주유소를 지나는 동안 남자의 머리 위에 계속 달이 있었다.
추워서 움츠러들었다. 내 외투는 너무나 얇고.
언제부터 이렇게 얇았을까.
내 앞을 걷는 남자는 무릎까지 오는 갈색 모직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20센티는 큰 키에 덩치도 있고 보폭이 컸다.
벽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앞서 걷는 남자의 뒤에서 말했다.
남자는 더 걸어야 한다고 했다.
걸으며 남자의 뒷모습과, 달, 바닥, 내 발등을 보았다.
꽤 넓은 공터가 나오고, 운동장 같았지만 조회대는 보이지 않았다.
-9-10쪽

통화를 할 때마다 엄마는 괴로움을 호소했다.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산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아니? 산 사람 목울대를 얼마나 편안해 하는지 너는 모른다. 너는 모른다. 엄마는 내가 모르는, 모를 법한 이야기를 죽 하다 별안간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엄마와의 통화가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었다.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사람은 죽어서도 계속 사람일 것이라는 그 생각. 단지 투명해질 뿐이고 투명하지 않다면 거의
투명한 채로 흐물흐물한 경계를 가끔 볼 수 있는. 산 사람과는 다른 온도와 무게를 가진. 그래서 닿으면 닿는 대로 느껴지는.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58쪽

두 칸씩 올라가기는 쉬워도 두 칸씩 내려가기는 힘들어. 그게 인생이야.
한 칸씩 내려가면 되지.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야.
계단 이야기 아니었니?
아니 인생 이야기였어.
아아, 인생.
-68-69쪽

이제 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놀랐다.
엄마는 나를 원망할 이유가 없어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려다가 말았다.
나 역시 엄마에게 이제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도 하지 않았
다. 엄마와 나 사이에 이제 원망조차 없으니. 모자 사이가 아니라 이웃이 된 기분이었다.
-72쪽

멀리에 높은 파도가 보이고. 저건 파도가 아니라 벽이던가.
회색과 파란색이 저렇게 계속 서 있는 걸 보면.
저건 벽이고, 내가 빌리기로 한 것일까.
물 위에 벽이 왜.
나에게 벽을 빌려준다던 그 남자는 긴 혀를 입안에 칭칭 감아 숨겨넣고 있었는데.
아아.
-122면

아주 잠깐 선풍기 옆에 누워 잠들었을 뿐이었는데 곧 퇴실해야 할 시간이었다.
잠을 더 자고 싶지만 나는 이 방을 떠나야 했다.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초조해지기도 했다.
술이 취하지도, 깨지도 않는 대낮이었다.
대낮부터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에서 연거푸 터지고 있었다. 한낮이라 불꽃은 보
이지 않았다.
-125-126면

목차

폭죽무덤 009
작품해설 143
작가의 말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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